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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뱀은 사람처럼, 또 참새처럼 숨 쉰다

[김창엽의 아하! 과학 36] 파충류의 호흡 체계는 하이브리드란 연구결과 나와

등록 2019.12.16 15:52수정 2019.12.30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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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에게 호흡은 생사와 직결되는 가장 중요한 생리 현상이다. 사람을 포함한 포유류가 어떻게 숨을 쉬고 뱉는지는 비교적 상세하게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조류, 예를 들면 닭이라든가 비둘기 혹은 참새의 호흡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뤄지는지는 아직 소상히 밝혀지지 않았다. 여러 이론과 가설 등이 경쟁하는 형국이다.
  
 사바나 모니터 도마뱀. 폐에서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교환하는 방식이 포유류와 조류의 특징을 고루 가진 것으로 밝혀졌다.
사바나 모니터 도마뱀. 폐에서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교환하는 방식이 포유류와 조류의 특징을 고루 가진 것으로 밝혀졌다.위키미디어 커먼스
 
뱀 같은 파충류는 어떨까? 최근 미국 대학연구팀이 도마뱀의 호흡을 얼개 수준에서 밝혀냈는데, 포유류나 조류보다 훨씬 더 복잡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타 대학 콜린 파머스 박사팀은 '사바나 모니터 도마뱀'의 폐가 어떻게 구성돼 있으며 들숨과 날숨 때 폐가 어떻게 동작하는지를 살펴본 결과를 지난 10월 하순 '미국 해부학회지'에 논문으로 기고했다. 결론은 포유류와 조류의 하이브리드 형태라는 것이었다. 요컨대 한층 복잡한 호흡 체계를 갖고 있다는 얘기다.
  
 사람은 폐(하늘색 부분)에서 공기 흐름이 양방향이며, 이 과정에서 산소와 이산화탄소가 교환된다.
사람은 폐(하늘색 부분)에서 공기 흐름이 양방향이며, 이 과정에서 산소와 이산화탄소가 교환된다.위키미디어 커먼스
 
사람은 널리 알려졌듯, 산소가 포함된 공기를 들여 마시고 이산화탄소 등을 내뱉는다. 이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게 폐인데, 폐에서 산소와 이산화탄소의 교환이 이뤄진다. 즉 폐에서 공기 흐름은 일종의 양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닭이나 참새 같은 조류는 일단 체구에 비해 압도적으로 작은 폐를 갖고 있다. 대신 포유류에는 없는 여러 개의 공기 주머니를 달고 있는데, 이 공기 주머니가 들숨과 날숨때 부풀었다가 수축하기를 반복한다. 공기 주머니를 거친 공기는 폐에서 항상 한쪽 방향으로만 이동하면서 산소를 빨아들이고, 이산화탄소를 내뱉는다. 폐에서 공기 흐름이 한 방향이라는 점에서 포유류와 전적으로 다르다.

새는 이밖에도 뼈 속의 빈공간으로도 공기가 흘러들어간다. 이런 이유 등으로 인해 새는 부피에 비해 몸무게가 크게 가벼운 편인데, 새 특유의 호흡 체계는 비행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론된다.
  
 들숨 때(위) 새의 공기주머니들과 공기 흐름. 한 가운데 방열판과 비슷한 구조를 한 것이 폐인데, 날숨 때(아래) 공기 주머니가 수축되면서 폐에 산소를 불어넣는다. 사람이 들숨 때 산소를 흡수하는 것과는 반대이다.
들숨 때(위) 새의 공기주머니들과 공기 흐름. 한 가운데 방열판과 비슷한 구조를 한 것이 폐인데, 날숨 때(아래) 공기 주머니가 수축되면서 폐에 산소를 불어넣는다. 사람이 들숨 때 산소를 흡수하는 것과는 반대이다. 위키미디어 커먼스
 
최근 유타 대학 팀이 밝혀낸 도마뱀의 하이브리드 호흡 체계, 쉽게 말하면, 사람과 참새의 호흡 특징을 모두 갖춘 폐 작동 방식은 불가사의한 구석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연구팀은 "슈퍼컴퓨터 2대를 동원해 공기의 흐름, 해부학적 구조, 산소와 이산화탄소의 교환 등을 추적했다"며 하이브리드 호흡 체계의 진화적인 측면이나 장단점 등은 제대로 분석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다만 막연하게나마 포유류와 조류가 진화계통에서 파충류보다 늦게 출현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조류와 포유류는 파충류의 이중적인 호흡기 체계 가운데 한쪽을 집중적으로 발달시켰을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처한 환경과 생존경쟁의 와중에서 가장 유리한 호흡 체계를 채택한 것이 각자 오늘날의 호흡 면모를 갖게 됐다는 뜻이다.
#호흡 #하이브리드 #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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