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추피추가 내게도 대면을 허락했다. 나는 세상에 용기와 결단만으로, 열정과 충동만으로는 불가능한 일들이 있다는 것을 안다. 내가 마추픽추에서 지금 깊은 숨을 들이킬 수 있는 것은 내가 알지못하는 모든 것들이 허용되어져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강복자
새벽 1시에 일어나니 비가 내리고 있다. 새벽에도 빗발이 보일 만큼 주룩주룩 쏟아지는 비는 마음을 짓눌렀다. 하필 태양의 도시, 마추픽추를 찾아가는 날 작달비라니...
여정을 미룰 수도 없는 상황에서 날씨에 따라 일희일비할 수도 없는 일, 다시 잠을 청했지만 잠들지 못했다. 결국 다시 새벽 2시에 잠자리를 박찼다. 잠이 오지 않는 상황에서 잠을 청하는 대신 잠을 깨우는 방식으로 불면을 길들여왔다. 명상이나 독서는 오히려 숙면을 위한 내 나름의 처방이다.
고산병을 진정시키는 마법의 효과를 기대하면서 코카 차를 마셨다. 그리고 내가 이곳에 있게 된 연유를 상기해 보았다. 이곳의 나는 내 용기 때문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양보였음이 더 선명해졌다. 창밖의 퍼붓는 빗줄기도 더 이상 내 마음을 휘두르지 못했다.
새벽 5시, 어제 예약해 둔 택시를 타고 마추픽추 바로 아랫마을 아구아스 칼리엔테스(Aguas Calientes)행 기차를 탈 오얀타이탐보(Ollantaytambo)로 향했다. 오얀타이탐보의 해발고도는 2797m, 3399m 쿠스코에서는 70km의 내리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