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국민의힘 공천을 두고 "일단 큰 틀에서는 미흡하다. 학점으로 치면 'C' 정도 줄 수 있다"라면서도 "과거보단 오히려 질서 정연하고 예측 가능하다는 측면도 있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정민
- 총선을 50일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현재까지의 국민의힘 공천을 평가해 보자면 어떤가?
"일단 큰 틀에서는 미흡하다. 학점으로 치면 'C' 정도 줄 수 있다. 시대정신을 담는다거나 아니면 세대교체, 현역 물갈이, 여당의 미래를 보여줄 수 있는 측면에서 좀 부족하다. 현역 물갈이가 이렇게 주춤거리고 있는 것은 두 가지 정도 요인 때문이다. 첫 번째는 '김건희 특검법' 처리를 해야 되는데 재표결에 대비해서 현역 이탈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는 것 같다. 두 번째는 이준석 대표의 개혁신당행을 최대한 차단하기 위해서 현역을 최대한 많이 경선에 붙이고 있다. 경선에 참여하면 탈당을 못한다. 탈당을 하더라도 출마를 못하기 때문이다.
다만, 과거보단 오히려 질서 정연하고 예측 가능하다는 측면도 있을 수 있다. 과도한 물갈이는 오히려 자질이 더 안 좋은 사람들이 대거 국회로 들어가게 할 수도 있으니까. 한동훈 비대위가 총선 3개월 전에 출범을 한 것을 고려하면 나름 연착륙하고 있다고도 평가할 수 있다."
- 한동훈 표 '시스템 공천'에 대한 보수언론의 긍정적 평가에 동의하는 편인가?
"대체로 동의한다. 시스템 공천의 구체적인 내용은 바로 여론조사 경쟁력이다. 당의 공식적인 정량평가에 근
거해, 객관적인 데이터에 기반해 이뤄지는 공천이기 때문에 반발 요소가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의 공천이 상대적으로 무난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은 '84석의 축복'이 아닌가 싶다. 21대 총선 때 84석(지역구)밖에 못 얻었기 때문에 그만큼 경쟁이 완화됐고 빈 공간이 많았다. 반면, 민주당은 '163석의 저주'가 된 셈이다.(기자 말: 이후 입당·탈당, 재보궐 선거 등 거치며 지역 구가 90석 대 147석이 됐다)
하지만 시스템 공천은 여론조사상 상대방에게 우위를 점하면 웬만한 허물은 그냥 넘어가는 공천이다. 김선교 전 의원(경기도 여주양평)만 해도, 회계책임자가 유죄 판결을 받아서 배지를 떼인 건데도 경선에 올라갔다. 김 전 의원은 양평군수 출신이고 지역 조직을 장악하고 있다. 경선을 하더라도 이태규 의원이 김 전 의원을 이길 수가 없다. 이런 식의 퇴행적인 공천 행태도 부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 '용핵관(용산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 부진도 특징이다. 일종의 '착시효과'란 상반된 평가도 있는데 이번 공천과정에서 정말 '윤심'이 차단됐다 보나?
"현재까지 봤을 땐 '윤심 공천'을 최대한 차단하고 있다고 본다. 물론 용산은 개입하고 싶을 것이다. 대통령은 항상 하반기 국정운영의 주도권을 쥐고 싶어 한다. 또 국정철학을 전파하고 확산하기 위해 늘 자기 사람들 일부가 국회에 들어가 있기를 원한다. 윤 대통령도 굉장히 욕심을 많이 냈던 것 같은데, 문제는 국정 지지도다. 낮은 지지율과 높은 비호감도로 이게 사실상 무산되고 있다. 대신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공천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 대통령실 출신, 장·차관 출신들 중 경선이나 본선에서 생환할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 '친윤'으로 불리는 원외 인사들도 다수 있는데 왜 생환하기 어렵다고 예측하는가?
"여러 조건이 있는데, 일단 이 사람들이 갑자기 낙하산으로 내려가 기존 현역과 붙어도 이기기 어렵다. 과거에는 '청와대 출신'하면 여론조사에서 상당한 플러스 효과가 있었는데 지금은 대통령의 인기가 안 좋다. 특히 용산 출신 중 다수가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수도권 험지에 속하는 곳에 많이 가 있다. 이런 경우에도 생환 가능성이 크지 않다.
물론, 가능성이 크지는 않지만 남은 공천 과정에서 빈 자리에 누구를 앉힐지, 또 경선에서 누가 우위를 점할지를 두고 용산과 당이 충돌할 수도 있다. 설사 '윤한 갈등'이 다시 불거진다고 하더라도, 현재의 민주당만큼 파열음이 날 가능성은 별로 없다. 민주당은 거의 '분당 사태'로까지 갈 수 있는데 반해, 여당은 내부적으로 정리될 여지가 더 큰 것이다."
- 국민의힘의 경우 지역구 재배치도 중진들이 대체로 수용했고, 공천에 대한 산발적인 반발도 어느 정도 정리하는 모양새이다.
"처음엔 여당 입장에서의 험지가 되게 많았기 때문에 지역구를 바꾸라는 요구에 반발하는 기류가 컸다. 하지만 설 연휴 전후로 양지가 늘어났다. 중진들도 막상 가보니까 생각보다 분위기가 괜찮다는 걸 느낀 거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정리가 된 셈이다. 여당 입장에서는 운이 좋았다고도 볼 수 있다. 실제로 정치에서 운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높다."
- 4년 전에는 국민의힘이 '영남 자민련'으로 쪼그라들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었는데, 지금처럼 회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주류를 교체한 효과라고 볼 수 있다. 윤 대통령도 그렇고 한 위원장도 그렇고 그 중간에 이준석 전 대표의 영향도 컸다. 당의 주류가 과거 구시대 보수에서 새로운 인물들로 교체가 됐고, 그 상징적인 인사들이 당 외부에서 온 대선후보와 새 비대위원장이다.
그리고 유권자 지형이 여전히 국민의힘한테 우호적이다. 이준석 전 대표가 '세대포위론'을 내세웠던 그때와 비교하면 약간 훼손되긴 했지만, 대체적으로는 이 지형이 유지되고 있다. 투표율 양극화 현상도 국민의힘에게 굉장히 유리하다. 예를 들면 지난 대선 때 투표율이 77.1%였고, 그 이전 대선이 77.2%였다. 전체 투표율은 불과 0.1%p 차이지만 연령별 현황을 뜯어보면 엄청난 차이가 있다. 60대 이상은 대략 5%p 이상 올랐고, 50대는 대체로 유지, 20대부터 30대, 40대까지는 최소 5%p에서 최대 10%p까지 투표율이 내려갔다. 이런 현상은 아마 올해 총선에서도 그대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170석, 민주당 120석의 계산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