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새해 달력을 드리고 싶은 책방지기

책방<봄날의 산책>에서 보내는 아침편지로 새해달력을 만들다

등록 2023.01.03 10:13수정 2023.01.03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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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맞이 카운트다운 1일 알람을 켰습니다. 동시에 책방에서 만든 새해달력을 넘기며 앞서서 일 년 열두 장마당을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니네요.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낯선 저를 만날까요. 분명 올해와는 또 다른 저를 만나겠지요. 분명한 건 꿈꾸는 것을 '무조건 한번 해보기'에 베팅하는 저를 사랑한다는 것이지요. '무엇을 해볼까'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네요. 이제 저는 매년 이 주간에 저를 기다리는 버킷리스트의 문을 열고 들어갑니다."


아침 책방에서 보내는 <시가 있는 아침편지>의 일부내용이다. 책방을 다녀간 분들에게 춘사월부터 보내기 시작했던 아침 시 편지가 어느덧 255번째니 8개월이 넘었다. 아침마다 7시경에 보내면 편지를 받는 수신인들은 그들을 깨우는 아침 기상 알람소리가 되었다고 말한다. 나의 일상이야기 한 편과 그에 어울리는 시인들의 시 한 편, 그리고 사진 한 두 점을 넣어서 보낸다. 글과 그림을 읽는 재미가 있다고 고맙다는 격려의 인사도 받는다.

한 번 시작한 일이니 최소 일 년을 채워봐야지 하는 맘으로 편지를 쓴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편지를 쓰는 것이 보통 일은 아니니 쉬어가도 괜찮다고 토닥거리는 분들이 많지만 나의 대답은 한결같다.

"제가 쓰고 싶어서 쓰는 글이고요, 보내고 싶어서 보내는 편지예요. 읽어주시는 것만으로도 고맙지요."

어느 날 책방에서 차 한 잔 마시며 책방 일 년을 보내는 소감을 묻던 친구가 말했다.

"너도 책방 달력 한 번 만들어. 네 아침편지 글을 담아서. 신년선물로도 좋잖아."


생각해보니 올해도 가족달력을 만드냐는 동생의 전화에 사진과 글 자료를 준비하고 있었다. 내 일상에서 책방만큼 행사를 많이 한 곳이 없기에 사진과 글은 넉넉했다. 오히려 자료가 넘쳐서 기껏 달력 12장에 담을 글을 골라내는 것이 더 어려울 것 같았다. 그날 밤 첫 편지를 보냈던 4월로 돌아가서 시 편지를 하나씩 읽어보았다.

'아, 이때는 이런 일이 있었구나. 이런 말을 썼었네. 이 시인의 시를 들려주었지.'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시인들부터 지역의 시인들-강형철, 문효치, 유강희, 전재복, 이안나, 채전석, 김남영, 최종규 등-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많은 시인들의 시를 읽고 나누었다.

달력 표지까지 13장의 면에 들어갈 편지로 어느 때 썼던 어떤 편지를 고를까. 250여 장의 편지에서 20대 1의 경쟁을 뚫고 선발된 편지글을 다시 찬찬히 읽어보았다. 계절마다 달마다 이 글 하나가 서로의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너비와 깊이를 가늠해보았다. 마침내 인쇄소로 보낸 자료는 이내 멋진 그림 사진과 함께 내 맘에 꼭 드는 달력으로 탄생했다.

책방 <봄날의 산책 >2023 달력의 커버에 올린 첫 번째 글이다.

"새벽독서 <1일 1강 논어강독> 중 三人行必有我師(삼인행필유아사)는 '세 사람이 같이 가면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 이지요. 좋은 면도 스승이요, 나쁜 면도 스승이요. '옳을 의(義)와 예도 예(禮)'를 기준으로 세웁니다. 세 사람 속에 말랭이 책방지기도 있고 싶어요. 사람의 마을로 가는 따뜻한 길 위에서 여러분을 기다립니다."

이렇게 그동안의 아침편지에서 지인들에게 공감을 받았던 글과 시로서 새해 달력의 면면을 채웠다. 소량을 인쇄하여 책방을 함께 지켜준 지인들과 말랭이 가족들에게 선물했다. 오늘은 무료급식봉사활동의 올해 마지막 시간이었다. 일년을 함께 도와준 나의 70~80대 친구분들에게 달력으로나마 감사의 인사를 하고 싶었다.

봉사 활동 후 점심을 드시는 자리에서 책방달력을 소개하고 나눠드렸다. 매일 편지를 받아보는 한 이모님은 "아이고 부지런도 해라. 요즘은 은행가도 달력도 안 주더만 탁상달력으로 보기 좋게 했고만. 매일 쓰는 시가 여기도 써 있네. 고마워"라고 말씀하셨다. 15명의 이모님들은 손 안에 가방 안에 달력을 고이 품고 집으로 갔다.

3년 전 코로나로 처음 급식소 봉사활동을 하면서 엽서에 시를 써서 나눔을 시작해서 그런지 이곳에서 활동하는 이모님들은 꽤나 많은 시인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나의 실천에 폭풍같은 칭찬을 해주신다. 글이란 참으로 위대한 산물이요. 그중 시(poem)는 문화의 으뜸으로 올려놓아야 하는 가치로운 보배임을 다시 한 번 느낀다.

누군가가 내게 좋은 사람이 될 것을 기다리기보다는 내가 누군가에게 좋은사람이 되기 위해 손 내미는 것이 오히려 더 쉬운 길임을 이제는 안다. 새해에도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마음을 나누는 일, 그리운 누군가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하고 싶다. 사소한 일일지라도 부지런히 의미를 담으면 누군가 한 사람이라도 행복해지지 않겠는가!
#2023새해달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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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과 희망은 어디에서 올까요. 무지개 너머에서 올까요. 오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것'임을 알아요. 그것도 바로 내 안에. 내 몸과 오감이 부딪히는 곳곳에 있어요. 비록 여리더라도 한줄기 햇빛이 있는 곳. 작지만 정의의 씨앗이 움트기 하는 곳. 언제라도 부당함을 소리칠 수 있는 곳. 그곳에서 일상이 주는 행복과 희망 얘기를 공유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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