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멜다돌봄을 이끄는 이들의 자매애를 복원하기
황융하
전시를 보며 특히 인상 깊었던 첫 번째 섹션, '삶을 안무하라'는 신체를 역사와 억압의 도구로 사용했던 과거와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었다. 여성 신체가 아시아 근현대사의 전쟁과 이주, 가부장제 속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소외되었는지, 신체에 새겨진 상처를 표현하는 작품들이 많았다.
박영숙의 '미래를 향하여'와 '마녀'는 여성 신체를 단순한 고통의 상징으로 그리는데 안주하지 않으며, 억압과 상처를 딛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저항과 회복의 상징으로 묘사했다. 이러한 작품들은 굳은살이 두꺼워진 손바닥처럼, 고통의 흔적을 품고 있으나 다시 일구어가는 힘을 내포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러한 신체적 서사가 담긴 작품들 속에서, 여성 신체가 고통을 딛고 더 강한 의지로 재탄생하는 의지들은, 단순히 개인의 경험을 넘어서서 집단적이고 역사적인 서사로 확장되었다는 사실이다.
개인적인 상처의 기록이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려는 집단적 의지의 표현으로 다가왔다. 신체는 회복의 공간이자 저항의 도구로 기능하는데, 억압 속에서도 삶을 이어가고자 하는 여성들의 강인한 생명력의 표징이었다. 사회적 제약과 억압 속에서 신체가 어떻게 개인을 넘어서 공동체의 이야기를 담아내는지를 잘 보여준다.
두 번째 섹션인 '섹슈얼리티의 유연한 영토'에서는 여성 신체가 단순한 성적 대상이 아닌, 사회적 규범과 억압에 맞서는 창조적 존재로 변모하는 작품들이 주를 이루었다. 장파의 '여성/형상'은 특히 인상적이었다. 붉은 색채와 뒤틀린 신체 형상은 마치 폭발할 듯한 긴장감을 만들어내며, 억압된 성적 규범을 과감하게 거부하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작품은 신체가 단순히 이분법적으로 나눠질 수 없으며, 끊임없이 변화하고 확장되는 가능성을 가진 존재라는 걸 시사한다. 장파의 작품에서 신체는 단순히 수동적인 역할이 아닌, 능동적으로 자기 정체성을 재구성해 나가는 강한 존재자가 된다.
사회적·정치적 저항의 도구로 작용하는 예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