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정훈
'사람들이 많이 올까?'
오는 길에 아는 분에게 얻은 복숭아를 들고 경산시청 별관에 도착한 건 8월 24일 저녁 6시께. 복숭아 숫자를 헤아렸다. 40개. 사람들이 이 정도만 와도 성공이다. 문명고에서 근무하시는 선생님도 오셨다. 모르는 분보다 아는 분이 더 많다. 이런 분위기라면 복숭아 수만큼은 오지 않을 듯하다.
"오시려고 했던 학부모들이 못 오셨습니다. 비록 시작은 미약하지만 앞으로 경산 교육 발전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라는 경산교육희망만들기 최 대표의 인사말이 딱 어울린다.
저녁 7시 조금 넘어 행사를 시작했다. 다부초등학교 신창현 전 운영위원장이 강의를 시작했다. 학교와 학부모의 소통과 협력, 때로는 견제를 통해 경북 칠곡의 폐교 직전이었던 학교를 혁신학교로 만든 사례를 설명했다. 혁신학교는 성적 위주의 교육이 아니라 학생 성장 중심의 교육을 실현하는 학교다. 이런 학교는 그냥 만들어지지 않았다. 교사는 물론이고 학부모들의 대단한 노력이 뒤따랐다.
신창현 전 위원장은 학교나 교사와 대립할 때보다 학부모가 학교나 교사에게 어떻게 대립할 수 있느냐는 말을 학부모에게서 들을 때 더 힘들었다고 한다. 전교조의 노력으로 학교운영위원회를 만들어 놓고는 방치하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는 말로 마무리를 했다.
다음은 내 차례. 경북도교육청의 학교운영위원회 구성 현황 자료를 분석하고 경산지역 사립학교 홈페이지를 직접 조사해 학교운영위원회 운영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학교 구성원의 의사에 반하는 문명고의 한국사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지정 과정에서 드러난 비민주적인 학교 운영 행태는 경산지역 사립학교 전반의 문제였다. 물론 문명고는 특히 심한 듯 보였다.
학교운영위원회 구성 실태는 경산의 공립은 물론이고 경북 전체 학교도 비슷하다는 설명을 했다. 10분 만에 끝내기로 했는데 하고 싶은 말이 많아 약속 시간을 훌쩍 넘기고 말았다.
"학교에서 민주주의가 잘 이루어지지 않듯이 교실에서는 교사가 왕처럼 군림하는 경우도 많다. 학생의 자치가 실현될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라는 전교조 경산지회장의 발언으로 토론이 시작됐다.
소외당하는 장애인 교육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고 경산에서 학교자치가 바로 서고 학생 성장이 중심이 되는 모범 사례로 혁신학교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경산의 교육과 관련해서 여러 제보가 들어오는데 의논할 수 있는 장이 없다"는 경산시의회 엄정애 의원의 말에 다들 공감했다. 그런 이유로 문명고와 같은 부끄러운 사례가 생겼고 또 그런 이유로 경산교육희망만들기라는 단체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경산시민의 눈으로 보는 학교자치'라는 제목을 내건 이번 워크숍은 경산교육희망만들기, 전교조 경산지회, 경북혁신교육연구소 '공감'이 공동으로 개최했다.
"경산이나 경북 교육에서 이제 학교자치와 더불어 마을교육공동체를 고민해야 할 시기입니다. 명품교육이라는 이름으로 교육을 상품화하고 도교육청이 일방적으로 공급하는 방식이 아니라 학교와 마을이 함께 만들어가는 교육공동체를 계획하고 실천을 준비해야 합니다"라는 경북혁신교육연구소 '공감'의 이찬교 소장 발언으로 행사는 마무리되었다.
비록 참석자가 많지는 않았지만 풀 죽을 순 없다. 이제 시작이기 때문이다. 문명고 사례를 교훈 삼아 경산에서 학교자치의 희망을 여는 발걸음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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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경북 경산진량초 행정실에 근무하고 있으며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교육청본부 경북교육청지부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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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이] 문명고 사례 교훈... 경산학교자치 희망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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