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연분 시인
주간함양
"독자들에게 어떤 감동을 주거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보다는 이 지역에 이렇게 생활하고 살아온 사람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구 시인의 말처럼 <섬돌>은 지역에 살면서 느낀 자연, 분주한 일상, 지나온 기억, 사랑을 재료로 표현해 만든 시집이자 그의 자서전이라해도 무방하다.
경남 거제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고등학교와 은행 직장을 마치고 시집살이를 위해 오래전 함양으로 내려온 구 시인. 그 젊은날 낯선 곳에 발들인 이후 지나온 날들이 시집에 함축적으로 담겨있다.
젊은 날의 서울살이 시절 영화, 연극 심지어 오폐라도 챙겨보며 문화생활을 즐겨왔다던 구 시인. 함양으로 내려오면서 당시 지역 여건상 그 모든 생활을 내려놓아야 했지만 제약이 없던 글쓰기 만큼은 그를 외면하지 않았고 현재에 와서 시집 출간으로까지 이어졌다.
"제가 원래 문학을 꿈꾸며 살아오진 않았어요. 서울에서 자유롭게 생활하고 있다가 결혼을 하게 됐는데 시집살이 과정에서 속박감을 많이 느꼈어요. 그것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메모도 하고 일기도 쓰고 그랬습니다. 글을 쓰다 보면은 내가 남한테 못하는 이야기도 다 쓸 수 있잖아요. 남편 욕도 할 수 있고 시어른한테 불만도 토로할 수 있는 것이죠. 한번은 남편이 그 일기장을 발견해서 싸우고 난리가 난적도 있었지만요(웃음)."
낯선 시집살이의 어려움도 있었지만 공부에 대한 한도 많았다는 구 시인. 너무 대학 공부가 하고 싶어 30대에 방송통신대학에 들어가 수업을 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당시 아들을 업고 대학 생활을 했던 탓에 교수로부터 "집에 가서 애나 키우고 오지 말라"는 핍박도 받고, 시어머니의 만류도 있어 공부를 접었다.
"어릴 적부터 공부에 대한 열정이 있었어요. 당시 오빠가 공부를 도와서 예비고사까지 보게 됐고 수도권 소재 교대에 합격도 했는데 등록금이 없어서 학교를 못 갔어요. 이후 함양에서도 공부에 대한 한이 남아 있었고 공부를 위해 경남 소재 방통대에도 들어갔지만 여러 사정으로 그만두게 됐죠. 이제 나이가 들고 기억력이 떨어지면서 공부는 접었고 글 쓰고 책을 보며 노후를 보내게 됐습니다."
인생에 한 획을 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