▲미국 워싱터주 포트앤젤레스(Port Angeles)에 있는 로워 엘와 클랄람부족(Lower Elwha Klallam Tribe) 사무실 앞에는 '엘와의 눈물'이란 제목의 시누크 연어 두 마리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정수근
그와 헤어진 뒤 엘와강 원주민사무소(Lower Elwha Klallam Tribal Center)에 갔다. 현관 앞에서 두 마리 청동 연어가 눈물을 흘렸다. 동상의 제목은 '엘와의 눈물'. 강 상류에서 태어나 바다로 나간 뒤 다시 산란장을 찾는 100파운드(약 45kg) 시누크 연어들이 댐에 코를 박고 죽어가면서 100여 년간 흘렸던 눈물이다.
클랄람 부족 사무실에서 1시간30여 분에 걸쳐 어류 연구자 마이크 맥헨리(Mike McHenry) 씨의 프리젠테이션을 들었다. 4대강 독립군은 그의 설명이 끝난 뒤 박수를 세게 쳤다. 그는 과학자였다. 엘와강의 역사, 댐이 지어지기 전과 후의 탁도 등 수질 변화 데이터와 연어 회귀 비교 그래프. 우리가 전날 보았던 엘와강 하구의 변화된 모습을 항공촬영 사진으로 보여줬다.
그의 말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이것이다.
"댐으로 가로막혀 퇴적토가 2100만m³ 정도 쌓였는데, 탁도가 심해서 저서생물이 줄어들고 수질 문제도 일으켰다. 2015년에는 이 물을 정수해 먹는 2만 명의 포토 앤젤레스 시민들에게 불편을 줬다."이 말을 듣고 1300만 명의 영남인이 먹는 물을 공급받는 낙동강이 떠올랐다. 엘와강은 국립공원지역이다. 4대강과는 달리 강으로 흘러드는 오염원이 없다. 그럼에도 먹는 물에 문제를 일으켰다. 우리는 어떤가? 녹조가 창궐하고 펄밭에 실지렁이와 깔따구가 득실거려도 수문조차 열지 않고 버티는 한국. 국격을 높이겠다고 말하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얼굴도 떠올랐다.
[침묵의 강] 댐은 무엇인가? 4대강 독립군이 엘와댐으로 안내해줄 것을 부탁하자 프란시스 찰스(Frances G. Charles) 부족의장이 앞장섰다. 깎아지른 협곡 바위에 다이너마이트로 댐을 폭파한 흔적이 남았다. 수장됐던 곳을 복원하려고 심은 나무는 비를 맞고 있었다. 빠른 속도로 협곡을 빠져나가는 물살은 비췻빛이었다. 올림픽국립공원의 만년설이 녹아 흐르는 강이다. 통역 시간만 되면 돌아서서 핸드폰 카메라로 엘와강을 담는 찰스 부족의장의 눈동자를 닮았다.
그에게 물었다. '클랄람 부족에게 댐은 무엇이었나?'
"댐은 장벽(Barrier)이었다. 모든 걸 차단했다. 연어가 강에 오르는 것을 막았고, 연어가 다른 생물들과 만나는 것을 가로막았다. 또 연어가 우리 부족과 만나는 것을 막았고, 우리 부족의 문화적인 전통 가치를 후대들이 접하는 것을 막았다."그에게 또 물었다. '강은 무엇인가?'
"강은 자유다.(River is free.)" 댐으로부터 해방된 엘와강과 '이명박근혜 정권'에 의해 16개의 댐에 갇힌 한국의 강. 비 오는 날, 찰스 부족의장이 보는 앞에서 4대강 독립군 정수근 기자는 작년 낙동강에서 김종술 기자가 한 'MB, 녹조라떼 받아랏' 퍼포먼스를 엘와강에서 시도했다. 이 기념사진은 정대희 기자가 연출했다. 한번 비교해보기 바란다.
[미국의 교훈] 강은 누구의 것인가?우린 어떤 강물을 원하나? '녹조는 물이 맑아진 증거'라고 궤변을 늘어놓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얼굴에 끼얹고 싶은 녹색 물인가, 아니면 흐르는 강물인가.
강은 누구의 것인가? 개인 업적을 위해 5년짜리 대통령이 자기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맘대로 할 수 있는 강인가, 아니면 수천만 년 그곳에서 살아온 생명들의 것인가.
잔뜩 찌푸린 하늘, 4대강의 펄밭을 연상시키는 검은 모래 언덕, 강에서 떠 내려와 그 위에 수없이 엉켜있는 나무들이 자아내는 을씨년스러운 풍경. 4대강 독립군들이 차에서 내려 모래인지 펄인지도 모를 땅을 밟기 전에는 새벽 꿈속 같았다. 검은 모래벌에 들어서자 모든 게 달라졌다.
모래는 바람 향기를 품었다. 쓰러진 고목 아래에 피기 시작한 새싹, 모래 위에 찍힌 야생동물 배설물과 발자국, 모래톱 위에서 쉬고 있는 도요새와 갈매기들을 본 뒤에야 악몽에서 깨어났다. 두 댐을 철거한 지 3~5년 만에 생긴 기적이다. 우리 4대강에도 이런 기적이 찾아올 수 있을까? 태평양과 엘와강이 만나는 거대한 검은 모래 삼각주를 걸으며 혼잣말을 내뱉었다.
"강은 누구의 것도 아니야."지난 100년간 댐 정책에서 실패한 미국으로부터 우리가 배워야 할 교훈이다. 나는 촛불 시민들이 적폐 청산을 명령한 오는 9일 대통령 선거에서 미국 엘와강처럼 4대강에 드리워진 '이명박근혜 정권'의 족쇄를 풀어줄 정책을 기준으로 투표한다. 하루빨리 4대강 청문회를 열어 이명박 전 대통령의 탐욕과 오만을 심판해야 한다.
*다음 화에서 발로 쓴 7박9일 취재 보고서②가 이어집니다. 4대강 독립군들을 성원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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