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광우병은 과연 존재하는가? -2

등록 2001.02.09 13:50수정 2001.02.09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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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말 모두 영국에서 87명, 프랑스에서 2명이, 아일랜드에서 1명이 광우병과 연관된 변종야콥병 환자로 확진되었다.


갈수록 태산인 것은, 이 광우병의 전염은 음식으로의 섭취로 뿐만이 아니라 광우병에 걸린 동물이나 가축의 뼈와 고기로 만든 모든 제품, 사료, 심지어 화초의 비료, 화장품, 비누 등과 같은 정제제품으로도 확산될 수 있으며, 가축을 다루는 모든 과정에서 사람에게 직접 감염될 수도 있을 뿐만 아니라, 잠복감염 상태인 사람들의 혈액이나 장기기증, 수술적 처치 등을 통해서 전염될 수 있을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는 1986년부터 1996년까지 기간 중에 영국에 6개월 이상 머물렀던 사람의 수혈을 금지시키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기까지 한 형편이다. 그러나 이러한 광우병과 인간의 변종야콥병에 대해서는 아직 과학적으로 논란의 여지가 많다.

우선 모든 과학자들이 소위 '프라이온 원인론'을 믿고 있는 것은 아니다. 실험용 쥐에 광우병으로 감염된 조직을 주사하여 광우병을 일으켜 보았지만, 실제로 이 감염성 프라이온이 발견된 쥐는 반도 되지 않았다는 실험결과는 아직 바이러스와 같은 병원 인자를 발견하지 못한 것일 뿐, 프라이온이 이 병의 원인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최근의 분자유전학적인 방법을 비롯한 여러 연구들에서도 광우병과 인간의 변종야콥병은 동일한 원인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역학적인 연구나 실험동물에 의한 결과일 뿐, 아직까지 이 질병들의 공통 원인인 프라이온이 감염된 가축의 신경조직을 섭취해서 사람에게 감염되었음을 직접적으로 증명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또, 왜 유독 영국에서만 광우병이 발생한 것일까? 하는 의문도 없지 않다.

광우병은 영국에서 시작되어 감염된 가축이나 가공 유제품, 육류제품등을 통해 여러 나라들에도 전파된 것으로 생각되고 있고, 아직까지 영국을 제외하고는 광우병이 보고된 나라들 중에서 자생적인 광우병 발생의 증거가 없다고 한다.


따라서 아직까지는 영국으로부터 소나 소고기 가공제품, 동물성 사료의 수입이 거의 없는 미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들에서 광우병 발생은 보고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들 나라에서도 동물성 사료를 사용치 않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유독 영국에서만 광우병이 발생할 이유는 없다.

영국에서 보다 많은 스크래피에 감염된 양이나 염소가 사료로 이용되었기 때문이라거나, 원인 인자의 변이가 일어났기 때문이라고 추정한다고 하지만, 변이가 영국에서만 일어날 필연성이 있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리고 반론자들은 실제로 야콥병의 발생률(백만명 중의 1명)이 과거나 지금이나 변화가 없다는 것을 근거로 삼기도 한다. 또 영국에서는 동물원의 다양한 식성을 가진 외래종 유제류(발굽을 가진 동물)들과 애완용 동물들도 광우병과 동일한 원인으로 죽었는데, 이러한 사실들은 먹는 것에서 이 질병이 전염되었을 가능성이 오히려 적다는 반증이라는 주장도 한다.

어쨌든, 지난 10여년간 수많은 인적왕래가 있었음에도 영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 이 변종야콥병이 발견되고 있지 않다는 것은 역시 풀리지 않는 의문이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야콥병과 유사한 증세를 보이는 환자가 96년부터 2000년 11월까지 24명 발견되었지만, 변종야콥병 환자는 보고된 바가 없다. 그러나 이 광우병에 대한 우려는 소리 소문없이 번져나가고 있다.

과학적 판단과 정책적 판단이 차이가 나는 이유는 여기에 있는 것 같다. 과학적 검증여부와는 상관없이 이러한 우려가 존재하는 한 정부는 광우병이나 변종야콥병이 유입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 세밀하고 꼼꼼한 정책적 고려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분명하고 원칙적인 노력은, 오히려 근거없는 입소문이나 언론의 호들갑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우리나라의 축산업을 보호하고 살리는 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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