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병사 처벌하는 야만적 조항, 이제는 폐지해야

[주장] 군형법 92조의 6이 문제인 이유, 그리고 네번째 헌재 결정에 집중해야 할 이유

등록 2018.07.03 10:33수정 2018.07.03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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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 등 시민사회 인권단체 회원들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동성애 처벌법 군형법 제92조의 6 폐지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성소수자 군인의 처벌 중단과 동성애처벌법 군형법 제992조의 6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 등 시민사회 인권단체 회원들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동성애 처벌법 군형법 제92조의 6 폐지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성소수자 군인의 처벌 중단과 동성애처벌법 군형법 제992조의 6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최윤석

헌법재판소는 군형법 92조의 6(이하 92조의 6)과 관련하여 2002년, 2011년, 2016년 세 차례의 위헌법률심판에서 세 번 모두 합헌을 결정한 바 있다. 92조의 6은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명시한 법이다.

헌재는 2016년의 결정에서 '그 밖의 추행'을 "일반인에게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한 동성 군인 사이의 성적행위"로 규정했으며 "군의 특수성과 전투력 보존을 위한 제한으로 동성군인을 이성군인에 비해 차별 취급할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밝혔다.

92조의 6은 동성 군인 사이의 성관계가 합의하에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처벌한다. 애초에 동성 간의 성관계가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도덕관념에 반하'는 것이라는 관점 자체가 이 조항이 성소수자 군인을 타겟팅하고 있다고 비판받는 이유다.

야만적이고 구시대적인 법 조항, 왜 사라져야 하냐고?

물론 세 차례 심판을 거치면서 2002년 7대 2에서 2016년 5대 4로 위헌 의견이 점차 늘어났지만, 분명한 것은 결과적으로는 성소수자를 바라보는 사회 일반의 인식('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한다')과 다르지 않으며 아직도 이 조항 때문에 처벌받는 군인들이 많다는 것이다. 군인권센터가 펴낸 <군인권센터 2017년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조항으로 피해를 받은 군인의 수가 2016년 2건에서 2017년 22건으로 11배 증가했다. 이 증가폭은 소위 'A대위 사건'이라고 불리는 육군 성소수자 색출 사건이 수면위로 떠오르는 과정에서 나타난 현상이다.

아직도 92조의 6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대해 편견을 갖고 접근하는 사람들이 많다. 악의적으로 왜곡, 폄하하는 경우부터 정말로 몰라서 그러는 경우까지 다양하다. 성소수자의 인권이 '합의'의 대상이 될 수는 없는 만큼 92조의 6을 폐지하는 것은 인권운동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고, 여기서 물러나는 것은 인권의 후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인권이 보호받아야 할 권리라는 데에 동의한다면 92조의 6 폐지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군대'라는 공간의 특수성을 들어 이 조항의 존재를 정당화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크게 네 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 92조의 6은 징계처분으로도 규제가 가능한 행위를 형사처벌로 규제하고 있다. 즉, 현재 군대 내 이성 간 합의하의 성행위 중 군기강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위는 형사처벌이 아니라 군인사법상의 징계처분이나 전역조치 등으로 규제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유독 동성 간 합의하의 성행위는 징계처분을 넘어선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헌재의 결정에서 성소수자 군인과 비성소수자 군인을 이 문제에 있어 다르게 취급해야 할 이유가 있다고 한 것 역시 차별이다.

둘째, 92조의 6은 실제로 동성 간 성관계가 군기강을 해쳤는지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는다. 사례로 살펴보자. 지난 2010년 레바논 파병 중인 국군 동명부대에서 남녀 장교끼리 군 내에서 성관계를 했다가 적발된 사건은 징계에 그쳤다. 하지만 1999년 휴가 중 자신의 집에서 합의 하에 성관계를 한 동성 군인 커플은 92조의 6에 의해 형사처벌을 받았다. 휴가를 나온 군인의 집이 엄격한 군기강이 필요한 공간도 아니고, 필요하다는 것을 증명할 수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셋째, 미국의 경우를 살펴보자. 이미 미국의 통일군사법전(The Uniform Code of Military Justice, UCMJ) 제125조는 군인에 대하여 '비자연적'인 성적 교섭을 금지할 것을 골자로 하는 조항인데, 2013년에 UCMJ 제125조 중 합의한 동성 간 성관계를 금지하는 내용을 삭제했다. 또한 '성정체성을 묻지도 말하지도 말라'라는 원칙인 DADT(Don't Ask, Don't Tell)이 2011년 폐지된 이후 자신의 성정체성을 '말한'(커밍아웃한) 성소수자 군인도 차별 없이 군에서 복무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넷째, 국방부 훈령인 '부대관리훈령'은 성소수자 병사의 인권을 보호하고 다른 병사들과 마찬가지로 군복무를 할 수 있도록 제반여건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부대관리훈령 제253조 1항은 "동성애 성향을 지녔다는 이유로 차별받지 아니한다" 라 하고 있으며, 제254조 1항은 "지휘관 등은 병영 내 병사들에 대하여 성지향성 설문조사 등을 통해 적극적인 동성애자 식별 활동을 할 수 없다"라 하고 있다.

군형법 92조의 6 폐지는 인권을 위한 발걸음

결국 92조의 6에 의해 동성 군인 간 성관계를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작금의 상황은 성소수자 병사의 인권이나 군복무를 위한 여건을 보장해주지 않는 것에 다름없다. 1년 전 발생한 A대위 사건을 예로 들어보자. 당시 게이 데이팅 어플을 뒤지면서 게이를 색출하고, 수사 과정에서 성관계에 대한 모욕적인 질문들을 서슴없이 했었던 것이 군인권센터의 기자회견에서 폭로되었다. 부대관리훈령의 어겨가면서 까지 누군가의 성정체성을 범죄화하려고 했었던 국방부의 의지가 엿보이는 부분이다.

최근 인천지방법원 형사8단독은 군형법 제92조의6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성소수자 군인 7명도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네 번째 위헌법률심판이 다가오고 있는 지금, 과연 헌재는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가. 군형법 92의 6을 그대로 두는 것은 상술한 바와 같이 인권문제를 도외시하는 것이다. 이제는 구시대적인 법이 사라질 때도 되었다.
덧붙이는 글 10년째 군형법 제92조의6 추행죄 폐지와 군인 성소수자 인권을 위하여 노력하고 있는 '군 관련 성소수자 인권 침해 차별 신고 및 지원을 위한 네트워크(군관련성소수자네트워크)'에서 군형법 제92조의6 폐지 캠페인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캠페인단이 성소수자 색출사건 1년을 맞이하여 준비한 기사입니다.
##군령법92조의6 ##성소수자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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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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