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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현습지 수리부엉이 KBS 카메라 앞에 선 이유

[영상] 팔현습지 왕버들숲 찾은 수리부엉이 '현이'가 전하는 메시지

등록 2024.10.30 11:42수정 2024.10.30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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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호강 팔현습지의 깃대종 수리부엉이가 팔현습지 왕버들숲에 나타났습니다.
금호강 팔현습지의 깃대종 수리부엉이가 팔현습지 왕버들숲에 나타났습니다.정수근

지난 25일 팔현습지 왕버들숲에 수리부엉이가 찾아왔습니다. 팔현습지에 살고 있는 수리부엉이 부부 중 암컷 '현이'가 찾아온 것입니다. 그것도 대낮에 말입니다. 보통 수리부엉이는 낮에는 잠을 자고 밤에 주로 활동을 하기 때문에 참으로 의외의 행동입니다.

팔현습지에는 지금 수리부엉이 부부 '팔이'(수놈)와 '현이'(암놈) 이렇게 암수 한 쌍이 삽니다. 그들의 집인 팔현습지 하식애에 머물며 낮에는 하식애 한 곳에서 잠을 청하고 일몰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사냥을 나갑니다.

보호색을 띠고 있기에 하식애에 앉은 녀석을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저녁이 되어야 소리로 녀석들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실제 저녁 땅거미가 내리면 녀석들이 사냥을 나가기에 앞서 각각 각방 생활을 하는 녀석들인지라 서로 "우우~~" 노래를 부르며 신호를 보냅니다. 그러곤 수놈부터 먼저 비상을 시작하면 그 뒤를 따라 암놈도 사냥을 따라 나갑니다. 부창부수(夫唱婦隨)는 이들의 모습을 보고 나온 말이 아닐까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수리부엉이들은 이렇게 살아갑니다. 사람을 피해 사람과 떨어진 하식애 절벽에 머물러 사는 것이지요.

팔현습지 수리부엉이 '현이' ... 팔현현지는 수리부엉이의 집 팔현습지 명물이자 깃대종인 수리부엉이를 팔현습지의 멸종위기종들의 숨은 서식처 왕버들숲에서 만났습니다. 팔현습지에는 암수 한쌍의 수리부엉이 '팔이'(수놈)와 '현이'(암놈)이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의 서식처 앞으로 탐방로가 계획되어 있습니다. 그 사업을 환경부가 벌인다고 합니다. ⓒ 낙동강 수근수근TV


그런데 이 수리부엉이가 팔현습지 왕버들숲에 나타난 것입니다. 암놈 '현이'가 그것도 정오 무렵에 나타난 것입니다. 평소라면 잠을 청해야 할 시간인데 잠을 청하지 않고 사람들이 오가곤 하는 이곳 왕버들숲에 나타난 것입니다. 참 특이한 행동입니다.

마침 이날은 대구 KBS에서 팔현습지를 영상으로 담기 위해 촬영을 나온 날입니다. 이곳 지킴이를 자청하고 있는 환경단체 활동가인 필자의 안내로 팔현습지 왕버들숲을 카메라로 담고 있는데 녀석이 갑자기 나타난 것입니다. 저도 놀라고 방송국에서 나온 분들도 많이 놀랐습니다.


그런데 그 덕분에 야생 수리부엉이를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을 수 있었습니다. 이날 야생 수리부엉이 '현이'는 참으로 특이하게도 자신의 온전한 모습을 그대로 방송국 카메라 앞에 노출한 것입니다.

 팔현습지 하식애 ... 이곳이 팔현습지 수리부엉이 부부의 집이다.
팔현습지 하식애 ... 이곳이 팔현습지 수리부엉이 부부의 집이다.정수근

 팔현습지 왕버들숲 ... 이곳은 멸종위기종들의 마지막 서식처인 '숨은 서식처'로 반드시 보전되어야 하는 공간이다.
팔현습지 왕버들숲 ... 이곳은 멸종위기종들의 마지막 서식처인 '숨은 서식처'로 반드시 보전되어야 하는 공간이다.정수근

녀석의 행동을 곰곰이 생각해보게 됩니다. 잠을 청해야 할 시간에 잠도 자지 않고 자신을 노출한 이 특이한 행동의 이유는 뭘까? 아마도 녀석이 이곳에 불고 있는 심상찮은 기운을 느끼고 그것을 알리려는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멸종위기종의 '숨은 서식처' 팔현습지를 지켜야 하는 이유

환경부는 이곳에 8미터 높이의 교량형 탐방로를 지으려 하고 있습니다. 1.5킬로미터에 이르는, 8미터 높이의 보도교가 하식애 절벽을 따라 이곳 왕버들숲을 거쳐 길게 이어지게 되어 있는 것입니다.

 팔현습지에 들어서게 될 탐방로 조감도. 환경부가 건설하려는 이 탐방로는 팔현습지 하식애와 왕버들숲을 관통하게 된다.
팔현습지에 들어서게 될 탐방로 조감도. 환경부가 건설하려는 이 탐방로는 팔현습지 하식애와 왕버들숲을 관통하게 된다.정수근

그렇게 되면 이들 수리부엉이의 부부의 하식애 집이 사람들에게 노출되어 이들은 더 이상 팔현습지 하식애에 살 수가 없게 되는 것입니다. 수리부엉이 '현이'가 찾아 온 이곳 왕버들숲도 다 베이고 그곳에 콘크리트 다릿발로 이어진 탐방로가 만들어지게 되어 한 번씩 휴식을 취하러 이곳에 올 수도 없게 되는 것이겠지요.

이런 사실을 알리려고 지역 방송국에서 촬영을 나온 것을 하식애에서 내려다보고는 위험을 무릅쓰고 나타난 것이 아닌가 추정해 보게 됩니다.

만약 그런 의도로 나타난 것이라면 녀석의 행동은 성공했습니다. 이날 녀석의 모습은 지난 28일 KBS 방송을 타고 고스란히 대구경북 전역에 전파되었으니 말입니다.

2024년 10월 28일 방영된 '대구 생태 탐험' ⓒ KBS대구


이처럼 팔현습지 하식애와 왕버들숲은 멸종위기종이나 천연기념물 야생동물들의 '숨은 서식처'로서 인간 개발 행위를 피하고 피해서 이들이 마지막으로 머무르게 되는 최후의 서식처입니다. 이곳마저 개발해 버리면 더 이상 이들 멸종위기종과 천연기념물 야생생물들은 살 수가 없게 됩니다.

'숨은 서식처'만은 꼭 지켜야 하는 이유입니다. 산과 강이 자연스레 연결된 곳, 팔현습지 중에서도 가장 생태적으로 중요한 이곳에 법정보호종 야생동물이 무려 19종이나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날 수리부엉이 '현이'가 대낮에 과감하게 자신의 모습을 노출해 가면서까지 방송국 카메라 앞에 선 이유가 바로 이런 사실을 알리기 위함이 아닐까 생각해보는 것은 지나친 억측일까요?

'현이'의 우려와 바람처럼 이곳에 환경부발 탐방로 사업이 철회되어서 이들 수리부엉이를 비롯한 19종의 법정보호종 야생동물들이 진실로 평화로이 이곳에서 살아가는 그런 날들을 간절히 희망해 봅니다.

 멸종위기종이 숨은 서식처 팔현습지 왕버들숲
멸종위기종이 숨은 서식처 팔현습지 왕버들숲정수근



덧붙이는 글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금호강 #팔현습지 #수리부엉이 #환경부 #왕버들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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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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