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윤석열 감사원, 지금까지 이런 감사는 없었다

[천막농성 100일 기획-4대강 청문회 열자 ② ] 4대강 표적 감사, 결국 물정책 퇴행으로

등록 2024.08.09 06:59수정 2024.08.09 06:59
9
원고료로 응원
지난 8월 6일은 '세종보 재가동 중단'을 요구하며 천막농성을 진행한지 100일 째 되는 날이다. <오마이뉴스>는 '세종보 천막농성' 100일을 맞아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과 함께 '4대강 청문회를 열자'는 기획을 마련했다. 이번 글은 그 두번 째로 필자는 정규석 녹색연합 사무처장이다.[편집자말]
 
a  윤석열 정부의 4대강 감사는 이전 4차까지의 감사와는 그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서울 종로구에 있는 감사원 모습

윤석열 정부의 4대강 감사는 이전 4차까지의 감사와는 그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서울 종로구에 있는 감사원 모습 ⓒ 이정민

 
난맥상이다.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들이 그렇다. 이명박 정부부터 문재인 정부까지 네 번에 걸쳐 시행된 감사원의 감사는 해당 시점의 현실 정치가 원하는 프레임 안에서 진행되었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4대강 사업의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수단으로, 박근혜 정부에서는 전 정권과의 차별성을 보여주는 수단으로 그리고 문재인 정부에서는 4대강 사업이 가진 근본적인 정책 실패의 흐름을 파헤치기 위한 감사였다.

물론 그 의도와 별개로 감사 결과 각론에서는 유의미한 결과들을 찾을 수 있다. 일례로 이명박 정부 때 감사가 4대강 사업의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감사였고, 결과적으로 4대강 사업을 긍정적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과도한 준설 계획과 환경영향평가의 절차상 문제점을 지적했다. 무엇보다 환경적·경제적 영향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가 부족했다는 지적은 4대강 사업의 시작 자체가 부실했다는 것을 증명한다.

1차부터 4차까지의 감사원 감사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a  감사원의 4대강 사업 감사 비교

감사원의 4대강 사업 감사 비교 ⓒ 정규석

 
4대강 5차 감사가 표적감사인 까닭

그런데 윤석열 정부의 감사는 이전 4차까지의 감사와는 그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이전 감사들이 4대강 사업 자체에 대한 감사였다면 윤석열 정부의 감사는 '문재인 정부'를 특정해 놓고 문재인 정부의 4대강 정책을 뒤집기 위한 수단으로 감사원 감사가 이용된 것이다.

감사의 목적부터 '문재인 정부 시절 금강·영산강 보 해체 결정 과정의 문제점'이었다. 특정 사안에 대한 감사라기보다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감사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그 어떤 감사보다 윤석열 정부의 감사는 표적 감사, 정치 감사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윤석열 정부의 감사는 4대강 국민연합(대표 이재오)과 정부의 이해가 맞아떨어져 벌어진 감사원의 청탁 감사다. 감사원은 감사 기간 중 대단한 문제가 있는 것처럼 여론몰이에 집중하면서 정쟁을 키웠다.


하지만 장장 18개월 동안 대대적인 감사를 벌인 결과가 무색하게 감사원은 기존 평가 결과를 뒤집을 만한 새로운 무엇을 제시하지 못했다. 감사원이 내놓은 문제점의 핵심은 기초자료 부족이지만 감사원도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

보 처리방안 평가가 과학적이지 못했다면 감사원이 다시금 적절한 평가 결과를 통해서 기존 평가의 문제를 지적했어야 한다. 2022년 5월 SBS 보도에서 확인된 것처럼 한강과 낙동강의 11개 보 처리방안은 감사원이 언급한 방법론을 반영해서 평가했어도 보 해체의 경제성이 높다.


그 어떤 방법론을 동원해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 것이다. 왜냐하면 2018년 7월 감사원의 4차 4대강 감사결과에서 보듯 4대강 보 원안 유지에 따른 사업 경제성이 매몰 비용을 제외해도 0.01~0.69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보 유지의 경제성이 낮다는 것은 보를 없애는 것이 더 남는 장사라는 것이다.

2013년 1월 감사원의 2차 감사결과에서 지적된 것처럼 16개 보는 한반도 대운하 외에는 용도가 없는 시설이다. 감사원은 4대강 조사·평가기획위원회와 전문위원회 구성 과정에 대해서만 억지 변죽을 울렸다.
 
a  금강 부여 농수로 녹조

금강 부여 농수로 녹조 ⓒ 대전충남녹색연합

 
시민사회를 비롯한 다양한 주체가 자연성 회복에 적절한 인사를 추천하는 것은 당연하다. 시민사회는 공개적으로 4대강 사업 추진 과정에서 활약한 곡학아세(曲學阿世) 전문가들의 반성을 촉구했다. 시민사회는 이들이 녹조와 지역 갈등 해결 등 우리 강 자연성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환경부는 이러한 요구들을 반영해 위원회 구성 인사를 확정했다.

물론 이런 상황에서도 감사원의 감사 결과 각론에서는 이전 감사와 마찬가지로 유의미한 결과를 찾을 수 있다.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의 보 해체를 위한 편익 분석 방법론의 한계를 지적하며 그 대안으로 추가적인 보 개방 모니터링을 주문한 것이다.

그러니까 경제성 편익 분석이 잘못되었고 일부 보 해체 결정이 잘못되었으니 그 해체 결정은 무효라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보 개방 모니터링을 통해 과학적 데이터를 충분히 확보한 후 결정해야 한다는 결론을 낸 것이다. 이건 낙동강과 한강을 포함해 전면적인 보 개방 모니터링을 촉구하는 시민사회의 요구사항과 일치한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감사 결과를 완전히 왜곡한 채 이용했다.

표적 감사는 퇴행적인 물관리 정책 회귀로 연결
 
a  지난 2023년 8월 25일,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의 졸속 변경에 항의하는 보철거시민행동

지난 2023년 8월 25일,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의 졸속 변경에 항의하는 보철거시민행동 ⓒ 보철거시민행동

 
환경부는 5차 감사결과를 받아들고 곧바로 보 존치를 선언하고 국가물관리기본계획 자체를 바꿔버린다. 국가물관리위원회는 2023년 8월 25일, 국가물관리기본계획 변경을 위한 공청회가 취소된 지 1주일 만인 9월 5일 공청회를 다시 개최했다. 이 과정에서 항의하는 환경 활동가들을 연행하고 구속 영장까지 청구했다. 초유의 일이다.

누차 강조하지만 국가물관리기본계획에서 '자연성 회복'이라는 말을 삭제하겠다는 변경안은 우리나라 물관리 목표를 전 지구적 흐름과 정반대로 수량 중심의 이수·치수 관점으로만 삼겠다는 선언이다. 일찌감치 산업화 시기를 거친 선진국들은 인공 구조물을 걷어내고 하천의 자연성 복원에 열중하고 있다. 영국 템스강과 프랑스 센강은 기존의 둔치를 없애고 모래톱을 되살리는 재자연화와 수질 개선에 중심을 둔 자연성 회복에 몰두하고 있다. 독일, 미국 등도 댐과 같은 인공 구조물을 없애는 것이 지금의 추세다.

보수 정권에서도 하천의 자연성 회복과 수질, 수생태계 보전으로의 물관리 정책 전환은 분명한 추세였다. 그에 발맞춰 국토부와 환경부로 이원화되어 있던 물관리 정책 권한을 수십 년간의 숙의 끝에 환경부로 일원화한 것이다. 또 역간척과 하굿둑 개방은 연구과제가 아니라 실행단계에 와 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정책의 일관성 없이 곡학아세하는 전문가들을 앞세워 시대적 과제를 져버리고 오로지 문재인 정부 지우기에만 몰두하고 있다. 급기야 최근 신규 댐 14곳 후보지를 환경부가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야당, 윤석열 정부의 무도함 따져 물어야

윤석열 정부는 정권 초기부터 민주주의의 기본인 삼권 분립을 무시하고 행정부의 독주로 국정을 운영해 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행정부의 거수기로 전락한 여당을 제외하고 야당들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따라 역진의 정도가 결정된다.

먼저 물관리 정책 정상화를 위한 범야권 특별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청문회를 통해 국민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사안의 심각성을 알릴 수도 있다. 그리고 국정감사 과정에서 정책의 무모함과 불합리함을 논리적으로 따져 물어야 한다.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하기야 물 분야 말고도 역진과 반동이 아닌 것을 찾기가 어려운 시절 아닌가. 하지만 누구 말마따나 사과나무는 심어야 하고 소는 키워야 한다. 물 정책에서 문재인 정부에서 매조지 못한 책임을 우리 모두가 가져야 할 때다.

[관련기사]
[기획①] 윤석열의 '4대강 폭주', MB보다 심하다(https://omn.kr/29pkr)
#4대강사업 #물정책 #윤석열 #감사원
댓글9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녹샥연합 활동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계산원을 부르는 손님의 호칭, 내 귀를 의심했다 계산원을 부르는 손님의 호칭, 내 귀를 의심했다
  2. 2 이재명 녹음파일 '발췌본' 튼 검찰... 재판장이 "전체 듣자" 이재명 녹음파일 '발췌본' 튼 검찰... 재판장이 "전체 듣자"
  3. 3 '한국의 치밀한 계획에 당했다'... 파리가 확 달라졌다 '한국의 치밀한 계획에 당했다'... 파리가 확 달라졌다
  4. 4 유인촌의 주장은 새빨간 거짓말로 판명되었다 유인촌의 주장은 새빨간 거짓말로 판명되었다
  5. 5 추석 음식 걱정? 볶음요리는 '이것'으로 고민 끝 추석 음식 걱정? 볶음요리는 '이것'으로 고민 끝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