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말 꾸러미 사전 표지
김예린
그러다 도서관에서 사전 한 권을 발견했다. <새로 쓰는 비슷한 말 꾸러미 사전>. 책 표지만 보고 냉큼 품에 안았다. 끊임없이 쏟아내는 아이의 질문에 좀 더 명쾌한 답을 주고 싶었다. 집에 돌아와 '비슷한 단어를 묶은 책이겠거니'하고 펼친 책은 머리말부터 마음을 댕~하고 울렸다.
'오늘날에는 인터넷이나 손전화로 손쉽게 낱말 찾기를 해볼 수 있습니다. 종이책으로 묶는 사전은 어느 모로 본다면 바보스러운 짓이 될 만하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이런 종이책 한국말사전을 내놓으려고 할까요? 왜냐하면, 말을 말답도록 깊고 넓게 헤아리면서 생각을 가다듬도록 돕는 길동무로 읽는 책'을 엮고 싶기 때문입니다.' (p.4)
지은이 최종규 작가는 낱말을 찾는 일이 의사소통을 위해 말뜻을 살피는 걸로 끝날 때, 새로운 이야기가 태어나기 어렵다고 말한다.
새로운 생각=새로운 사랑이라는 글쓴이
이야기가 태어나려면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해야 하는데, 으레 그러하듯 기존의 인터넷 사전 검색만으로는 그 일이 힘들 거로 생각했다. 작가는 '새 생각이 사랑으로 흐른다' 했다. 그의 말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아래 문장에 펜으로 줄을 쳤다.
'스스로 생각을 하는 동안 살고자 하는 마음이 듭니다. 생각을 지어서 살자는 마음이 될 때에 비로소 살고, 살면서 살림 짓는 사이에 삶이 태어납니다. 삶이 태어난 자리에는 서로 아끼거나 돌보는 사랑이 태어나요.' (p. 5)
사전의 낱말을 찾는 일로 사랑이 태어난다고 말하는 작가의 생각, 읽다 보면 그건 너무 확장된 생각이 아닌가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책 속에 단어의 뜻을 정성스럽게 정리해 둔 걸 보면, 그걸 찬찬히 읽다보면 예전에 알고 있던 단어도 새롭게 다시금 뜯어보는 눈이 생겼다. 그리고 지은이의 말처럼 새로운 생각이 절로 지어졌다.
'아, 이 책은 소장해야겠다.'
책 머리말을 다 읽고, 결국 책을 새로 주문했다. 2016년 출판된, 비교적 오래된 책이지만 요즘 비슷한 우리말 뜻이 헛갈릴 때, 익숙한 단어의 뜻을 뜯어볼 때마다 빛을 내는 책이다. 책을 읽다가 '가랑비, 보슬비, 실비' 단어 뜻풀이에 줄을 그었다.
"가늘게 내리는 비"라서 '가랑비'입니다. 가랑비보다 더 가늘게 내리는 비는 '이슬비'라고 해요. 똑같이 가늘게 내리는 비이지만, 바람이 없는 날 드문드문 조용히 내리는 비는 '보슬비'입니다. '실비'는 "실처럼 내리는 비"예요. (p.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