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깊은 통찰을 환기하는 서정적 그리움

[디카시로 여는 세상 시즌4 - 디카시마니아의 디카시 2] 이충환 디카시 '그리움'

등록 2021.07.05 13:52수정 2021.07.05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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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환 ⓒ 이상옥

   
개울물 위에 발자국
물을 밟고 걸어간
발자국발자국
- 이충환 디카시 <그리움>


디카시 온라인 운동이 처음 시작된 다음 카페 디카시마니아(https://cafe.daum.net/dicapoetry에 발표된 이충환 마니아의 디카시 <그리움>이다.


제목이 '그리움'이다. 개울물에 제법 큰 돌로 된 징검다리가 놓여, 올라가는 계단으로 연결된다. 이 영상은 당연히 그리움을 환기한다. 물을 건너 계단을 올라 어디론가 떠난 대상을 그리워하는 포즈이다. 그냥 단순한 그리움으로 그치는 것은 아니다. 이 디카시를 자세히 읽어보면 생의 철학적 형이상학적 인식을 엿볼 수가 있다.

개울의 돌이 생의 발자국이라면 바로 이것은 한 생을 환기하는 것이 된다. 계단을 오르는 것은 또다른 내생을 역시 환기한다고 봐도 좋다. 지상에서의 한 생은 물 위의 돌 발자국처럼 선명하게 기록되는 것이고 후세는 그의 생의 기록을 보며 그리워하고 추모한다. 이 디카시의 그리움의 모티브가 헤어진 연인 같은 단순한 표면적 서정적 그리움을 넘어 보다 형이상학적 깊이를 담아냄으로써 보다 깊은 생의 통찰을 환기하는 것이다.

디카시에서는 문자의 언술 부분이 독립된 텍스트성을 구축하지 못한다. 즉 문자 자체로서는 한 편의 시가 될 수 없다. 이 디카시에서 매혹적으로 읽어낼 수 있는 현생과 내생이 환기하는 형이상학적 깊이도 영상기호의 아우라에서 기인하는 것임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 디카시는 영상과 문자의 멀티 언어 예술임을 명징하게 보여준다.
덧붙이는 글 디카시는 필자가 2004년 처음 사용한 신조어로, 디지털카메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을 포착하여 찍은 영상과 함께 문자를 한 덩어리의 시로 표현한 것이다.
#디카시 #이충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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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로서 계간 '디카시' 발행인 겸 편집인을 맡고 있으며, 베트남 빈롱 소재 구룡대학교 외국인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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