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법정 선 정종범 전 해병대부사령관, 오락가락 '기억 안나' 말만

[현장] 박정훈 대령 6차공판, 정 전 부사령관 "이첩보류 지시했다"더니 나중엔 "기억 안 난다"

등록 2024.07.23 17:58수정 2024.07.23 17:58
2
원고료로 응원
a  2023년 8월 21일 정종범 해병대 부사령관이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있는 모습.

2023년 8월 21일 정종범 해병대 부사령관이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있는 모습. ⓒ 연합뉴스

 
23일 서울 용산 중앙지역 군사법원에서 열린 전 해병대수사단장 박정훈 대령 6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정종범 해병2사단장(전 해병대 부사령관)은 김계환 사령관이 박 대령에게 명시적으로 경찰 이첩보류 지시를 내렸는지 여부에 대해 오락가락한 진술을 했다.

정 사단장은 군 검사가 '지난해 8월 1일 해병대사령부에서 김계환 사령관 주재로 열린 회의에서 김 사령관이 사건 기록 경찰 이첩을 보류하라고 지시했느냐'고 묻자 "사령관이 경찰 이첩 보류를 하자고 정확히 얘기했다"고 답변했다.

박정훈 대령 측 변호인 질의에도 정 사단장은 이첩 보류 지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가 증인신문을 진행하면서 정 사단장의 답변은 달라졌다.

군 판사가 '김계환 사령관이 이첩 보류라는 단어를 썼느냐'고 묻자 정 사단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군 판사가 '지난번 공판에서 김계환 사령관 본인은 이첩 보류라는 멘트를 사용한 바 없다고 진술했다'고 하자, 정 사단장은 "그렇게(이첩 보류란 말을 했다고) 기억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정 사단장은 '이첩을 보류하라는 사령관의 명령이 있었는냐'는 재판부 질문에 "기억이 안 난다"고 말을 바꿨다.

정 사단장은 이외에도 핵심 의혹과 관련한 부분에서는 대부분 '모른다'거나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정 사단장은 해병대 부사령관을 맡고 있던 지난해 7월 31일 해병대수사단의 채 상병 사건 언론브리핑이 돌연 취소된 후,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주재로 국방부에서 열린 현안토의에 참석한 인물이다. 이 자리에서 정 사단장은 이 전 장관의 10가지 지시사항을 수첩에 직접 메모했으며, 다음날(8월 1일) 김계환 해병대사령관 등 해병대사령부 주요 직위자들이 참석한 회의에서 이를 전달했다.


"지시의 주체 누군지 기억 안 나" 모호한 답만 내놓은 정종범

이날 공판에서는 임성근 전 사단장이 지난해 8월 1일 해병대 사령부로 분리 파견됐다가 인사가 번복된 과정도 쟁점으로 언급됐다. 메모 중 '휴가 처리 난 후 보고 이후 공식적 휴가 조치'와 관련되는 대목이다.


정 사단장은 분리 파견 및 파견 취소 중간 결재 과정에 자신이 있었다고 인정하면서도, 누가 명령한 것인가에 대해선 답하지 못했다. '휴가 조치가 왜 필요했는가'란 질문에도 그는 명확하게 답변하지 않았다.

메모 중에는 '누구누구 수사언동 하면 안 됨', '법적 검토결과 사람에 대해서 조치 혐의는 안 됨' 등의 내용도 적혀 있었다. 정 사단장은 지난해 8월 최초 군 검찰 조사에서 메모 내용이 이 전 장관의 지시였다고 진술했지만, 한 달 뒤 2차 조사에서는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의 지시였다는 취지로 말을 바꾼 바 있다.

이날 공판에서 정 사단장은 "국방부 장관과 법무관리관이 대화를 나눈 걸 그대로 받아 적은 것뿐"이라며 "지시의 주체가 누구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메모에 적힌 발언을 한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해 여전히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은 것이다.

이를 놓고 박정훈 변호인 측은 "메모 내용 전체를 장관 지시라고 사령관한테 전달했는데, 그게 불거지니 장관은 자신이 말한 게 아니라고 했다가 최근에 와서 본인이 지시했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재판에 또 다른 증인으로 채택된 박진희 전 국방부징관 군사보좌관(현재 육군 56보병사단장)은 '대비태세 유지'를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나오지 않았다. 박 전 보좌관은 지난해 7월 31일 이종섭 전 장관의 지시를 받아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에게 이첩 보류 명령을 전달한 인물이다.

재판부는 "증인의 불출석 사유를 검토한 결과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이지 않았다"라며 "다음 기회에 불출석하면 법에서 정하는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고 경고했다.
 
a 박정훈 대령 6차 공판 해병대 채상병 순직사건 수사 이첩 관련 전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이  2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리는 6차 공판에 김규현 변호사, 정구승 변호사 등과 함께 출석하고 있다.

박정훈 대령 6차 공판 해병대 채상병 순직사건 수사 이첩 관련 전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이 2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리는 6차 공판에 김규현 변호사, 정구승 변호사 등과 함께 출석하고 있다. ⓒ 이정민

 
이날 박정훈 대령 측은 이종섭 전 장관이 채 상병 사건 경찰 이첩 보류를 지시하기 직전인 지난해 7월 31일 오전 11시 54분께 이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건 대통령실 '02-800-7070'의 통신사 가입자 이름 및 이 번호를 사용하는 대통령실 부서 등에 대한 사실조회를 신청했고, 재판부는 이를 허가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국가인권위원회에 '박 대령 피해구제 진정사건 조사결과' 기록도 요청하기로 했다.

군사법원은 오는 9월 3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과 박 전 보좌관을 증인으로 불러 제7차 공판을 진행할 예정이다.  
#박정훈대령 #정종범부사령관 #이첩보류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새벽 3시 편의점, 두 남자가 멱살을 잡고 들이닥쳤다 새벽 3시 편의점, 두 남자가 멱살을 잡고 들이닥쳤다
  2. 2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3. 3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4. 4 꼭 이렇게 주차해야겠어요? 꼭 이렇게 주차해야겠어요?
  5. 5 휴대폰 대신 유선전화 쓰는 딸, 이런 이유가 있습니다 휴대폰 대신 유선전화 쓰는 딸, 이런 이유가 있습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