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회 회장 아들이 죽어도 이랬을까"

[현장] 부산 '박경근·이현준 열사 투쟁 승리 촛불 문화제' 열려

등록 2017.08.04 20:28수정 2017.08.04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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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스스로 목숨을 끊은 부산경남경마공원 마필관리사를 위한 ‘박경근·이현준 열사 투쟁 승리 촛불 문화제’가 4일 저녁 부산 서면에서 열렸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부산경남경마공원 마필관리사를 위한 ‘박경근·이현준 열사 투쟁 승리 촛불 문화제’가 4일 저녁 부산 서면에서 열렸다. ⓒ 정민규


"젊은 목숨이 얼마나 소중한가. 마사회 회장 아들이 죽었으면 두 달 동안 냉동실에 넣어놓겠나. 10살 먹은 쌍둥이 두고, 39살 부인 두고 얼마나 힘들었으면 내 새끼가 죽겠나"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어머니 주춘옥씨의 울분에 찬 목소리가 4일 부산 서면 밤거리에 울려 퍼졌다. 일이 힘들다는 아들에게 그래도 참으라고 만류했던 어머니는 가슴을 쳤다. 주씨의 아들 박경근은 자신의 일터였던 부산·경남 경마공원 마구간 앞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벌써 두 달 전 이야기다.

그사이 달라진 것은 아들의 동료 이현준씨가 아들이 택했던 것처럼 세상과의 연을 끊었다는 점이다. 어머니뿐 아니라 두 명의 동료를 떠나보낸 노동자들의 분노는 금요일 밤 아스팔트 바닥을 다시 뜨겁게 들끓게 했다.

'박경근·이현준 열사 투쟁 승리 촛불 문화제'에서는 마필관리사들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노동자들은 이번 일을 키운 책임이 마사회에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배일 공공운수노조 수석부위원장은 "박경근 열사가 돌아가시고 잘못했다고, 구조를 바꾸겠다고 얘기했던 두 달 동안 변한 게 뭐가 있나"라고 되물으며 "박 열사가 목숨 던졌을 때 그때라도 이 잘못된 구조를 바꾸려고 노력했다면 이현준은 죽지 않아도 되지 않았겠나"라고 비통해했다.

박 수석부위원장은 "뿌리 깊은 적폐 세력은 청와대와 국회의 힘으로만 되지 않는다"면서 "노동자들이 다시는 죽음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생명을 지키자"고 호소했다.

김재하 민주노총 부산본부장은 정부에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그는 "마사회는 공기업이고 관리·감독하는 건 농림부이며 이를 지휘 감독하는 건 청와대"라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는 청와대"라고 강조했다. 한 시간가량의 집회를 마친 노동자들은 한국 마사회 부산 동구 지사까지 행진을 벌였다. 


마사회와 업체들 근로 위반 확인...마사회 뒤늦은 징계

a  스스로 목숨을 끊은 부산경남경마공원 마필관리사를 위한 ‘박경근·이현준 열사 투쟁 승리 촛불 문화제’가 4일 저녁 부산 서면에서 열렸다. 박경근씨의 어머니 주춘옥씨가 발언하고 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부산경남경마공원 마필관리사를 위한 ‘박경근·이현준 열사 투쟁 승리 촛불 문화제’가 4일 저녁 부산 서면에서 열렸다. 박경근씨의 어머니 주춘옥씨가 발언하고 있다. ⓒ 정민규


앞서 이날 오전에도 공공운수노조는 부산지방고용노동청을 찾아 마사회에 대한 특별 근로 감독과 산업 안전감독, 즉각적인 작업 중지 명령을 촉구했다. 아울러 마필관리사들에 대한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 대책 마련을 함께 요청했다.


박씨의 사망 이후 부산지방고용노동청 북부지청이 벌인 근로 감독에서는 근로 감독 분야 248건, 산업 안전분야 22건의 관련법 위반 혐의가 발견됐다. 이번 조사는 지난 6월 28일부터 7월 28일까지 마사회 부산·경남본부와 마방 등 32개사를 대상으로 벌인 것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32개 회사 전체가 54명에 대해 연차수당 1289만 원가량을 주지 않는 등 근로 감독 분야 위반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 식대와 팀장 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마사회 부산·경남본부가 산업재해가 발생해도 이를 보고 하지 않았다는 점도 추가로 드러났다. 부산지방노동청은 이들 업체에 과태료 5530만 원을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노조는 임금 등 일부에 초점을 둔 근로감독 보다는 전방위 감독이 절실하다고 요구한다. 노조 측은 "산업안전보건법에는 중대 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에 대해 고용노동부가 작업중지 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음에도 노동부는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마필관리 업무에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아 연이은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비판했다.

한편 소극적인 대처와 은폐 의혹으로 비난을 받아온 마사회는 뒤늦게 관련자들에 대한 징계성 조치에 나섰다. 마사회는 이날 마사회 부산·경남본부장과 부산·경남경마처장을 직위를 해제하고 인사부 대기 발령했다.

마사회 부산·경남본부장은 최근 마필관리사의 빈소를 찾아 "이번에는 조용히 보내드리자"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져 논란을 불러일으킨 인물이다. 이를 두고 노조는 "여전히 책임회피에만 몰두해 있는 마사회의 인식 수준"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관련기사 : 마필관리사 연이은 죽음도 '조용히' 넘기자는 마사회)
#마필관리사 #마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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