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버지의 난민 인정 재심사를 기다리면서 손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하는 김민혁군.
유지영
그러나 아무리 완벽한 듯해도 그런 신비화엔 허점이 있다. 전문가가 아닌 제3자인 우리가 보기에도 너무 쉽게 눈에 들어오는 허술한 점. 다시 민혁군 아버지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심사기간부터 보자. 난민과의 논리대로라면 '난민신청사유, 출신국의 국가정황, 사실조사의 난이도'에 따라 면접 후 심사기간이 달라진다. 먼저 난민신청사유. 민혁군의 경우 면접심사 후 2주 만에 결과가 나왔다. 그리고 통상적으로 대부분의 경우 심사결과는 2주에서 4주 만에 나온다. 민혁군 아버지의 난민신청사유는 민혁군과 완전히 동일하다. 그런데 민혁군에 비해 심사기간이 4배 이상 걸린다는 게 말이 되는가.
다음으로 출신국의 국가정황. 민혁군 아버지의 출신국은 이란이다. 동남아도 아니고, 왕권이 성직자들을 누르는 사우디아라비아도 아니고, 이슬람혁명을 통해 신정정치를 펼치고 있는 시아파의 본거지 이란.
마지막으로 사실조사의 난이도. 면접심사 후 난민과에서 사실조사를 위해 했던 작업은 성당 신부님에게 전화 한 통 한 게 전부였다. 이게 무슨 난이도 있는 확인 작업인가.
심사내용에 대해서도 살펴보자. 민혁군 아버지 사안의 경우 내용 판단 지점은 세 가지다.
첫째, 개종의 진정성. 성당측은 면접 전 난민과에 민혁군 아버지의 신앙생활증언자료, 세례와 견진성사 증명서를 이미 다 제출했다. 그걸 바탕으로 심사관은 이례적으로 긴 5시간의 면접을 했다. 그것도 모자라 면접 후 심사관이 직접 신부님과 전화로 통화를 해 개종의 진정성 여부에 대해 인터뷰하기까지 했다. 더 무엇이 필요한가.
둘째, 이란 사회의 박해 가능성. 이는 우리나라 외교부 자료만 검색해 봐도 알 수 있다. 이란은 종교 최고지도자가 우리로 치면 대법원장, 검찰총장을 성직자 중에서 임명하는 사법체계를 갖추고 있는 나라다. 법률의 근간도 샤리아법에 따르며, 샤리아에 의하면 배교는 사형에 해당하는 중죄다.
셋째, 이란의 민혁군 아버지의 개종에 대한 인지 가능성. 민혁군과 민혁군 아버지 사연은 수백 번 언론에 노출되었다. 동남아와 중동 유럽 언론에도 실린 적이 있다. 한국에 있는 이란대사관이 이걸 모른다는 것은 억측이 될 것이다. 만에 하나 그 억측이 맞다 하더라도, 그런 기대에 맞춰 이란으로 귀국하는 도박을 할 순 없는 일이다. 그래서 난민법에서도 난민을 합리적인 박해의 공포를 지닌 자로 규정하고 있다.
사실 이런저런 이유를 따지는 것 자체가 의미 없는 일이다. 민혁군을 난민인정 해놓고 같은 위험에 처한 민혁군 아버지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 자체로 논리적 모순이다. 민혁군 아버지를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민혁군을 난민으로 인정한 조치가 잘못된 것이고, 만약 민혁군을 난민으로 인정한 조치가 잘못이었다면 스스로 심사의 오류를 인정하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위기 자초하는 법무부
우리가 알고 있는 작은 사례의 비교 분석만으로도 이렇게 난민과의 신비화된 논리는 허점을 드러낸다. 사례는 계속 쌓이고 언론의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언제까지 그런 애매한 논리로 버틸 생각인가. 작년 예멘인 입국 사태 이후 합리적인 난민정책 수립에 대한 국민의 요구가 있는 게 객관적 사실이다.
그러나 법무부는 크고 작은 잘못으로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어떤 법제를 내놓든 그 주체가 법무부라면 쉽게 지지를 받기 어려울 것이다. 아니 거창하게 법제를 들먹일 필요도 없다. 개별 난민심사의 공정성 문제에 누가 쉽게 법무부 편에 서겠는가. 어쩌면 누군가의 말처럼 출입국 업무 중 난민업무는 외교부로 이관해야 할지도 모른다. 왜 이 지경이 됐는지 법무부 당국자들이 스스로 심각하게 물어보길 진심으로 바란다.
60일이란 시간은 언제 나올지 모르는 결과를 기다리며 무한의 기다림 속에 방치된 민혁군 아버지에겐 끔찍한 형벌이었다. 한국에서 추방당해 이란 땅에 서 있는 악몽에 시달리고, 취업이 금지된 기간 내내 생계의 위협에 떨면서 이제는 정말 쑥과 마늘로 버텨야 할 한계에 이른 시간.
법무부가 할 일은 명확하다. 지금이라도 민혁군 아버님의 심사를 난민법의 취지에 맞춰 신속하고 공정하게 마치는 것, 더 이상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하루속히 난민인정서를 교부하는 것, 그것이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청 난민과가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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