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라스트 북스토어 내부. 서점의 중앙 부분에 매대를 놓는 대신 방문객을 위한 소파을 둿다.
이안수
요즘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한낮 기온은 섭씨 34도. 이런 가운데 지난 26일(현지시각) 한 서점에서 더위를 잊은 채 3시간을 보냈다. 사람이 적지 않은 이 서점은 개방된 복층을 사용하고 있어 유난히 시원했다.
서점의 이름은 '더 라스트 북스토어(The Last Bookstore)'. 2층에서 열심히 책을 정리하고 있는 직원에게 왜 이름이 '마지막 서점'인지를 물었다.
"사회적 의미를 담은 이름입니다. 지역의 서점들이 온라인 서점에 밀려 사라지고 있죠. 'last'는 그 위험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서점의 종말'로부터 이 서점을 지켜내겠다는 사명감을 이름에 새긴 셈이다.
알고 보니 설립자 조시 스펜서(Josh Spencer)의 경력도 시작은 온라인이었다. 그는 온라인으로 모든 잡화를 파는 셀러였다. 2005년부터는 그가 좋아하는 책에 집중했고 2009년 말에는 4번가 메인스트리트에서 작은 서점을 열었다. 점차 몸집을 키워 지금의 스프링 스트리트로 옮겼고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큰 서점이자 레코드 매장'이라는 명성을 확보했다.
이 서점은 약 617평의 공간에 책을 얼마나 많이 수납하느냐 하는 문제보다 어떻게 더 공간을 창의적으로 구성하느냐에 관심을 둔 것 같다. 이미 1만 년 전쯤에 멸종된 매머드의 머리 모형을 서점의 복층 중앙에 걸어뒀다. '이 서점이 사라지면 지구상 오프라인 서점은 화석으로만 남은 매머드 같이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시사하는 듯했다.
2층의 귀중품 금고 모양의 공간에는 공포와 범죄 관련 책을 배치했다. 또한 책 터널을 만들어 책 사이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스폿을 만들었다. 이밖에도 곳곳에 책을 오브제로 한 작품들을 배치해 전체적으로는 갤러리 같은 인상을 준다. 1층의 메인공간 중앙에는 서가 대신 소파를 여러 개 둬서 사람들이 호텔 로비에서처럼 책을 읽거나 혼자 혹은 함께 쉬어갈 수 있도록 했다.
이 같은 공간 배치에 힘입어 서점은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 명소를 찾아다니는 여행자들의 '순례지'가 됐다. 온라인에 밀려 소멸돼 가는 지역 독립서점의 상황을 빗댄 '마지막 서점'은 오히려 온라인 소셜미디어 덕분에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된 셈이다.
필자가 본 방문객들은 책만 사기 위해 이 서점에 오는 게 아니었다. 그들은 만지고 찍고 추억하고 그 경험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서점을 원하고 있었다.
서점이 택한 생존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