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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시장님 2호선 승무원입니다, 이 계획은 안 됩니다

[주장] 서울지하철 2호선 1인 승무의 무리한 추진, 시민안전이 위험하다

등록 2024.10.14 10:49수정 2024.10.14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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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23일 국회 정문 앞에서 열린 철도 지하철 중대재해ㆍ질병에 대한 종합대책 수립 촉구 기자회견에서 전국철도지하철노조가 손팻말을 들고 있다.
9월 23일 국회 정문 앞에서 열린 철도 지하철 중대재해ㆍ질병에 대한 종합대책 수립 촉구 기자회견에서 전국철도지하철노조가 손팻말을 들고 있다.연합뉴스

2022년 10월 29일. 벌써 2년이 되어간다. 서울 이태원에서 무수히 많은 시민들이 하늘의 별이 되었다. 일상을 즐기고, 추억을 남기기 위해 거리로 나왔던 시민들 159명이 사망하는 믿기 힘든 참사였다.

이태원 참사 사흘 후 오세훈 서울시장은 "시민의 생명을, 안전을 책임지는 서울시장으로 이번 사고에 대해 무한한 책임을 느끼며 깊은 사과의 말씀 드린다"는 입장을 발표하였다. 또한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모식에서는 재발방지를 약속하며, '다중 운집 행사 안전관리 조례'를 제정해 주최·주관자가 없는 행사도 서울시가 자치구, 소방, 경찰과 함께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해 시민 안전을 책임지도록 하겠다고 약속하였다.

그래서 오 시장이 시민안전을 최우선 가치에 두는 줄 알았다. 효율보단 안전이 우선인 줄 알았다. 그러나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아래 공사)는 서울지하철 2호선을 단 1명이 전부 책임지고 운행하는 방식으로 변경하겠다고 한다.

지난 5월 14일 서울시 도시철도과와 공사는 핵심 사업을 함께 선정하고, 검토하는 회의를 진행했다. 여러 안건 중 하나가 바로 '2호선 1인 승무방식 도입'이었다. 서울시의 경영효율화 요구에 따라 공사는 승무방식변경을 통해 186명의 인원을 감축하여 인건비를 절감하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 일환으로 '2호선 승무방식변경' 연구용역을 발주했고, 연구용역의 결과를 토대로 운행 계획을 변경할 것으로 보인다.

2명이 하던 일을 1명으로 줄이면 시민안전은?

서울지하철 2호선의 하루 평균 승하차 인원은 상당하다. 또한 혼잡도도 높고, 43개 역 중 환승역이 22개로 전체 지하철 노선 중 환승역 비율도 1위이다. 사고나 민원 등도 많다. 과연 2명이 하던 일을 1명이 하게 되어도 안전할 수 있을까?

현재 서울지하철 2호선은 10칸(약200m)으로 운영되고 있다. 앞쪽 운전실에는 기관사가, 뒤쪽 운전실에는 차장이 승차하여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기관사와 차장의 역할은 다음과 같다.


 서울지하철 2호선은 앞쪽 운전실에는 기관사가 뒤쪽 운전실에는 차장이 운행을 하고 있다. 표는 기관사와 차장의 역할을 나누어 기입한 것이다.
서울지하철 2호선은 앞쪽 운전실에는 기관사가 뒤쪽 운전실에는 차장이 운행을 하고 있다. 표는 기관사와 차장의 역할을 나누어 기입한 것이다.김주식

기관사는 열차운전, 차장은 출입문 취급 및 감시라는 기본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리고 시민들의 안전과 직결되는 출입문, 스크린도어, 승객 승하차 감시는 기관사와 차장이 이중으로 하고 있다. 특히 중요한 응급환자 및 화재발생 등 비상상황의 경우 앞쪽 5칸은 기관사, 뒤쪽 5칸은 차장이 나누어 초동조치를 한다. 혼자서 10칸을 전부 담당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안전이 담보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내외 지하철 중 2호선과 같이 10칸 대형전동차를 1인 승무로 운영하는 곳은 찾아볼 수 없다.

현직 기관사, 차장이 말하는 서울지하철 2호선의 문제점


서울지하철 2호선을 운행하는 승무원들은 안전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았음에도 무리하게 1인 승무를 추진하고 있다는 우려를 전하고 있다. 승객 승하차를 감시하는 CCTV화질은 노후화 되어 개선이 필요하고, CCTV를 확인하는 모니터의 위치는 역마다 제각각이다. 또한 스크린도어 고장과 장애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그리고 서울시와 공사가 2호선 1인 승무 추진의 근거로 삼고 있는 ATO(열차자동운전시스템)는 여전히 시스템 불안정으로 인해 정차 위치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열차의 미달정차 및 초과정차가 수시로 발생되어 기관사가 수동운전으로 정차위치를 수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열차자동운전시스템이라면 응당 정차위치 맞아야 함에도 말이다.

현재의 안전시스템도 불안전한데, 2명이 하던 일을 1명이 하게 될까 승무원들은 벌써부터 걱정과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일하는 노동자들도, 이용하는 시민도 불안한 2호선 1인 승무는 대체 누구를 위해 추진되는 건가.

2003년 대한민국 최악의 철도화재 사고로 기억되는 대구지하철 참사 이후 철도안전에 대한 기준은 엄격해졌다. 지하철 내장재는 불연재로 교체되었고, 대피를 위한 역사 내 유도등 설치, 제연 경계벽과 수막설비로 연기가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고 있으며, 안전훈련은 법령에 따라 정기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우리는 가슴 아픈 참사들을 통해 안전이 최우선 가치라는 교훈을 얻었다. 그리고 오세훈 서울시장도 이태원 참사 이후 선제적 조치로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하여 시민안전을 지키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러나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2호선 1인 승무를 추진하는 것은 약속을 어기는 것 아닌가.

오세훈 서울시장, 이제 선택만이 남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1일 오후 서울시청 충무기밀실에서 열린 북(北) 쓰레기 풍선 화재대책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10.11
오세훈 서울시장이 11일 오후 서울시청 충무기밀실에서 열린 북(北) 쓰레기 풍선 화재대책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10.11연합뉴스

서울시정의 최종결정권자인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묻겠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여전히 돈과 효율이 시민안전보다 우선인가? 아니라면 답은 간단하다. 서울지하철 2호선 1인 승무계획 전면 백지화. 이제 오세훈 서울시장이 답할 차례이다.

'서울지하철 2호선 1인승무' 추진 논란과 관련한 서울교통공사의 입장

한편, 이번 사안과 관련해 지난 5일 <프레시안>에 김대성 서울지하철 2호선 차장이 쓴 기고글('오세훈이 쏘아올린 '지하철 구조조정'…"무조건 사고가 난다"')이 실리자, 서울교통공사는 언론을 통해 설명자료를 내고 "2호선 승무방식변경 연구용역은 공사가 자체적으로 ATO(자동운전) 신호시스템 및 전동차 도입 완료에 따라 추진하는 사업으로, ATO 시스템 도입 취지에 맞는 승무 방식을 적용하기 위해 안전성 검토‧위험원 분석‧합리적 보상 방안 및 근무제도 마련‧철도안전 관리체계 진단 등을 하고자 진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2호선 본선열차 승무방식을 변경하더라도 기존 차장 업무자에 대해 구조조정은 없으며 기관사 전환 및 타호선 배치 등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서울교통공사는 "1인 승무 방식은 타 지하철 운영 기관에서도 많이 운영 중인 방식이기는 하지만, 공사는 안전을 위해 최대한 신중하게 추진하고 있다. 2호선 본선 열차 승무방식 변경은 결정된 사항은 아니며, 연구용역 결과를 검토해 시민, 직원 등 대내외적 설명회와 공청회를 통해 안전성 검증 및 의견을 반영해 1인 승무 시행 여건이 확보된 이후 추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쓴 김주식씨는 서울교통공사 2호선 승무원(차장)입니다.
#오세훈 #2호선1인승무 #서울교통공사 #2호선 #1인승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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