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용 <행복 파종> : 작품을 사진으로 찍은 것이므로 원작과 구도, 색상 등 여러모로 다르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이미용
미술 전시회를 찾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그림 작품은 감상자의 문화적 자존감을 높여주기도 하지만, 특히 지나간 삶을 스스로 돌이켜보게 하는 소중한 시간이 되어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지난 1월 15일부터 대구교대 교육대학원 조형창작회(회장 박노환) 창립전이 열리고 있는 대구문화예술회관 제1전시실을 방문했을 때에도 그런 느낌은 마찬가지였다.
이미용 화가의 '행복 파종(90x73cm, 순지에 복합소재)' 앞에 선 순간 알렉산더 대왕의 설화가 떠올랐다. 알렉산더 대왕은 흔히 세기적 전쟁 영웅으로 인식되지만, 뜻밖에도 그는 대단한 예술 애호가였다. 대왕은 당대 최고의 화가 아펠레스와 각별한 친분을 쌓았다.
그림 앞에 서서 생각에 빠지는 즐거움
대왕은 본인만이 아니라 사랑하는 연인의 초상화까지 아펠레스에게 그려달라고 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연인과 그의 초상을 그리던 화가 아펠레스 사이에 사랑이 싹트고 말았다. 대왕이 이를 알게 되었고, 여느 임금 같으면 연적 아펠레스는 혹독한 처벌을 받게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알렉산더 대왕이 누구인가, 세계사적 거인으로 알려진 것만큼 대왕은 두 남녀의 연애를 허용하였다. 아득한 2550여 년 전에 알렉산더 대왕이 남긴 발언은 21세기 현대인에게도 가슴을 벽력같이 치는 놀라운 명언이었다.
"아름다움을 알아보는 안목은 왕보다 화가가 낫겠지. 두 사람의 사랑을 인정하노라."
아름다운 꽃이 만발한 '행복 파종' 화폭의 우측 상단에 궁전이 떠 있다. 그 꽃들과 궁전들이 알렉산더 대왕의 헬레니즘적 신도시 알렉산드리아의 산뜻한 풍경으로 느껴지는 것은 나만의 감상법일까. 그림 앞에서 살아온 삶의 궤적과 배경지식을 되돌아보는 이 즐거움을 독자 여러분께도 소개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