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보도로 직원들 명예 실추" 14개 반박문 올린 서부발전

[단독] 홈페이지에 직원 대상 문서 올려... 경찰 신고 지연 등에 '오해' 설명

등록 2019.01.14 19:43수정 2019.01.14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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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부발전 사측이  '사고 관련 의혹에 대한 사실 확인' 게시 글을 통해 14개 사안의 보도 내용을 반박하고 있다.
서부발전 사측이 '사고 관련 의혹에 대한 사실 확인' 게시 글을 통해 14개 사안의 보도 내용을 반박하고 있다.심규상
 
 
 한국서부발전에 올라온 내부 직원용 팝업.
한국서부발전에 올라온 내부 직원용 팝업. 심규상
 
태안화력 비정규직 고 김용균 사망사고와 관련, 한국서부발전(주)(사장 김병숙)이 14가지 언론 핵심 보도를 부정하는 글을 내부 직원들에게 올린 사실이 확인됐다. 

해당 글에서 서부발전은 그간 언론 보도를 "오해" 혹은 "하청업체의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한국서부발전은 사고 일주일 만에 올린 사과문에서 '조사 결과에 따른 응분의 책임을 지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이달 들어 서부발전 상임감사위원은 직원들에게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생명 안전'은 우리 곁에 머물지 않는다"며 "조직문화 혁신"을 주문하기도 했다.

서부발전, A4 14장 문서로 '김용균 보도' 반박

한국서부발전은 지난 12일 서부발전 직원들만 볼 수 있는 홈페이지 내부 게시판에 고 김용균 사망사고와 관련한 언론 보도 14개 핵심사안을 부인하는 글을 게시했다.

이날 서부발전은 홈페이지에 직원들만 볼 수 있는 팝업창을 올리고 별도의 붙임 문서도 함께 공개했다. '사고관련 의혹에 대한 확인 공지'에서 서부발전은 "이번 사고와 관련 잘못된 정보가 마치 사실인 양 확산돼 직원들의 명예가 실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A4 14장짜리 PDF로 된 '사고 관련 의혹에 대한 사실 확인' 붙임문서는 14개 사안의 언론 보도를 반박하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먼저 서부발전은 '사망자가 발견된 후 경찰 신고를 1시간 지연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현장에 출동한 구급차 구조사가 방재센터 소방사에게 경찰 신고를 요청했지만 소방사가 이미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잘못 알아들어 지연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구조사와 소방사간 의사전달이 잘 안 돼 생긴 문제'라는 것이다.


사측의 해명에 따르더라도 회사 측이 왜 직접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사망자 수습 중에도 관리자의 지시로 컨베이어 벨트를 가동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담당 관리자는 전화한 사실이 없다고 한다"라며 "그런데도 컨베이어 벨트를 가동한 사유에 대해서는 고용노동부가 조사 중"이라고 해명했다.


서부발전 측은 사고 당일 오전 5시 37분, 고용노동부로부터 작업 중지 명령을 받았지만 이날 오전 7시 50분까지 1시간여 동안 컨베이어 벨트를 가동했다. 이에 대해 서부발전은 '가동한 건 맞지만 이유는 모르겠다'고 답변한 셈이다.

'2018년에만 비용 3억 원을 이유로 28차례에 걸친 설비개선 요구를 묵살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지난해 설비개선을 위해 51억 원을 집행했다"며 "28건의 개선요청건수를 28차례로 잘못 보도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2인 1조 점검을 요구해온 노동자들의 요구를 외면했다'는 보도에는 "협력업체에서 2인 1조 인력증원을 요청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서부발전의 석탄취급설비의 현장작업수칙에는 2인 1조 근무규정이 없다"며 "다만 협력업체에서 안전을 위해 2인 1조 점검지침을 마련해 자체 운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산업안전보건법이나 서부발전 자체규정에는 2인 1조 규정이 없어 규정위반이 아니라는 데 방점이 찍힌 해명이다.
  
 한국서부발전이  지난 12일 서부발전 내부 직원들이 볼 수 있는 홈페이지 게시판에 '사고관련 의혹에 대한 확인 공지' 제목의 글을 통해 그동안 고 김용균 사망사고와 관련된 언론보도 내용을 모두 부인하고 있다.
한국서부발전이 지난 12일 서부발전 내부 직원들이 볼 수 있는 홈페이지 게시판에 '사고관련 의혹에 대한 확인 공지' 제목의 글을 통해 그동안 고 김용균 사망사고와 관련된 언론보도 내용을 모두 부인하고 있다.서부발전 누리집
 
하청 업체에 책임 떠넘기기도

서부발전은 '사고 현장을 물청소해 증거를 인멸한 의혹이 있다'는 언론 보도에는 "협력업체의 하도급업체가 컨베이어 진입통로 입구를 청소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서부발전 측과 무관함을 강조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방문에 앞서 현장 환경 은폐를 위해 물청소를 했다'는 보도에는 "통상적으로 석탄갤러리 물청소는 주간에 시행하나 협력업체에서 5~8호기 석탄이송타워 내부 물청소를 야간에 자체 시행했다"며 "민주당 대표의 방문과 무관한 장소이고 서부발전 측의 작업지시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는 '서부발전 관계자의 지시로 물청소를 했다'는, <오마이뉴스>가 확보한 내부 제보 내용과도 다른 것이다.

서부발전은 '제어실 컴퓨터에서도 관련 기록이 삭제돼 비상정지장치 점검을 부실하게 한 의혹이 있다'는 보도에는 "비상정지장치 작동기록(2018년 10월 11일)은 있지만 운전기록은 저장기간(약 5주)이 지나 삭제돼 제출하지 못한 것으로 점검 당시에는 합격통지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2018년 컨베이어 벨트 일일점검일지는 협력업체 제어실 컴퓨터가 고장 나 10월 15일 이후 일지만 남아 있다"고 밝혔다.

서부발전 측은 이밖에도 '컨베이어벨트 비상정지장치 점검 소홀 의혹' 등 나머지 언론 지적 내용도 전면 부인했다.

발전노조 "다 노동자들 잘못이란 말이냐"

이에 대해 발전 노조 관계자는 "고용노동부의 조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는데도 사측이 서둘러 별도 입장을 낸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사측의 공지문을 보면 사고 원인과 이후 대응이 모두 내부 노동자들과 언론의 오해 또는 하청업체가 잘못한 것으로 돼 있다"며 "사실관계를 재확인해 조만간 의견을 내겠다"라고 밝혔다.

서부발전 측은 공지문에서 "내부 직원들조차 사실 관계를 오인하는 경우가 많아 오해를 불식시키고 올바른 정보를 공유하고자 사실 확인 내용을 직원들에게 알린다"고 강조했다.

서부발전 측 "직원들 명예 실추돼 바로 잡자는 것"

서부발전 관계자도 "사실과 다른 보도로 직원들의 명예가 실추돼 바로 잡자는 취지일 뿐 다른 의도는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부발전 직원들만 글을 쓸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인 블라인드(Blind, 익명성이 보장돼 기업 직원들이 회사 내부 문제 등을 공유하는 애플리케이션)와 한국발전산업노조 게시판에도 고인은 물론 유가족을 폄훼하고, <오마이뉴스> 보도와 관련 기자를 근거 없이 비방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서부발전은 이에 대해서는 별도의 조치를 하지 않았다. 

서부발전 관계자는 "노조 홈페이지와 블라인드에 근거 없는 비방과 욕설이 난무해 자체 정화가 필요하지만 익명성이 보장돼 대처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 #고 김용균 #반박 #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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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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