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에 공주고에 고 김종필 전 총리의 흉상을 건립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교직원 및 시민단체의 흉상건립 반대 시위가 계속 이어졌다.
김종술
심지어 현재 일본이 하루가 다르게 수위를 높여가는 독도 영유권 주장의 빌미를 만든 1965년 당시 국무총리였던 정일권과 일본 자민당 부총재였던 고노 이치로가 체결했다는 '독도 밀약'의 당사자로 지목돼 '매국노' 소리까지 듣는 자입니다. 이런 김종필이 공주고등학교 동문이라는 것은 자랑이 아닌 수치요, 차라리 감추고 싶은 기억입니다. 그런데 총동문회에서 이런 김종필의 흉상을 다른 곳도 아닌 모교 교정에 세운다고요?
학교 교정의 동상은 그 학교의 정체성과 관련이 있습니다. 현재 공주고등학교 교정엔 그 누구의 동상도, 흉상도 없습니다. 이것은 그동안 학교를 빛낸 위인이나 유명인이 없어서가 아니라, 공주고등학교가 단순한 사립학교나 특정인에 의해 어떤 목적을 갖고 세워진 학교가 아닌, 100년의 역사와 전통을 가진 공립학교라는 공적인 공간이기에 신중에 또 신중을 기해왔기 때문입니다.
이런 공주고등학교에 누군가의 동상을 세운다는 것은 앞으로 공주고등학교의 2만 8천여 동문뿐만 아니라 600여 명의 재학생, 그리고 학교가 문을 닫을 때까지 다니게 될 수많은 예비 학생들 모두가 동상의 주인공을 기리고 따르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김종필의 흉상을 세우겠다구요? 군부독재정권의 하수인이자, 민족의 반역자이자, 매국노를 기리자고요? 이게 정녕 공주고등학교가 지향해야 할 정체성입니까? 김정필이 정말 공주고등학교가 영원히 기억하고 기릴 자랑스러운 역사입니까?
김종필이 학교에 수십억 원, 수백억 원 기부해서 건물이라도 하나 세워줬답니까? 대체 이런 중차대한 일을 결정권 수 있는 권한이 누구에게 있습니까? 동문들이 직접 뽑지도 않은 총동문회가 과연 이것을 결정할 수 있습니까? 누가 허락한 일입니까? 누가 의도한 일입니까?
최근 몇 년 동안 벌써 3번이나 이런 시도가 있었습니다. 불과 2년 전에도 총동문회에서 김종필 흉상을 건립하겠다고 일방적으로 추진해 이에 반대하는 동문들뿐만 아니라 공주고등학교의 교사, 학생, 학부모, 지역시민단체들이 절대반대운동을 펼쳤습니다. 그 후 이 문제는 일단락된 것으로 보였는데, 이제 또 하겠답니다. 이번엔 반드시 하겠답니다. 대체 누굴 위한, 누구에 의한 흉상 건립입니까?
전, 자랑스러운 大공주고등학교의 졸업생으로서 모교 교정에 김종필 흉상 세우는 것을 절대 반대합니다. 만약 끝까지 김종필 흉상이 세워진다면, 전 앞으로 그 흉물이 사라질 때까지 절대 모교를 방문하지 않겠습니다! 모교와 동문회에서 추진하는 그 어떤 행사에도 참여하지 않겠습니다!
그동안 돈 없고 힘없는 한 명의 동문이지만, 교사로서 지역민으로서 나름대로 애정을 갖고 학교와 후배들을 위해 노력해왔다 생각합니다. 만약 김종필 흉상이 세워진다면, 마음 아프지만, 앞으로는 절대 나서지 않겠습니다. 그날의 치욕을 생각하며 눈물이나 삼키겠습니다.
그리고 공주고등학교 출신임을 부끄러워하고 또 부끄러워하겠습니다.
부디 동문회와 학교 관계자분들이 보다 현명하고 크게 생각해주길 빌고 또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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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상이 뭐라고? 공주고 출신이란 게 부끄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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