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국관리사무소가 미등록으로 체류하던 이주아동들이 자진출국하려 하자 최대 100만원에 달하는 과태료를 내기 전에는 나갈 수 없다며 저지 당하는 사례가 있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주와인권연구소, 공익법센터 어필, 아시아의친구들, 이주노동자 차별철폐와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공동행동, 이주인권연대 등 55개 단체들은 24일 법무부 장관 앞으로 질의서를 보내면서, 이주아동들의 사례를 언급했다.
이주와인권연구소가 든 사례는 두 가족이다. 베트남 국적의 7세, 3세, 1세 남매는 보호자인 외할머니와 함께 지난해 12월 12일 자진출국하기 위해 김해공항을 찾았다가 출입국관리사무소로부터 저지당했다. 사무소측은 과태료 220만원을 내지 않으면 출국할 수 없다고 했다.
세 남매는 국내에서 태어나 외국인 등록을 하지 못한 채, 김해에서 살아 왔다. 세 남매의 아버지는 2년 전 강제출국 되었고, 어머니는 국내에서 한동안 연락이 되다가 끊긴 상태다. 이들은 이웃의 도움으로 근근이 생활하다 베트남행 비행기를 타려고 했지만, 제지 당해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들은 다행히 이주민인권단체의 도움으로 이후 부산출입국관리사무소 김해출장소를 방문해 220만원이던 과태료를 84만원으로 감경 받았다.
하지만 이들은 항공권을 다시 구입하는데 67만원의 비용이 들어, 총 151만원이 필요하게 되었다. 그 비용은 인권단체와 시민들의 후원으로 겨우 충당할 수 있었고, 지난해 12월 16일 마침내 출국할 수 있었다.
비슷한 사례가 인천공항에서 지난해 12월 14일 있었다. 국내에서 난민 신청이 불허된 뒤 체류기간 연장허가를 받지 못한 채 안산에 거주하고 있던 우간다 국적의 5세, 3세, 1세 자매가 어머니와 함께 출국하기 위해 공항을 찾았다가 출입국관리사무소로부터 85만원을 납부할 것을 요구받는 사건이 발생했다.
세 자매는 모두 국내에서 태어났다. 이주와인권연구소는 "아동구호단체의 후원금으로 생계를 유지하며 몇 달을 모아 비행기 삯을 겨우 마련했던 어머니는 영문도 모른 채 출국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출입국관리사무소가 이들한테 납부를 요구한 것은 17세 미만의 아동이 출입국관리법에 따른 외국인등록이나 체류기간 연장을 하지 않은 경우에 그 부모나 보호자에게 부과하도록 되어 있는 과태료였다.
출국을 저지 당한 가족은 이미 살던 집의 계약이 끝나고 모든 짐을 뺀 상태라 갈 곳이 없었다. 어머니가 과태료 85만원과 항공권 재구입비용 100여만 원을 여기저기에서 빌려 마련하는 동안, 네 가족은 추운 겨울 무거운 짐을 끌고 지인들의 집을 전전하며 3주 이상을 보내야 했고, 이들은 지난 1월 6일경 출국했다.
55개 단체, 법무부 장관 앞으로 공개질의서 보내
출입국관리법 등 현행 규정은 국내 출생인데 미등록이면 벌금과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되어 있다. 국내 체류를 인정받으려면 해당 국가의 대사관에 출생신고를 해서 비자를 신청해야 한다. 그런데 우간다는 우리나라에 대사관이 없다.
이주와인권연구소는 "현행 법제도는 미등록으로 체류하고 있는 이주민의 자녀에게 외국인등록이나 체류기간 연장을 허용하지 않는다"며 "해당 아동들의 부모는 고의로 법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 법이 규정한 의무를 다할 수 없는 상황에 있었던 것"이라 했다.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부모에 의해 한국에서 태어나 체류하게 된 어린 아동들이었다.
이 단체는 "2003년부터는 국내에서 미등록으로 체류하다가 자진출국을 하는 사람에게 벌금을 면제해 주고 있다"며 "미등록 체류자를 찾아내고, 단속하고, 구금하고, 공항까지 이송해서 출국시키는 것에 비해 스스로 출국하도록 유도하는 편이 행정력 낭비를 막는데 훨씬 효과적이기 때문"이라 했다.
이 단체는 "이 사건의 아동들은 1~7세로 나이가 어렸고, 법을 위반하려는 의사가 없었고, 과태료 부담 능력도 없었고, 무엇보다 자진하여 출국하고자 했지만, 과태료 면제 조항이 없다는 이유로 1인당 적게는 9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 당했다"고 했다.
이주와인권연구소는 "부모가 미등록 체류자라는 이유로 국내에서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으면서, 부모가 과태료를 내지 못한다는 이유로 출국조차 하지 못하게 막는 모순된 행정으로 얼마나 많은 이주아동들이 고통을 받아왔는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그 중 일부는 어떻게든 과태료를 마련해 출국했겠지만, 나머지는 출국을 포기하고 여전히 한국에서 불안한 생활을 하고 있을 것"이라며 "출입국 당국은 미등록 체류 이주아동들에게 합법적으로 체류할 기회를 주든지, 아니면 안전하고 신속하게 출국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든지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 덧붙였다.
55개 단체는 법무부 장관한테 보낸 질의서를 통해 "미등록으로 체류하고 있는 이주아동들에게 합법적인 체류 자격을 부여할 수 없다면, 최소한 이들이 자발적으로 출국하려고 할 때 안전하고 신속하게 출국할 수 있는 절차가 제공되어야 할 것"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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