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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법 개정, '이것' 이후에 논의해도 늦지 않다

[소년 보호관찰 이야기 1] 소년 보호관찰이 중요한 이유

등록 2021.10.08 09:32수정 2021.10.08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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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토바이를 이용해 배달 일을 하고 있는 청소년
오토바이를 이용해 배달 일을 하고 있는 청소년최원훈
 
비행 초기, 중기 단계의 위기청소년은 사회 내 처우인 보호관찰 처분을 받는 경우가 많다(관련기사 : 1명이 118명 관리하지만... 소년범죄, 보호관찰로 예방 가능 http://omn.kr/1v384).

보호관찰 처분을 받는 소년의 죄명은 다양하다. 길거리에서 주운 카드로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을 사 먹은 소년도 있고, 조건만남을 미끼로 강도상해를 저지른 소년도 있다. 학교에 다니는 소년도 있고 학업 유예나 중퇴한 소년도 있다. 내가 담당하고 있는 보호관찰 대상자 70명 중 학교 밖 청소년은 30명이다. 보호관찰을 받는 학교 밖 청소년의 상당수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검정고시를 준비한다.

코로나19 시대, 일과 학업을 병행하는 보호관찰 소년들

그래서 보호관찰 대상 소년들은 코로나19 시대에 지역경제를 살리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그나마 문을 닫지 않고 버티는데 큰 힘이 되고 있다. 소년들의 일터이자 주 활동 무대가 카페, PC방, 노래방, 당구장, 헬스클럽, 콜센터, 택배 물류센터, 식당, 술집, 편의점 등이기 때문이다. 보호관찰 대상 소년들 중 상당수가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한다. 결손가정에서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소년도 있고, 가정의 해체로 혼자 살아가는 소년도 있다. 또 자신의 비행으로 인해 부모님이 부담한 합의금을 스스로 벌어서 갚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한다.

소년들은 아르바이트가 끝난 후 또래관계를 위해 실내시설에서 사적 모임을 한다. 보호관찰 담당 선생님들이 시내 돌아다니지 말고 집에서 시간을 보낼 것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이야기하지만, 아프리카 세렝게티의 하이에나들이 결코 초원을 떠나지 않듯, 소년들은 자신들의 구역(?)을 무리를 지어 돌아다닌다.

내가 지도, 감독하고 있는 보호관찰 대상 소년의 예를 들어보자. 소년은 배달대행업체에서 오토바이 배달일을 하며 고졸학력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다. 오후 5시부터 오전 2시까지 배달일을 하고 귀가해서 피곤에 지쳐 곯아떨어진다. 늦은 아침에 일어난 소년은 헬스클럽에 가서 1시간 동안 운동을 한 후 검정고시 공부를 위해 카페로 간다. 카페에서 공부를 하다 친구들을 부른다. 친구들과 PC방과 노래방에서 놀다 보면 출근시간이 되고 또 일을 나간다.

쉬는 날에는 친구들과 패스트푸드점에서 만나 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눈다. 모처럼 쉬는 날이니 당구장 등에 가서 쌓인 피로를 풀고 스트레스도 해소한다. 일과 공부를 병행하면서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학령기 인구는 약 700만 명이다. 1년에 소년부 법정에서 재판을 받는 위기청소년은 4만여 명이다. 전체 학령기 인구의 약 0.5%이다.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문제 청소년이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보호관찰관의 지도를 받으면서 생계를 위해 일을 하며 검정고시로 졸업장도 따기 위해 나름대로 열심히 살고 있다.

이 기사를 읽고 있는 독자들은 생각해보라. 자신의 자녀나 주변 지인들의 자녀 중 배달대행업체에서 오토바이 배달을 하거나 건설현장 일용노동, 택배 물류센터, 콜센터, 고깃집, 카페에서 일하는 아이들이 있는가. 대부분은 학교와 학원을 오가기도 바쁠 것이다. 보호관찰 소년들은 문제 청소년이면서 소외 청소년이기도 하다.


소년 보호관찰의 중요성

보호관찰의 목적은 명확하다. 소년이 재범하지 않고 가정과 학교에 안정적으로 정착하여 건전한 사회 구성원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지도·감독하고 지원하는 것이다. 그래서 보호관찰관은 1인 다역을 한다. 꾸준한 상담을 통해 소년의 멘토 역할을 하고, 검정고시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인터넷 강의와 교재도 지원한다. 퇴근 후에 소년을 위해 짬을 내어 공부를 도와주는 직원도 있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소년에게는 농협 등 유관기관에서 지원받은 쌀이나 생필품을 지원한다. 보호관찰관의 지도·감독을 잘 따르면서 열심히 생활하는 소년에게는 장학금도 지원한다. 보호관찰 대상 소년의 재사회화를 위해서는 엄격한 지도 감독뿐만 아니라 원호와 지원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소년법 폐지나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위한 소년법 개정은 청와대 국민청원에서 가장 많은 답변을 받은 사회문제이다. 그러나 매번 사안의 심각성만 부각될 뿐, 소년법 개정을 통한 엄벌이 제대로 추진된 적이 없었다. 소년범죄에 대해 비난만 할 뿐, 선거권이 없는 사회적 소외계층인 비행청소년에게 관심이 없다는 말이다.

여론이 그토록 원하는 엄벌을 위한 법 개정도 제대로 추진되지 않는데, 비행청소년의 교화를 위한 정책 추진에 관심이 있을 리가 없다. 최근 여당과 일부 야권 대선주자들이 내놓은 정책과 공약 또한 촉법소년 연령을 낮춰서 처벌하는 법 개정 등 엄벌주의 정책이 대부분이다.

소년범죄는 한 번에,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여론의 비난을 의식한 급조된 정책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소년사법 제도와 정책은 소년범죄에 대한 사회적 성찰과 책임의식에서 나온 오랜 고민과 진지한 토론의 결과물이어야 한다.

2020년 기준, 소년사건의 보호관찰 기간 중 재범률은 13.5%이다. 86.5%의 소년은 재범 없이 보호관찰을 종료하고 일상으로 복귀한다는 말이다.

만약 소외 청소년들을 위한 정책에 관심과 시간을 투자할 의지가 없다면, 기존에 시행하고 있는 소년법에 따른 보호처분, 특히 보호관찰 집행을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 소년법 개정은 그 이후에 논의해도 늦지 않다.
#소년법 #소년범죄 #보호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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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보호직 공무원입니다. 20년 동안 소년원, 소년분류심사원, 보호관찰소, 청소년꿈키움센터에서 위기청소년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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