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5-1번은 심야버스로의 기능도 해냈다. 새벽이 깊어가면 갈수록 1005-1번을 기다리는 시민들의 줄은 길어져만 갔다.
박장식
1005-1번이 일대에서 차지한 위치는 점점 다른 광역버스로 이어졌다. 1005-1번의 급행 지선이 9000번이 되어 28대를 가져갔고, 서판교, 용인, 광주 일대에서 출발하는 노선들도 1005-1번의 인가 대수를 가져갔다. 그럼에도 1005-1번은 2000년대 이후에도 10여 년간 분당과 서울을 잇는 대표 버스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1005-1번의 위세는 신분당선 개통에 꺾였다. 2011년 개통된 신분당선은 1005-1번이 주요 수요처로 삼던 강남과 분당 간의 소요시간을 1005-1번의 30여 분에서 16분으로 대폭 단축했다. 소요시간을 무기로 성장한 버스가, 더욱 빠른 소요시간과 정시성을 무기로 한 철도노선과 경쟁에서 패배한 것이었다.
결국 점점 이용객이 줄었다. 심야 수요 역시 2013년 올빼미버스가 생겨나며 큰 타격을 입었다. 실제로 경기도 교통 통계에 따르면 2014년 매일 8300여 명이 이용한 1005-1번은 2018년 2400여 명으로 3분의 1토막이 났다. 결국 10월 27일은 1005-1번 버스의 마지막 운행날이 됐다.
지금의 광역버스 있게 한 일등공신
시대의 흐름을 타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1005-1번은 지금의 광역버스가 있게 한 일등공신이라 할 수 있다. 이 노선을 기점으로 좌석버스들이 고속도로와 고속화도로 위에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했고, 한 도시와 다른 도시를 빠르게 잇는 광역버스의 개념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대중교통 운영에서 발상의 전환이 큰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사실 역시 증명했다. 1005-1번의 시도가 성공하지 못했다면 교통카드로 편리하게 타는 광역버스 대신, 복잡한 좌석버스나 비싼 시외버스가 아직도 수도권 교통망을 형성하고, 신도시의 필수요소라는 광역급행버스도 도입되지 못했을 것이다.
광역노선을 철수한 지 1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인천 삼화고속이 회자되고 있듯 '분당의 1005-1번'이 앞으로도 사람들의 추억거리가 되지 않을까. "그 김주혁 나오고 이요원 나오던 영화에도 나왔던 그 버스, 나도 소싯적에 만날 타고 다녔는데..."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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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이야기를 찾으면 하나의 심장이 뛰고, 스포츠의 감동적인 모습에 또 하나의 심장이 뛰는 사람. 철도부터 도로, 컬링, 럭비, 그리고 수많은 종목들... 과분한 것을 알면서도 현장의 즐거움을 알기에 양쪽 손에 모두 쥐고 싶어하는, 여전히 '라디오 스타'를 꿈꾸는 욕심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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