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은 자신만의 왕국을 만들고 싶다며 돌담을 쌓았다.
이효진
제주에서 사는 남편은 일주일에 한 번 육지로 출근한다. 마치 무인도로 배를 타고 항해하며 모험을 떠나는 듯 배를 타고 육지로 떠난다. 그곳에서 남편은 모험가가 되고 탐험가가 된다. 우연히 구입하게 된 1000만원짜리 땅이 남편에게 꿈과 도전을 실현할 무대를 마련해 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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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꿈의 무대가 돼 준 한적한 시골땅. 그 안에서 남편은 무언가를 상상하고 만들고 도전한다. 이곳에서만큼은 남편이라는 본캐릭터를 벗고 돈키호테가 되고 로빈슨크루소가 되고 자연인이 돼 살아간다.
현실이라는 틀 안에 갇혀 살아가는 남편에게는 늘 이상이 마음에 존재했었다. <무한도전>, <나는 자연인이다>, <삼시 세끼>와 같은 TV프로그램을 보면서 남자들만의 본능과 같은 로망을 꿈꾸며 살아가던 남편이었다.
그렇게 우리 부부는 한때 이상과 현실의 공존을 꿈꾸며 제주 시골살이를 통해 로망을 꿈꿨지만, 역시나 어린 자녀와 함께 하는 삶 안에서는 교육 문제 등 여러 상황들을 마주할 수밖에 없었고, 이상은 현실 앞에 KO 패배를 당하고 말았다.
이상은 현실 세계에선 절대 꿈꿀 수 없는 영역인 것인가? 언젠가 가수 이효리가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손석희 앵커와 나누었던 말이 떠오른다.
"유명하지만 조용히 살고 싶고, 조용히 살지만 잊히긴 싫다. 어떤 뜻인지는 알겠는데 불가능한 얘기가 아닌가요?" (손석희)
"가능한 것만 꿈꾸는 건 아니잖아요." (이효리)
그래, 불가능하다고 포기하지 말자. 이상을 좇는 남편의 로망을 뜯어말렸던 나는 어느 순간부터 남편을 응원하고 있었다.
"현실은 현실의 삶 안에서 충실하면 되고, 이상은 내가 산 땅 안에서 펼쳐 보이는 거야."
그렇게 엉뚱 무모한 남편의 도전은 시작됐다. 어느날은 자신만의 왕국을 만들고싶다며 하나하나 돌담을 쌓아올렷다. 예전에 제주 시골생활 때 밭담들을 쌓아 올리던 이웃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며 어깨너머로 배웠던 경험이 있기에 힘들지 않을 거라 떵떵거리며 자신했다.
직접 손수 쌓아올려 만든 '손담'만이 가질 수 있는 멋스러움이란. 삐뚤삐뚤하게 쌓아올린 돌담도 자연 안에서는 그 자체로 멋진 장관이 됨을 알기에 비록 힘들지만 그 과정 안에서 남편은 성취감을 느끼며 계속해 나갈 수 있는 힘을 받았다.
어느 날은 강아지들과 함께 계단 만들기에 도전했고, 또 어느 날은 후끈한 겨울캠핑을 즐기겠다며 맨땅에 보일러 온수배관을 묻었다. 이런 여러 도전 과정들을 하나하나 영상으로 만들어 유튜브에 기록했다. 그랬더니 어느날부턴가 남편을 '돈키호테'라 부르며 도전정신을 응원하는 목소리들이 이어졌다.
"신박한 도전 더 보고 싶어요."
"도전정신, 실천력에 구독 눌렀어요."
"실험정신, 실천력 최고입니다."
"영상 너무 재미있습니다."
꿈과 이상을 위해 무모한 행동을 아끼지 않는 불굴의 인간, 돈키호테. 우스꽝스럽기도 하지만 불굴의 도전정신을 보여주는 돈키호테는 많은 이들에게 웃음을 주고 즐거움을 준다. 남편의 제2 캐릭터 돈키호테를 통해서도 그랬다. 실패해도 유쾌하게 도전해 나가며 모험을 즐기고 넘어져도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정신을 보면서 많은 이들이 함께 웃고 위안을 받고 힐링을 느끼고 있더라는 거다.
모두가 어렵다고 말하는 지금 이 시기, 돈키호테의 불굴의 기사 정신을 발휘해보는 건 어떨까.
'안 될거야'가 아닌, '실패해도 괜찮아'라는 조금은 여유 있는 마음으로! 유쾌하게 이 상황을 이겨나가다보면 어느새 많은이들이 당신을 응원해주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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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보러 가기(https://www.youtube.com/@user-fred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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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마다 천만원짜리 땅으로 출근하는 남편의 자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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