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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의 나라 금호강에 삽질... 이 '최소한'을 지키십시오

"환경부의 금호강 동변지구 하천정비사업, 이미 건설 시작됐다면 교란 행위라도 최소화해야" 전문가의 제언

등록 2024.11.20 10:54수정 2024.11.20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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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고니가 돌아왔다.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서 시베리아 등지에서 이곳 대구 금호강을 찾은 것이다. 그 주변에 백로들이 서서 환영 인사라도 하고 있는 것 같다.
큰고니가 돌아왔다.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서 시베리아 등지에서 이곳 대구 금호강을 찾은 것이다. 그 주변에 백로들이 서서 환영 인사라도 하고 있는 것 같다.정수근
 천연기념물 큰고니가 금호강을 찾아 평화롭게 유영하면서 먹이 활동을 하고 있다.
천연기념물 큰고니가 금호강을 찾아 평화롭게 유영하면서 먹이 활동을 하고 있다.정수근

금호강에 큰고니가 돌아왔다. 매년 금호강을 찾는 겨울진객인 큰고니가 돌아온 것이다. 19일 아직 본격적인 겨울이 찾아오지 않았지만 녀석들은 벌써 따뜻한 남쪽 금호강이 그리워 이곳 대구 금호강으로 돌아온 것이다. 큰고니뿐만이 아니다. 청둥오리와 고방오리 같은 각종 오리류들도 함께 금호강을 찾았다.

금호강은 벌써 새들의 왕국이다. 이미 텃새가 된 민물가마우지와 백로와 같은 기존 텃새들, 그리고 이번 겨울 새로운 손님으로 찾아든 겨울철새들이 만나 장관을 이룬다. 금호강과 신천이 만나는 두물머리다. 또한 신천하수종말처리장에서 처리된 물을 내보내주는 방류구가 있는 곳으로 어떻게 보면 세 물줄기가 모이는 곳이기도 하다.

이런 다양한 새들이 많으니 당연히 맹금류도 따를 수밖에 없다. 말똥가리와 황조롱이, 수리부엉이 같은 포식자들도 돌아다니는 야생의 세계다.

검은 망토를 드리운 것 같은 민물가마우지들은 떼로 몰려와 쉬고 있고, 백색 갑옷을 입은 듯한 중대백로들은 곳곳에서 먹이 사냥에 열중하고 있다. 그 사이를 이제 막 도착한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큰고니 13마리가 수초 뿌리 같은 먹이를 찾기 위해서 머리를 강 속에 박은 채 열심히 '물질'을 하고 있다.

 이미 텃새가 돼버린 검은색 민물가마우지가 떼로 몰려 있고 그 위를 흰색 백로가 날고 있다.
이미 텃새가 돼버린 검은색 민물가마우지가 떼로 몰려 있고 그 위를 흰색 백로가 날고 있다.정수근
 중대백로들의 우아한 자태
중대백로들의 우아한 자태정수근
 흰색으로 보이는 것이 큰고니로 13마리가 금호강을 찾았다. 올해 첫 큰고니다. 그 주변을 고방오리가 먹이활동을 위한 '물질'을 열심히 하고 있다.
흰색으로 보이는 것이 큰고니로 13마리가 금호강을 찾았다. 올해 첫 큰고니다. 그 주변을 고방오리가 먹이활동을 위한 '물질'을 열심히 하고 있다.정수근

또 그 주변을 고방오리 같은 작은 오리들이 떼로 몰려 다니면서 열심히 먹이 활동을 하고 있다. 사실 이런 모습은 다른 고장에 가려고 북대구IC 나들목으로 들어가는 입구인 서변대교를 지나면서 며칠 전 이미 봤다.

그 익숙한 풍광에 큰고니와 같은 귀한 새들까지 합세하자 그림이 달라졌다. 그래서 19일 현장을 다시 찾아 이들의 모습을 담게 된 것이다.

새들이 많다는 것은 이곳에 먹이가 풍부하다는 것으로, 수중 생태계가 풍성하다는 것을 증명해 주는 것이기도 하다. 다양한 물고기와 다양한 수생식물들이 도처에 널려 있다는 사실을 이들의 존재가 보여준다.


 금호강(왼쪽)과 신천이 만나는 합수부. 두 강이 만나는 곳으로 생물다양성이 풍부할 수밖에 없다.
금호강(왼쪽)과 신천이 만나는 합수부. 두 강이 만나는 곳으로 생물다양성이 풍부할 수밖에 없다.정수근

따라서 이곳 금호강과 신천이 만나는 합수부 두물머리는 생물 다양성이 풍부해 그 어떤 종류의 개발을 하기 보다는, 원래대로의 온전한 모습으로 남겨둬야 한다.

철새들의 나라에 행해지는 '삽질'


그런데 이곳에서도 '삽질'이 진행되고 있다.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에서 무려 5.8킬로미터에 이르는 산책로 사업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거의 차도로 쓰이고 있는 금호강 제방길 바로 옆에 붙여서 길고 긴 산책로를 조성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공사가 시작돼 긴 산책로가 제방길을 따라 저 아래에서부터 건설돼 올라오고 있고 이곳 두물머리에도 공사 시작을 알리는 터닦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일부 구간은 철제빔을 박아서 공사가 시작되고 있음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듯하다.

산책로가 들어서면 이 길을 따라 많은 시민들이 걷게 될 것이고, 이는 금호강 새들에게 상당한 위협으로 작용할 것이다.

 낯선 이방인의 출연에 새들이 경계하면서 날아오른다.
낯선 이방인의 출연에 새들이 경계하면서 날아오른다.정수근

이날 필자가 공사 구간에 들어서자, 새들은 이미 낯선 이방인을 보고서 경계의 눈초리를 하더니 이내 민물가마우지와 백로 같은 새들은 다른 곳으로 훌쩍 날아 이동해버렸다. 수백 마리의 새들이 낯선 이방인이 잠깐 출연한 것만으로도 떼로 이동을 해버린 것이다.

이곳에 산책로가 완공돼 밤낮 사람들이 산책을 하고 큰 소리를 떠들어대면 어떻게 될까? 불안감을 느낀 새들은 이곳을 절대 찾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철새들의 귀중한 겨울 서식처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왜 이런 공사를 환경부가 하고 있는지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인 것이다.

"생태적으로 잘못된 선택, 이미 시작했다면..."

 산책길 공사를 위해 터닦기 작업을 해뒀다.
산책길 공사를 위해 터닦기 작업을 해뒀다.정수근
 산책길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산책길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정수근

지난해 금호강 대구 구간에서 조류조사를 진행한 바 있는 김정태 산에들에생태연구소 소장 역시 이런 곳에 산책로를 건설해서는 안 된다면서도 이미 건설이 시작됐다면 교란 행위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대안을 제시한다.

"이렇게 다양한 새들이 찾는 곳에 산책로를 건설하는 것은 생태적으로 이미 잘못된 선택이다. 그러나 꼭 산책로가 필요하다면 새들이나 야생동물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는 산책길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교란 행위를 최소화해야 하는데, 강변 쪽으로 차단벽을 설치해 새들에게 위협 요소를 줄여주면 된다."

이어 그는 차단벽의 형태는 다양화하면 된다면서 "나무를 심을 수 있는 곳은 나무를 식재해 가려주거나 터널을 설치할 수 있는 구간을 터널식으로 하면 된다. 중요한 것은 곳곳에 탐조할 수 있는 공간을 둬 이곳이 텃새와 겨울철새 도래지임을 사람들에게 알게 하는 거다. 스스로 조심하게 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금호강의 지금 겨울철새와 텃새들이 찾아 새들의 나라가 됐다.
금호강의 지금 겨울철새와 텃새들이 찾아 새들의 나라가 됐다.정수근

그렇다. 이미 이곳은 새들와 야생동물 입장에서 이미 오랜 세월 먼저와 들어와 자리잡아 살고 있는 그들의 보금자리다. 야생의 보금자리에 뒤늦게 인간이 개입해 들어오는 것으로, 그렇다면 그에 맞는 생태 규범을 지켜야 한다. 그렇게만 하면 인간과 야생이 얼마든지 공존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야생의 세계에 대한 조금의 배려가 필요한 때다. 환경부의 각성과 세심한 배려가 요구된다.
덧붙이는 글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금호강 #겨울철새 #큰고니 #환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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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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