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에서 제작한 영화 이상한나라의 앨리스 포스터
임경화
벌써 10월의 마지막 날을 살고 있다. 얼마 전 <오마이뉴스>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 시사회 안내 문자를 받았다. 언론사에서 영화를 제작했다니 궁금했다. 10만인클럽회원 자격으로 부천 영화관에서 열리는 <괜찮아,앨리스> 시사회에 참석했다.
매일 아침 일찍 장을 보고 하루종일 음식을 만들고 도시락을 싸는 일상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서둘러 일을 마무리하고 모처럼 가을 느낌 물씬 나는 머플러를 둘렀다. 오랜만의 혼자 외출이라 살짝 들뜬 기분으로 버스를 이용해 극장에 닿았다.
<괜찮아,앨리스>는 어떤 영화일까? 파란 하늘 배경에 하얀 구름 글자가 새겨진 엽서를 받았다. 어느 시골 학교 청소년들이 이 영화의 주인공인가 보다. 영화가 시작되기 전 검색을 해보니 이 영화는 '어떤 인생을 살 것인가?', '어떤 교육을 할 것인가?', '나는 있는그대로의 나를 사랑하고 있는가?' 이 질문을 정면으로 다룬 영화라고 했다.
내 딸을 떠올리게 한 영화
영화가 시작되었다. 오마이뉴스 대표기자 오연호님의 모습과 아이들의 이야기가 화면에 가득하더니 애니메이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영상이 오버랩 되면서 영화가 흘러갔다. 모두가 한 방향으로 줄지어 걸어가다, 우연히 토끼를 따라 무리에서 벗어나 다른 방항으로 가고 있는 아이들의 이야기다.
'획일화 된 우리나라 교육 환경에서 살고 있는 청소년들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들이구나'라는 생각이 들 즈음 아주 오래전 내 딸아이가 떠올랐다.
"엄마 나 학교가기 싫어요!"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딸아이가 한 말이다. 맞벌이 하던 때라 나도 출근을 해야 하는데 좀 당황스러웠었다. 학교에 전화를 걸어 체험학습 신청을 하고 회사에는 월차를 내었다. 지금도 그날의 하루는 내 딸과 내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먼저 민들레영토(그 당시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서 이른 점심을 먹었다. 알프스 소녀 복장의 언니가 무릎을 꿇고 딸 아이의 주문을 받았다. 그날 먹은 돈가스와 수프 맛은 기가 막혔다.
그리고 전철을 타고 롯데월드에 갔다. 평일 낮이라 너무나도 한산한 놀이동산이 우리 둘을 반겨주었다. 그렇게 폐장할 때까지 실컷 즐기다 자정 무렵 집에 돌아오니 남편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우리 둘을 쳐다보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우리는 그날 토끼를 따라갔던 앨리스였던 셈이다. 나는 되도록 아이들이 하고 싶고 살고 싶은 대로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인가. 딸아이는 중학교 때부터 대학은 가지 않겠다고 했다.
중학교 여름방학 때 필리핀으로 봉사 활동 다녀온 딸이 자기는 어려운 사람들 도와주는 제빵사가 되겠다고 했다. 대학을 가서 전문제빵사가 되면 더 멋지다고 해보았지만 특성화고교에 진학을 했고 고교 졸업과 동시에 대형제빵회사에 취업했다.
그리고 20대 중반에 자기만의 디저트 카페를 4년간 운영했다. 지금은 커피를 배우려고 대형카페에서 일한다. 아직 20대인데 딸은 이미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했다. 요즘 젊은이들하고 조금 다르게 살아가는 딸을 보면 대견하기도 하고 조금 부럽기도 하다.
영화 속 주인공들도 힘든 과정이 있었지만 나름 자기 길을 찾아가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그럴 수 있었던 데는 부모님의 사랑과 꿈틀리 인생학교의 영향이 컸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사이의 1년, 징검다리 학교라고도 불리는 그곳.
덴마크 국민의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이유를 이 징검다리 학교(에프터 스콜레-Efter skole)에서 발견했고, 8년 전 우리나라 강화도에 꿈틀리 인생학교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런 학교들이 우리나라에도 많이 생겨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영화를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영화가 끝나고 오연호 대표와 양지혜 감독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