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현 성공회대 인권위원회 부위원장이 휠체어 이용자도 사용할 수 있는 각도 거울을 기자에게 설명하고 있다.
유지영
하지만 '모두의 화장실'이 설치되고도 난관은 이어졌다. 지난 2023년 6월 보수단체 학생학부모교사인권보호연대(학인연)는 구로구청에 성공회대 '모두의 화장실'을 폐쇄해달라는 민원을 제기했기도 했다. 학인연 측은 '모두의 화장실'을 두고 "자연적인 성별 구분의 표지, 생리적 특수성 등을 고려하지 않고 성범죄와 성별에 따른 수치심을 야기할 수 있는 행위"라고 간주했다.
그러나 성공회대와 구로구청은 이같은 민원에도 불구하고 2023년 12월 최종적으로 '모두의 화장실'을 없애지 않기로 결정했다. 2023년 성공회대 인권위원장 탄소(22)씨는 "학생 사회에서도 '오랜 시간이 걸려 학생들이 직접 만든 화장실이니 지켜져야 한다'라는 분위기가 있었다"라며 "학교 측에서도 학생 사회의 반응이 있으니 민원을 상대로 적극적인 대응이 가능했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미국에서 벌어진 '화장실 전쟁'
지난 2015년 4월 오바마 정부 당시 백악관 행정동 건물에 최초로 성중립 화장실이 설치돼 화제가 됐다. 당시 대통령수석 고문이 "중요한 진전"이라고 환영했지만 일부에서는 격렬한 반발을 불러왔다. 지난 1월 국내 출간된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알렉산더 K. 데이비스가 쓴 <화장실 전쟁>에는 당시 논란을 잘 다루고 있다.
2016년 3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의회는 생물학적 성별이 화장실 문에 표시한 성별과 일치하는 경우에만 화장실을 쓸 수 있다고 제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자 글로벌 기업은 해당 지역으로의 사무실 확장 계획을 취소하면서 그 이유를 콕 집어 법안 때문이라고 언급하고, 유명한 가수나 예술가들도 지역서 예정된 공연을 취소하고 손실을 감수하면서 항의를 한다. 해당 지역의 맥주 양조장 소유주는 '사람들에게 잔인하게 굴지 말자'는 이름의 새로운 맥주를 만들어 그 수익금 전액을 지역의 가장 큰 LGBTQ 인권단체에 기부했다.
비판이 거세지자 오히려 지역 주유소와 식료품점은 비판을 거들면서 매장 앞 유리창에 성중립 화장실을 제공한다는 광고를 붙이기 시작했다. 교육 기관에서도 가장 가까운 성중립 화장실의 위치를 학생과 교수진 등에게 공유했다. 시민들이 직접 나서서 혐오적 법안을 비판하고 성중립 화장실을 만들어낸 대목은 성공회대 사례와도 닮았다.
'화장실 전쟁'은 이제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