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중량을 늘려가는 재미를 느끼고 있다.
이혜선
한 회사를 20년간 다녔다. 너무 오래 다녀 안주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운동처럼 같은 중량의 무게를 계속 반복해서 드는 시늉만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과거를 되짚어 보며 지금 하는 사업의 방향성을 확인하고, 나를 좀 더 알고 싶었다.
나는 안정지향주의자이지만, 권태는 참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그런 내가 한 회사를 오래 다닐 수 있었던 이유는 매번 색다른 프로젝트에 참여했기 때문이었다. 익숙해질 때쯤 사람들과 헤어져 다른 프로젝트, 다른 근무지로 향했다. 신규개발을 주로 담당했기 때문이었다.
그 루틴 속에서 나는 프로그래머에서, 설계자로, 파트리더로 성장했다. 그런 과정이 나를 한 회사에서 오래 버티게 해주었다. 퇴사 전 마지막 프로젝트는 유지 보수였다. 가장 안정적인 시스템을 다루었지만, 권태를 가장 많이 느낀 일이기도 했다. 결국 나는 일도, 운동도 적당한 긴장감을 늘려가며 해야 좋은 스타일이었다. 지금의 운동 스타일을 좋아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퇴사의 여러 가지 이유 중 성장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을 때, 선배는 "너 아직 순수하구나"라고 말했다. 대한민국 40대 직장인에게 일에서 성장을 바라는 건 사치일까? 아마 한 순간의 생각이었다면 무모한 사치였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름의 계산이 섰을 때 실행했다. 운동으로 치면, '음, 이제 중량을 조금 올려도 되겠어'라는 마음이 들었을 때 퇴사를 하게 된 것이다.
나는 지금 사업을 하며 인생의 중량을 업그레이드했다. 처음에 운동하면 쓰지 않던 근육을 써서 여기저기 쑤시고 아프듯이, 사업에서 실수도 많았고 좌충우돌도 많이 했다.
모르는 것을 배우느라 돈도 많이 썼다. 지금도 여전히 모르는 것 투성이고, 배워야할 것이 너무 많다. 하지만, 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나면 근력이 생긴다는 것을 안다. 운동을 하면서 달라진 점은 바로 이 어려움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근력이 생겼다고 그것이 끝이 아닌 것도 알게 되었다. 다만, 어려움을 극복하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근력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늘어났다. 확신은 억지로 세뇌하듯 말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실행과 성공을 반복하면서 저절로 생겨난다는 것이다. 마치 '중량을 조금 더 올려볼까?' 하는 마음이 저절로 일어나듯 말이다.
나는 내일, 운동하며 중량을 좀 더 올려볼 참이다. '이제 조금 더 올려도 되겠는 걸?' 하는 감이 왔기 때문이다. 이 과정이 몹시 힘들지만 몹시 재미있다.
바쁘게 아이들을 키우다보니 어느새 40대. 무너진 몸과 마음을 부여잡고 살기 위해 운동에 나선 엄마들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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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하면서 프리랜서로 글쓰는 작가. 하루를 이틀처럼 살아가는 이야기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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