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사이 섬처럼 남아있는 인천 호구포대(남동구 논현동). 매립으로 소금기 사라진 새 땅엔 공단과 아파트가 들어섰다.
유승현 자유사진가
바다를 향한 포효, 호구포
호구포(虎口浦, 남동구 논현동)는 이름 그대로 '호랑이의 입 모양으로 생긴 포구'라는 뜻이다. 향토사학자 고 이훈익(1916~2002년)이 쓴 <인천지지>(仁川地誌)는 지금의 논현동 근처 호구포를 '범아가리'라 부른다고 적고 있다.
전해지는 이야기로는 오봉산 기슭에 호랑이를 닮은 바위가 있어 '호구암'이라 부르며, 포구에도 같은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호구암이 바다 건너 안산 대부도를 집어삼킬 듯이 응시하고 있어 대부도에서는 개들이 시름시름 앓다 죽었다는 전설도 있다.
신홍순(65) 남동문화원장은 "관련 전설이 여러 개 전해지는데, 원래 호구포의 해안선이 호랑이 아가리 모양이었다. 1879년(고종 16년) 인천도호부의 화도진을 그린 '화도진도'(花島鎭圖)를 보면 호구포 일대의 해안선 모양이 호랑이가 바다를 집어삼킬 것처럼 입을 크게 벌리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조선 조정은 인천 앞바다에 이양선이 자주 출몰하자 외적의 선박을 막기 위해 부평 연안에 화도진과 포대를 세웠다. '화도진도'에는 호랑이가 바다를 향해 포효하는 듯한 호구포에 위치한 호구포대(논현포대), 산천, 지금은 매립돼 사라진 연안의 섬 이름까지 그려져 있다. 인천시는 이를 근거로 지난 2006년 호구포대를 복원했다. 호구포근린공원 안쪽에 그 모습을 오롯이 갖추고 있다.
신 원장은 "1910년대쯤, 일제가 1921년 남동염전과 1937년 소래염전을 만들기 전 지도를 봐도 호구포 일대의 해안선 모양이 실제로 호랑이 입처럼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지금은 호구포대 앞에 남동공단(1985~1992년 조성)이 생겨 바다가 없어졌지만 본래 호구포는 이름 그대로 바닷물이 들어오는 어촌이었다. 1980년대 초까지도 남동염전 수로를 따라 육지 깊숙이 현재의 인천기계공고 앞까지 바닷물이 들어왔다. 부모들은 바다에 고기를 잡으러 가거나 염전에서 일했고, 아이들은 갯벌에서 고기와 조개를 잡으며 놀았다.
그 이름처럼 인천 앞바다를 호령하던 호랑이 포구는, 매립과 도시 개발로 이제는 도심 한가운데 이름으로만 우리 곁에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