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뒤늦게 합류한 딸에게 텃세부린 고양이랍니다.
임현철
"아버지. 재밌는 이야기 하나 할까?"
집에 온 딸, 밥 먹는 아빠 옆에서 재잘재잘 애교를 부립니다. 평소 같으면 웃음기 가득한 얼굴에 시원하게 찬물 한 바가지 끼얹었을 겁니다. "시끄럽다"고. 그럼, 딸은 뾰루퉁해 "다른 집은 딸이 옆에서 말 걸어주는 것도 감지덕진데, 아빠는 왜 그래. 대체 뭘 믿고 그래. 우리 집은 바꼈다니깐!" 했겠지요.
이번엔 참습니다. 오랜만에 보는지라. 얼굴 못 본 공백을 메울 소통이 필요하니까. 하여, 소통 방법을 달리합니다. "우리 딸에게 무슨 재미난 이야기가 있을꼬?"라고 맞장구쳤더니, 기가 완전 삽니다.
"친구가 집에 고양이를 키워. 근데 고양이가 나를 얕잡아 보는 거야. 내가 그 집에 뒤에 합류했잖아. 고양이도 텃세를 부리더라고."
"그래? 거 참 재밌네."
"참치를 먹기 위해서라면..."
"한번은 참치 통조림을 혼자 먹는데 고양이가 옆에서 달라고 귀찮게 하잖아. 고양이를 탁 밀쳤더니, 어쩐지 알아?"
"뭐야. 이야기라더니 수수께끼야?"
"다른 때 같으면 바로 반발했을 텐데, 웬일인지 얌전히 있더라고. 그게 얼마나 재밌던지. 더럽고 아니꼬와도 맛있는 참치를 먹기 위해서라면 이런 수모쯤은 견딜 수 있다 하는 폼이더라니까."
"삶의 제1 법칙. 모든 생명은 먹어야 산다."
"고양이가 기다리든 말든 무시하고 모른 척, 그냥 혼자 참치를 다 먹었어. 그랬더니 고양이 반응이 어땠을까?"
"…"
기습적인 질문. 사람이 어찌 고양이 마음까지 읽을꼬. 그러나 모든 생명은 하나로 통하는 게 있습지요. 알면서 모르는 척 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