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8일, 고공농성 중에 생일을 맞이한 전영수 씨
이성호
전씨는 하청노동자들에게 다른 사람이 해고되어야 자기가 산다는 생각이 팽배해 있다고 이야기했다. 사 측이 현장을 그렇게 만들어 놓았다고 했다. 그런 현장이지만, 하청노동자들도 힘을 모으면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영수씨는 인터뷰 중에 "쪽팔리다"는 말을 자주 했다. 노동조합 간부로서 자신이 일하는 현장도 바꾸어내지 못했다는 자책감 때문이다.
전영수씨도 이성호씨와 같은 미포조선 하청업체 동양산업개발에 근무하다가 업체 폐업으로 일자리를 잃었다. 그 역시 비정규직 노동조합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고용 승계가 되지 않았다. 전 씨는 2005년에 조선소 일을 시작해 2011년 미포조선 하청업체에 입사했다. 미포조선에서 업체 폐업으로 몇 군데를 옮겨 다니다가 가장 최근에 근무했던 곳이 동양산업개발이었다. 원청과 하청업체의 계약기간이 6월까지였지만, 갑자기 하청업체 대표의 건강상 이유로 4월 9일 자로 폐업 공고가 났다.
결국 조합원 4명만 고용승계가 안되었어요"폐업 공고가 나고 우리 업체 노동자들을 만나 함께 싸우자고 했어요. 사람들이 쉽게 마음을 열진 않더라고요. 그래도 노동자들이 뭉치려고 하니까 회사에서는 싫어하죠. 업체에서 노동자들한테 다른데 소개 시켜주겠다고 하면서 뭉치려는 사람들을 빼갔습니다. 결국, 조합원 4명만 고용 승계가 안되었어요."조합원을 제외한 취업 의사가 있는 전체 노동자들이 고용 승계가 되었는데, 고연령 등 일반적으로 타 업체에서 안 받아주는 조건의 노동자들도 모두 고용 승계가 되었다. 영수 씨는 회사가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단결하는 것을 깨려 했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번에는 노동조합 때문에 고용 승계가 되었지만, 그게 계속 가지는 않을 거라고 했다. 그는 지금도 사 측의 그런 움직임이 있지만, 고공농성 때문에 섣불리 행동하지는 못하고 있다고 본다.
이력서를 넣어보니 블랙리스트에 뜬 거죠업체 폐업 공고 이후, 전영수씨는 취업을 하기 위해 미포조선 내에 있는 다른 하청업체에 구직 활동을 했다. 이력서를 넣고 전화를 걸고 직접 찾아가본 하청업체만 40군데였지만, 취업이 되지 않았다.
"하청업체에서는 매뉴얼처럼 똑같이 얘기해요. 요즘은 옛날처럼 원청이 관여하는 거 없다고 하죠. 그러면서 또 한편으로는 당신 같으면 받겠냐고 합니다. 한번은 10월까지 일이 많아 탄탄하다는 업체에 지원을 한 적이 있었어요. 매일 잔업 있고, 토요일도 근무하고, 월 300시간 근무가 가능하대요. 퇴직금도 주고요."전씨를 포함한 하청지회 조합원 3명이 이 업체에 이력서를 냈다. 업체에서는 신체 검사받고 출입증 발급에 필요한 서류가 준비가 되면 연락 달라고 했다. 거의 합격이나 마찬가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