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는 수 없죠! 자연과 나눠 먹어야지요!"

수수를 거두는 농부 마음에도 넉넉함이 있다

등록 2017.09.25 14:06수정 2017.09.25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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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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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갑남


하천변에서 수수를 거두는 이웃동네 아주머니 손놀림이 빠릅니다. 키다리 수수의 허리를 휘어잡고 낫으로 수수모가지를 싹둑 자릅니다.


섣불리 가꾸지 않는 하천 둑 유휴지를 활용해 수수를 심어거두는 부지런한 농심이 엿보입니다.

"아주머니, 수수 잘 여물었어요?"
"잘 여물기는 했는데..."


아주머니 대답이 썩 밝지는 않습니다. 말끝이 흐려집니다.

"근데, 새떼가 극성을 부렸어요!"
"날짐승들이요?"
"그렇다니까요. 이거 쭉정이 안보여요?"
"정말 그러네!"


아주머니가 보여준 수수모가지를 보니 새떼들 피해가 상당합니다. 어떤 수수모가지는 쭉정이만 남아 있네요. 설마 새 녀석들이 먹으면 얼마나 먹을까 했는데...


의아한 표정을 짓는 내게 아주머니가 묻습니다.

"수수모가지 나올 때 양파망을 씌우는 거 봤죠? 오죽하면 양파망까지!"
"아주머니도 망이라도 씌우시지?"
"씌우면 씌우겠지만..."
"어쨌건 피해를 막아야죠!"
"막아야하긴 하는데... 하는 수 없죠! 자연과 나눠먹어야죠. 아무렇게 해도 우리가 녀석들보다 훨씬 많이 먹는 걸요!"



수수를 거두는 손길에 고단함이 묻어있는 가운데도 "하늘이 주는 대로 먹는다!"는 아주머니 말씀에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농부님의 여유가 느껴집니다.

자전거를 타고 지나는 내 등 뒤에다 아주머니는 부탁 아닌 부탁을 합니다.

"그나저나 우리 수수방아 잘 찧어놓을 테니, 이웃들한테 선전이나 잘 해주시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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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마니산 밑동네 작은 농부로 살고 있습니다. 소박한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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