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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노동자 실직, 작업거부권 묵살, 구속... 윤 정부 들어서고 벌어진 일"

[인터뷰] 민주노총 경기남부 타워크레인지부 전병덕 교육부장

등록 2024.09.05 17:21수정 2024.09.06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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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6일 오후 4시 31분]

"하루만 지연 돼도 손실이 얼마나 큰데,
타워크레인에 매달릴 시간이 어디 있습니까?"
"사람 목숨이 달린 문제입니다.
원칙만 엄수하면 충분히 사고 막을 수 있습니다."

지난 7월부터 방영된 tvN 드라마 <감사합니다>에서 건설사 대변인과 주인공이 나눈 대화다.

IMF 외환위기 이후 건설사는 타워크레인을 직접 보유할 여력이 없어졌다. 타워크레인을 보유한 임대사가 노동자를 고용하게 됐고, 임대사는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노후화된 장비를 쓰며 노동자에게 값싼 노동을 요구했다.

안전 문제의 책임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그 부담은 고스란히 노동자에게 전가됐다. 타워크레인 노동자는 악천후 속에서도 위험한 작업을 강요받았다. 공사 기간이 이들의 생명보다 우선시됐다. '사람 목숨이 달렸는데 원칙 엄수는 뒷전이다'라는 말, 드라마 대사 속 이야기가 아니다.

a 민주노총 강원건설지부 양희동 지대장 추모문 수원 민주노총 교육실에 강원건설지부 양희동 지대장 추모문이 걸려있다.

민주노총 강원건설지부 양희동 지대장 추모문 수원 민주노총 교육실에 강원건설지부 양희동 지대장 추모문이 걸려있다. ⓒ 유혜린


"저희 수도권 남부 지역에서만 10명 넘는 분들이 구속됐어요. 전국적으로는 수십 명이 구속된 상황이에요. 이 문제 때문에 현장에서 반장으로 일하던 분이 분신 자살까지 하셨죠."

민주노총 경기남부 타워크레인지부 전병덕 교육부장은 "노동조합이 조합원의 일자리를 찾고, 함께 투쟁하여 생존권을 지켜야 하는 상황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윤 정권 이후 현장의 안전이 무시되며 노동자들의 권리가 침해받는다고 비판했다.

"정부의 특별 단속 이후, 많은 조합원이 일자리 잃어"


a 민주노총 경기남부 타워크레인지부 전병덕 교육부장 전병덕 교육부장이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민주노총 경기남부 타워크레인지부 전병덕 교육부장 전병덕 교육부장이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 유혜린


지난달 29일, 민주노총 경기본부 수도권남부본부 사무실에서 전병덕 교육부장을 만나 타워크레인 노동자가 안전에 위협받는 상황과 개선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일문일답 내용.

- 지금 실직 상태라고 알고 있어요, 어떤 상황인가요.


"정부의 특별 단속 이후, 많은 조합원이 일자리를 잃었어요. 건설사는 정부의 단속을 핑계로 조합원을 고용하지 않아 많은 이들이 장기간 실업 상태에 놓이게 됐죠. 저 역시 10개월째 일을 못해 약 2500만 원의 대출로 생활을 이어가고 있어요. 다른 조합원은 낮에 노조 활동이나 시위에 참여하고, 밤에는 쿠팡 이츠 배달이나 대리운전 같은 온라인 매개 노동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어요."

- 건설사의 부도로 대금을 못 받는 사례도 있나요.

"저희 조합원 중 월급 3~4개월치와 1년치 추가 근무 수당을 받지 못한 사례가 있었어요. 회사가 계속 다음 달에 준다고 미룬 탓에 퇴직금까지 합쳐 약 3000만 원 정도를 못 받게 됐죠. 노동부 중재로 임금 중 500만 원을 포기하고 나머지는 분할로 받기로 했는데, 회사는 100만 원을 더 깎아 달라고 했어요. 또 회사가 부도 나면서 임금과 퇴직금을 못 받은 조합원도 있었어요. 결국 노동부에 임금 체불을 신고해서 정부의 체당금으로 일부만 받아냈죠."

- 건설사가 경력자를 채용하지 않고 신입을 고용하는 경우가 있나요.

"실제로 그런 일이 많아요. 타워크레인과 같은 대형 중장비는 운용 시 숙련도가 안전을 좌우해요. 조합원은 타워크레인 경력이 많아서 작업이 안정적이고 안전하죠. 그럼에도 단체협약에 따라 합의된 임금을 지급해야 되기에, 임대사는 경력자를 채용하지 않고 경력이 부족한 비숙련 노동자를 저임금으로 고용하곤 해요.

- 타워크레인 작업 중 안전조치는 지켜졌나요.

"현장 관리자는 대개 안전 조치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어요. 예를 들어 법적으로는 바람이 15m/s를 넘으면 크레인 작업을 중지해야 해요. 초속 10m/s만 돼도 상층에서는 바람 속도가 20~30m/s에 달하거든요. 그러나 원청 측에서 작업을 계속하기 위해 꼼수를 부리는 경우가 있어요. 타워 위에 설치해야 할 풍향계를 밑에다 설치해 실제 바람 속도가 더 낮게 측정되도록 하는 것이죠. 이렇게 눈 가리고 아웅 하며 안전기준을 지키지 않는 사례가 빈번해요."

- 교육부장님이 현장에서 일할 때 사고가 있었나요.

"네, 사망 사고가 있었어요. 옹벽을 치는 과정에서 지지대를 충분히 설치하지 않아 콘크리트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졌죠. 한 사람이 무거운 콘크리트에 깔려 사망한 사고를 직접 목격했어요. 작년 초에도 한 조합원이 첫 출근 후 타워크레인에 올라가다 추락해 즉사했죠. 흔히 공사 현장은 '시간이 돈'이라고 합니다. 대부분의 자재와 장비가 임대여서 관리자 측은 공사 기간을 줄여 비용을 절감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어요. 필요한 안전 조치를 생략하고 최소화하는 일이 빈번하죠. 앞선 사망 사고도 가이드라인대로 지지대를 충분히 설치했다면 예방할 수 있는 사고였어요."

- 지부에서도 사망 사고가 일어난 적이 있나요.

"약 10년 전, 김성기 조합원이 타워크레인의 텔레스코핑 작업 중 장비가 전복되어 사망했어요. 사고 원인이 작업자 과실인 경우는 드물어요. 하지만 원청은 책임을 회피하려 작업자 과실을 자주 들먹이죠. 대부분 사고의 원인은 부품 결함, 낡은 장비 때문이거나 공사기간을 줄이기 위한 무리한 작업 때문이죠."

- 산재 처리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은 어떤 게 있나요.

"타워크레인 기사는 작업 특성상 많은 인원이 산재에 해당할 가능성이 커요. 그러나 중대한 부상이 아니라면 산재 처리를 하지 않고 그냥 넘어가죠. 비정규직, 하청, 간접고용 노동자처럼 불완전 고용 상태에 있는 노동자의 비애예요. 중대한 사고나 사망이 발생하면 보상을 논하긴 하죠. 하지만 적절한 보상을 논하기 전에, 사고 자체가 발생하지 않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고는 대부분 비용 절감과 빠른 공사 진행을 위해 미숙련자를 고용하면서 발생해요. 원래 일어나지 않았어야 할 사고가 산재로 처리되는 상황 자체가 안타까워요."

- 건설 현장에서 일어나는 안전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가요.

"건설업계에서는 최저 입찰제를 시행해요. 이에 따라 발생하는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임대사는 인건비를 절감하고 저가 자재와 장비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죠. 값싼 소형 크레인을 사용해서 많은 사고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공사 기간을 단축하고 저렴한 자재를 사용하여 공사비를 절감하려다가 '순살 아파트'가 지어질 위험이 있죠."

a 여의도 타워크레인 시위 8월 22일 동문건설 본사 앞에서 노동자들이 원청을 규탄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여의도 타워크레인 시위 8월 22일 동문건설 본사 앞에서 노동자들이 원청을 규탄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 유혜린


- 원청과의 의사소통은 잘 이루어지나요.

"사실 노동조합과 원청과의 대화는 거의 이뤄지지 않아요. 회사 측에서는 노동조합과의 교섭을 피하려 해요. '노동조합에 발목 잡힌다'고 생각하니까요. 하지만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되면 상황이 조금 나아질 수 있어요. 최근에는 최저 입찰제 문제로 전국 상위 100대 건설사를 만나 협의 진행 중이에요. 이 제도가 노동자 임금과 안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가능하다면 아예 시행되지 않도록 요청하고 있어요."

- 노란봉투법이 시행된다면 타워크레인 임대 산업 전반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하나요.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타워크레인 노동자는 원청과 직접 교섭할 수 있을 거예요. 현재는 임대사와 근로 계약을 맺지만, 실제 작업 지시는 원청이 하죠. 그런데 원청은 책임을 회피하고 임대사에 떠넘기고 있어요. 노동자는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기 어려운 상황이에요. 노란봉투법이 통과되면, 노동자는 더 나은 조건에서 일할 수 있을 거예요. 현장 안전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거로 생각해요."

- 타워크레인 기사가 받는 월례비에 대해서도 논쟁이 있다고 들었어요.

"타워크레인 기사는 '월례비'라는 임금을 받아요. 이 월례비는 과거부터 관례적으로 지급되오던 임금입니다. 법원에서는 월례비를 임금으로 인정해 왔지만, 윤석열 정부는 불법이라고 보고 있어요. 이 때문에 경기 남부 타워크레인 지부의 70명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약 300~400명이 고발됐습니다."

"윤석열 정권 이후 작업 거부권이 묵살되는 상황"

- 정권에 따른 안전조치의 변화가 있었나요.

"정권에 따라 차이가 있었죠. 문재인 정부 때는 폭염 시 그늘막 설치나 휴식 시간 확보 등을 관리 감독하며 신경을 썼어요. 노조도 안전감시단을 운영하며 현장 개선에 힘썼고요. 하지만 윤 정부 아래서는 노조 소속 노동자가 현장에 고용되지 않아 안전감시단 운영이 어려워졌어요. 밖에서 사진을 찍는 식으로 간접적인 확인만 하고 있죠. 현장에서 직접 감시하진 못하지만 현장의 어려운 상황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들려요."

- 최근 정부의 탄압으로 노조의 상황이 달라졌나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건설노조의 상황이 많이 악화했죠. 경기 남부의 건설노조 조합원 수는 7만5000명에서 6만 명 이하로 줄어들었어요. 일부 지부는 조합원 수가 6500명에서 2000명으로 감소했어요. 노조 조합원 현장 취업률도 95%에서 10%로 급격히 떨어졌고요.

원래 건설노조는 기술자가 노조에 가입하고, 노조가 이들의 일자리를 확보해서 순번대로 조합원들을 배치하는 구조였어요. 하지만 정부는 이를 불법으로 간주하고 조합원 채용을 강요했다는 이유로 처벌했죠. 이에 따라 경기 남부에만 10명 넘게 구속됐어요. 전국적으로는 수십 명이 구속된 상황이에요. 현장에서 반장으로 일하던 분이 분신 자살하는 비극적인 사건도 있었어요.

윤석열 정부의 노동 정책은 명백히 노동조합을 탄압하고 노동자의 권리를 억압하는 반노동 정책이에요. 예를 들어 회계 공시 의무화 같은 정책은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침해하는 정책이에요. 또한, 최근 반노동 인사를 장관으로 임명하는 것도 노동자의 목소리를 무시하겠다는 의도로 보여요."

- 현장에서 일하면서 억울하거나 화가 나는 건 어떤 부분인가요.

"윤석열 정권 이후 작업 거부권이 묵살되는 상황이 가장 억울하죠. 예전에는 위험한 작업을 거부할 수 있었어요. 그러나 지금은 국토교통부가 만든 '건설기계 조종사 국가기술자격 행정처분 가이드라인'을 근거로 면허 자격을 취소하겠다고 협박해요. 실제로 조합원 12명이 위험 작업을 거부했다가 '성실의무 위반'으로 심의 회의에 회부됐었죠. 하지만 모두 정당한 권리 행사로 인정되어 심의가 기각됐어요. 노동자도 안전하게 일할 권리가 있는데, 이런 상황이 너무 억울하고 화가 나요."

- 현재 타워크레인 노동자가 직면한 문제 중 가장 시급히 개선해야 할 점이 있나요.

"정권의 압박과 최저 입찰제 문제죠. 현재 정부는 건설노조를 '건설폭력배'로 몰아가며 노조 활동을 극도로 제한하고 있어요. 노동자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조차 불법으로 간주하고 있죠. 또한 최저 입찰제를 통한 비용 절감도 문제예요. 부실 공사와 안전사고의 근본 원인이거든요. 노조의 권리 보장과 안전한 작업 환경을 위한 정책 개선이 시급해요."

-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노동자가 일자리를 구하고 직업을 가지기 위해 투쟁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예요. 서구 유럽에서는 초등학교부터 노동조합과 교섭 전략에 대해 교육하죠. 우리나라는 노동조합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나 노동조합의 본질은 모두가 함께 잘살자는 거예요. 노동조합의 역할과 중요성을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정부도 노동조합을 사회악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버리고, 노동자의 권리와 삶을 개선하기 위해 협력했으면 좋겠어요."
덧붙이는 글 유혜린, 박영규, 송태원, 강나연 총 4명의 기자가 공동 취재 후 작성한 기사입니다.
4명의 기자 블로그에도 게시 됩니다.

유혜린 https://blog.naver.com/hlrin
박영규 https://blog.naver.com/urban_yeong
송태원 https://blog.naver.com/songt97
강나연 https://blog.naver.com/nana_onair
#타워크레인 #전병덕 #민주노총 #건설노조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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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유혜린 기자입니다.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글을 씁니다.

정치 사회 분야에 관심이 많은 기자 지망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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