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 해변을 따라 들어 선 월성 원전 1, 2, 3, 4 호기(왼쪽부터).
윤연정
지진 난 지 한참 뒤에야 나온 안내방송은 "모두 인근 학교로 대피하라"고 했지만, 정작 학교 문은 잠겨 있어 들어갈 수 없었다. 동네 사람들은 인근 공원 등 건물이 별로 없는 곳에 모여 불안한 시간을 보냈다.
"(또 지진 날까봐) 생존배낭 안에 필요한 거 다 챙겨서 준비해 뒀어요."
주현이는 지진 당일 집에 있던 가방에 생수 4병과 조리된 밤, 응급처치 도구, 방사능 대피 요령 안내문 등을 넣어 생존배낭을 만들었다. 예전에 학교에서 재난에 대비할 생존배낭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들었던 게 생각나 스스로 챙겼다고 한다. 이후 수백 회의 여진이 이어지는 동안 주현이는 배낭을 항상 현관문 앞에 놔두고,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 등 필요한 내용물만 바꿔 채웠다.
학교에서도 주현이와 친구들은 신경이 곤두서 있다. 차 소리만 좀 시끄럽게 나도 "지진인가?"하고 주위를 둘러본다. 하지만 학교 차원에서 아이들을 위한 심리치료나 체계적인 재난 대비 훈련 등 후속조치는 없다. 지진 대비 차원에서 각 반 교사의 인솔 아래 계단으로 대피해 운동장에 모이는 연습을 몇 번 한 게 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