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럼깨고, 보름달 보며
소원을 빌어 볼까요?

오늘은 대보름...의미와 세시풍속을 알아봅시다

등록 2001.02.06 13:04수정 2001.02.07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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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보름달이 휘영청 떠 있다. 구름 타고 천천히 운명을 항해하는 저 보름달을 본다. 뒷동산에 올라 너그럽고 따뜻한 달빛에 온 몸을 맡긴 채 지난 어린 추억을 더듬는다. 바로 음력 정월(1월) 대보름(15일)의 풍경이다.

오늘(2월 7일)은 일년 중 달의 크기가 가장 큰 대보름이다. 가장 작은 때에 비해 무려 14%나 커 보인다고 한다. 그것은 달이 지구에 가장 가깝게 다가서기 때문이란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는 '초저녁에 횃불을 들고 높은 곳에 올라 달맞이하는 것을 망월(望月)이라 하며, 먼저 달을 보는 사람이 길하다'고 적혀 있다. 우리도 뒷동산에 오를 수 없으면 아파트 베란다에서라도 달맞이를 하며, 소원을 빌어볼까?

우리나라는 농경을 기본으로 음력을 사용하는 전통사회였다. 또한 음양사상(陰陽思想)에 의하면 태양을 '양(陽)'이라 하여 남성으로 인격화되고, 달은 '음(陰)'이라 하여 여성으로 본다. 달의 상징적 구조를 풀어 보면, 달-여신-대지로 표상되며, 여신은 만물을 낳는 지모신(地母神)으로서의 출산하는 힘을 가진다고 한다. 이와 같은 우리 문화의 상징적인 측면에서 보면 달은 풍요로움의 상징이었다.

정월의 절일(節日:한 철의 명절)로는 설과 대보름이 있다. 태고적 풍속은 대보름을 설처럼 여기기도 하였다. 조선 후기에 간행된 <동국세시기>에 의하면 대보름에도 섣달 그믐날의 수세하는 풍속과 같이 온 집안에 등불을 켜 놓고 밤을 세운다는 기록이 보인다.

대보름에는 설보다도 더 많은 세시풍속과 놀이가 있다.

전통사회의 농가에서는 정월을 '노달기'라 하여 농민들은 휴식을 취하며 농사준비를 한다. 또 다양한 제의(祭儀:제사의식)와 점세(占歲:점치기) 및 놀이가 행해진다. 지방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개 대보름날 자정을 전후로 제관을 선출하여 풍요로운 생산과 마을의 평안을 축원하는 동제 (洞祭:마을제사)를 지낸다.


전남 해남군 도둑잡이굿, 전남 완도군 장보고당제, 전남 보성군 벌교갯제, 충남 연기군 전의 장승제, 전북 고창의 오거리 당산제, 경북 안동군 도산 부인당제 , 경북 안동군 마령동별신제, 강원도 삼척군 원덕 남근제, 전북 김제시 마현 당제 등이 있다.

대보름날 아침 일찍 일어나면 '부럼 깬다'하여 밤, 호두, 땅콩, 잣, 은행 등 견과류를 깨물며 일년 열두 달 종기나 부스럼이 나지 않도록 빈다. 또 부럼을 깨물 때 나는 소리에 잡귀가 달아나고 이빨에 자극을 주어 치아가 건강해진다고 생각했다.


부럼을 깨무는 우리 조상의 슬기로움은 영양학상으로도 인정이 된다. 잣은 불포화 지방산이 매우 풍부하게 들어 있어서 혈압을 낮춰주고 피부를 윤택하게 가꾸어 주며 장관의 운동을 활발하게 해서 변비를 막아준다. 밤에는 탄수화물이 많이 들어 있고 비타민 B1, C 등이 풍부한 영양 식품이며, 호도는 두뇌 발달에 영향을 주는 영양소로 알려진 DHA의 전구체가 다량 들어 있다고 한다.

또 아침 일찍 일어나 사람을 보면 상대방 이름을 부르며 '내 더위 사가라'고 한다. 이렇게 더위를 팔면 그 해 더위를 먹지 않는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한편 아침 식사 후에는 소에게 사람이 먹는 것과 같이 오곡밥과 나물을 키에 차려주는데, 소가 오곡밥을 먼저 먹으면 풍년이 들고, 나물을 먼저 먹으면 흉년이 든다고 한다.

아이들은 대보름날이 되면 '액연(厄鳶) 띄운다'고 하여 연에다 '액(厄)' 혹은 '송액(送厄)' 등을 써서 연을 날리다가 해질 무렵에 연줄을 끊어 하늘로 날려보냄으로써 액막이를 한다.

초저녁에 뒷동산 등에 올라가서 달맞이를 하는데 맞는 달의 모양, 크기, 출렁거림, 높낮이 등으로 1년 농사를 점치기도 한다. 또 달집태우기도 대보름날 밤에 행해지는데, 짚이나 솔가지 등을 모아 언덕이나 산 위에 쌓아 놓고 보름달이 떠오르기를 기다려 불을 지른다. 피어오르는 연기와 더불어 달맞이를 하고, 쥐불놀이와 더불어 이웃마을과 횃불싸움을 하기도 한다.

볏가릿대 세우기는 보름 전날 짚을 묶어서 깃대 모양으로 만 들고 그 안에 벼·기장·피·조의 이삭을 넣어 싸고, 목화도 장대 끝에 매달아 이를 집 곁에 세워 풍년을 기원하는 풍속이며, 복토 훔치기는 부잣집의 흙을 몰래 훔쳐다 자기 집의 부뚜막에 발라 복을 기원한다. 용알 뜨기는 대보름날 새벽에 제일 먼저 우물물을 길어와 풍년과 운수대통하기를 기원하는 풍속이다.

곡식 안내기는 경남지방의 풍속으로 농가에서는 정초에 자기 집 곡식을 팔거나 빌려주지 않는다. 이는 이 시기에 곡식을 내게 되면 자기 재산이 남에게 가게 된다는 생각 때문에 행해진 풍속이다.

사발점은 대보름날 밤에 사발에 재를 담고, 그 위에 여러 가지 곡식의 씨앗을 담아 지붕 위에 올려놓은 다음, 이튿날 아침 씨앗들이 남아 있으면 풍년이 되고, 날아갔거나 떨어졌으면 흉년이 든다고 한다. 나무그림자점은 한 자 길이의 나무를 마당 가운데 세워 놓고 자정 무렵 그 나무 비치는 그림자의 길이로써 농사의 풍흉을 점치는 풍속이다.

달붙이는 대보름 전날 저녁에 콩 12개에 12달의 표시를 하여 수수깡 속에 넣고 묶어서 우물 속에 집어넣어 콩알이 붙는가 안 붙는가에 따라 농사의 풍흉을 점치는 풍속이다. 닭울음점은 대보름날 꼭두새벽에 첫닭이 우는 소리를 기다려서 그 닭울음의 횟수로써 농사의 풍흉을 점치는 풍속이다.

대보름날의 먹을거리는 찹쌀을 찌고, 또 밤·대추·꿀·기름·간장 등을 섞어서 함께 찐 후 잣을 박은 약밥을 준비한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신라 소지왕(炤智王) 10년 정월 15일 왕이 천천정(天泉亭)에 행차했을 때 날아온 까마귀가 왕을 깨닫게 했다. 그래서 보름날 까마귀를 위하여 제사를 지내 그 은혜에 보답하는 것이다"라는 기록이 있다. 이 약밥은 지방에 따라 오곡밥·잡곡밥·찰밥·농사밥 등으로 대신 하기도 한다.

대보름날엔 세 집 이상의 타성(他姓:성이 다른 사람) 집 밥을 먹어야 그 해의 운이 좋다고 하며, 평상시에는 하루 세 번 먹는 밥을 이 날은 아홉 번 먹어야 좋다고 한다. 또 대보름의 절식(節食:명절 음식)으로 복쌈이 있는데, 이는 밥을 김이나 취나물, 배추잎 등에 싸서 먹는 풍속을 말한다. 복쌈은 여러 개를 만들어 그릇에 노적 쌓듯이 높이 쌓아서 성주님께 올린 다음에 먹으면 복이 온다고 전한다.

또 귀밝이술이라는 풍속이 있다. 동국세시기에는 "청주 한 잔을 데우지 않고 마시면 귀가 밝아진다. 이것을 귀밝이술이라 한다"라는 기록이 보인다

또한 풍요다산을 기원하는 놀이로 줄다리기를 들 수 있다. 볏짚을 이용하여 암줄과 숫줄을 만든 뒤에 마을단위로 나뉘어 줄을 당기게 되는데, 암줄이 승리를 해야 풍년이 든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이밖에도 풍농을 기원하는 풍속으로 지신밟기가 있는데, 지신밟기는 정초부터 대보름 무렵에 마을의 풍물패가 집집마다 돌며 흥겹게 놀아주고, 축원해 준다. 지역에 따라서 마당밟기, 매귀(埋鬼:귀신이 나오지 못하도록 밟는 것), 걸립(乞粒:동네에서 쓸 공동경비를 여러 사람들이 다니면서 풍물을 치고 재주를 부리며 돈이나 곡식을 구하는 일) 등으로 불리운다.

이 외의 민속놀이를 살펴보자.

1)나무쇠싸움 : 일명 쇠머리 싸움. 나무쇠는 생소나무와 세 가닥으로 된 짚줄로 만드는데 머리는 세모꼴이고 몸둥이는 네모꼴인데 머리를 받쳐주는 기다란 받침대 나무가 있다.
이 놀음은 동·서 양편으로 나누어 싸우는데 긴 통나무로 엮은 쇠머리 위에는 동·서 양편에 각각 세 사람의 장수(大將·中將·小將)가 올라서고 그 밑 멜대에는 수백 명의 장정이 붙어 서서 메고, 지휘자의 호령에 따라 접전을 벌여 승부를 낸다.

2)놋다리밟기 : 맨 앞에는 '창립'이라고 부르는 할머니들이 서고, 그 뒤는 '장년'이라 해서 30대의 부인들이 따른다. 장년 뒤에는 '놋다리의 역할을 하는 수십 명의 여자들이 모두 허리를 굽히고 뒷사람이 앞사람의 허리를 두 손으로 잡고 머리는 앞사람의 궁둥이에 대는데, 마치 생선을 꿰어 놓은 것 같다.
이 다리 위를 공주로 선발된 예쁜 소녀를 단장시켜 엎드린 등위를 밟고 뒤로부터 앞으로 걷게 하는데 이렇게 구부린 사람의 등 위를 공주가 지나가면, 곧 뛰어서 맨 앞에 가서 다시 구부려서 다리는 그치지 않도록 한다.

3)다리밟기 : 한자 이름으로는 답교(踏橋)라고 한다. 정월 대보름날 밤 다리를 밟으면 1년 동안 다리병이 없고, 열 두 다리를 밟아 지나가면 열 두 달의 액을 면한다고 한다. 다리를 많이 지나갈수록 좋다고 해서 성안에 있는 모든 다리를 밟고 지나갔는데 이것을'다름밟기'라고 한다 하였다. 대광통교(大廣通橋), 소광통교(小廣通橋) 및 수표교(水標橋)에 가장 많이 모이며, 이날은 관례에 따라 통행금지를 완화한다.

4)봉죽놀이 : 정월 열 나흘 날 어촌에서 풍어를 위해 행하던 놀이이다. 소리와 춤으로 엮어지는 집단적인 가무놀이인데 소리의 바탕은 봉죽타령으로 서해안의 몇 곳에서 행해진다. 곱사춤, 고사리춤 등을 추며, 세고리기 타령을 부르기도 한다. 봉죽놀이는 보통 일 주일쯤 계속된다. 황해도와 경기도 일부 지역에서는 고기를 많이 잡으면 이를 '봉죽 받았다'고 한다.

5)사자놀이 : 일명 주지놀음. 사자탈을 좀 우스꽝스럽게 제작하여 놀이패들이 뒤집어쓰고 마을을 돌며, 재액을 몰아내고, 복을 불러들이는 놀이를 행하였다.

6)들풀태우기 : 오름 들풀태우기는 병충해를 없애고 새풀을 돋게 해 가축을 잘 키우게 해달라는 제주도의 풍속으로 육지의 달집태우기와 같은 종류이다.

7)고싸움놀이 : 광주의 옻돌마을에서 유래한 대보름 세시풍속으로 남도의 기상과 멋이 깃든 민속놀이다. 윗마을과 아랫마을의 고가 맞부딪혀 어느 한쪽의 고가 땅에 닿으면 싸움에서 진다.

8)월등 달집태우기 : 전남 순천지방에 많이 자라나는 대나무로 만든 달집은 달을 상징한다. 풍물패들이 풍물을 치면서 달집을 태울 때 주민들은 풍년과 각자의 소망을 기원한다.

9)당산옷 입히기 : 전북 부안에서 전해온다. 줄다리기를 한 후 이긴 편의 줄을 운반해서 마을 수호신의 신체인 당산에 옷을 입힌다. 주로 쌀을 재배하는 농경민족이 풍년을 염원하는 오랜 유습이다.

이 외에 관원놀이(감영놀이), 농기세배 등도 있다.


어머니

김재진 시(詩)

엄마.
우리엄마, 하고 불러 봅니다.
철들고, 어느새 나이 마흔 후딱 넘어
한번도 흘려보지 않은 눈물 흐릅니다.
정월 대보름입니다. 마흔 넘어 처음 보는
보름달입니다.
눈 내린 듯 환한 밤길 걸어
술 받으러 가는 길이었습니다.
달아,
달 본지 십 년도 이십 년도 더 된 것 같습니다.
어떻게 살았기에 눈물 흘린지
십 년도 이십 년도 더 된 것 같습니다.
어머니,
목메는 이름입니다.
어머니,
세상의 아픈 사람들 다 모여 불러보는
이름입니다.
세상의 섧븐 사람들 다 모여 힘껏 달불 돌리는
어머니,
대보름입니다.

덧붙이는 글 | 참고

<나의 뿌리 : www.goodfamily.net/myroot/sub05_1_a.htm>
<인터넷한겨레 : www.hani.co.kr>
<굿모닝디지탈 : www.chosun.co.kr/good/970222/coolhot.html>
<한국의 민속놀이 : computer.hansei.ac.kr/CONTEST/홈페이지부문/(4099)김정화/1.htm>
<사라져가는 풍습 : user.chollian.net/~cha0523/>
<이미숙 박사의 건강한 식탁 : dietnote.co.kr/tennis/t27.htm>
<한국민속대사전 : 민족문화사>

덧붙이는 글 참고

<나의 뿌리 : www.goodfamily.net/myroot/sub05_1_a.htm>
<인터넷한겨레 : www.hani.co.kr>
<굿모닝디지탈 : www.chosun.co.kr/good/970222/coolhot.html>
<한국의 민속놀이 : computer.hansei.ac.kr/CONTEST/홈페이지부문/(4099)김정화/1.htm>
<사라져가는 풍습 : user.chollian.net/~cha0523/>
<이미숙 박사의 건강한 식탁 : dietnote.co.kr/tennis/t27.htm>
<한국민속대사전 : 민족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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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으로 우리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 글쓰기와 강연을 한다. 전 참교육학부모회 서울동북부지회장, 한겨레신문독자주주모임 서울공동대표, 서울동대문중랑시민회의 공동대표를 지냈다. 전통한복을 올바로 계승한 소량, 고품격의 생활한복을 생산판매하는 '솔아솔아푸르른솔아'의 대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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