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전봇대보다 높이가 높고, 전선이 없는 전봇대들이 이번 공사를 통해 심어진 모습이다.
남해시대
주민들은 한전에 대한 분노를 주로 표출했지만, 남해군에 대한 서운함도 컸던 것으로 보였다. 조병래 위원장의 말이다.
"사실이다. 6월 17일 한전이 전봇대를 심고 난 후 15일 만에 주민설명회가 열렸다. 남해군은 해안도로 점사용을 허가해 준 기관인데 관계자들은 '몰랐다'는 입장을 보였다. 당시 적극적인 문제 해결보다는 자신들의 업무만 늘어놓는 답변에 책임을 피하려는 느낌이 컸다. 그래서 남해군에 대해 서운했다. 그래도 <남해시대>가 남해군이 주민들의 입장을 반영하고 또 관리 기관으로서 해야 할 역할의 부재를 지적해줬다."
조 위원장은 "첫 주민설명회 이후 한전보다 남해군 경제과가 저를 비롯해 주민들과 소통하고 현장에도 수시로 나와서 확인하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며 "서운함도 있었지만 같이 힘을 모아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습에 해소됐다"라고 덧붙였다.
이후 남해군의회가 현장을 나와서 설명회 자리가 만들어졌을 때도 주민들은 거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와 관련해 조 위원장은 "먼저, 남해군이 관련 내용을 몰랐다고 얘기한 바와 같이 남해군의회도 내용을 모르고 있었다는 입장을 여러 의원이 밝혔다"며 "민의를 대변해야 하는 행정기관과 의회가 소통이 부족했다는 게 아쉬웠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앞서 설명한 바와 한전이나 공사 관계자들이 남해군의회, 남해군에 제공한 정보나 자료가 주민들과 공유한 내용이 달랐다"며 "당시 자리는 주민들이 대동된 것 같아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대책위가 구성됐고 8월 12일, 7개 마을 주민의 뜻을 담은 진정서를 남해군에 제출했다. 주민들의 입장을 공식 문서로 남기기 위함이었다. 추석 직전 한전 관계자는 조 위원장에게 '추석 연휴를 쇤 뒤 전봇대 철거 공사를 시작하겠다'고 연락했고, 이쑤시개처럼 서 있던 전봇대는 마침내 사라졌다.
"보상금 목적으로 전봇대 반대? 처음부터 지금까지 바라지 않아"
언론보도 뒤 일부 누리꾼은 '전봇대 신설 반대의 이유가 보상금을 목적으로 하는 게 아니냐'라면서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조 위원장은 "주민들은 이번 일이 발생하고 처음부터 '보상금은 한 푼도 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언급했다"며 "내용을 모르는 사람들이나,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말할 수 있겠지만, 주민들은 지금도 보상금은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이번 사태가 올해 말까지는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렇지만 4개월이 채 안 되는 기간 전봇대 철거공사까지 마친 데에는 주민들의 단합된 입장과 명백한 이유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해석했다. 이와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지역신문의 역할이 컸다고 평가했다.
조 위원장은 "이번 사태는 지역신문이 주민들의 여론을 정리해 주고 대변하지 않았다면 장기전이 됐을 것"이라며 "<남해시대>가 기폭제 역할을 했다. 다른 지역신문들도 주민들의 입장을 잘 보도해준 점에 대해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역신문을 시작으로 지역방송, 전국 뉴스 등 내용이 확산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강진만에 들어선 해안도로의 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