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변을 위하여

등록 2001.03.02 16:49수정 2001.03.02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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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비는 전 인구의 80%가 한 번씩은 경험한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 스스로 변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중에는 단지 변을 보는 횟수만 적을 뿐, 며칠에 한 번씩 변을 보더라도 변을 보는데 전혀 불편함을 못 느끼는 사람도 꽤 있다.


실제로 변비인지를 판단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고려된다. 정상적인 장의 운동을 전제로 한 정상 배변횟수는 하루 3번에서 일주일에 3번 정도까지로 보고 있지만, 실제로 매일 화장실에 가서 변을 보더라도 오랜 시간 과도하게 힘을 써야 한다거나, 변이 아주 딱딱하다거나, 충분히 변을 보지 못해서 잔변감이 남는 경우에는 변비가 있다고 판단하게 된다.

변비는 어떤 이유에서든 음식물이 장을 통과하는데 장애가 있거나 항문의 조절기능이 떨어진 때문이라고 볼 수 있는데, 우울증 등에 사용하는 정신과 약물이나 진정제, 철분제, 제산제, 고혈압약 등을 복용하는 경우에도 변비가 생길 수 있고, 갑상선기능저하증, 당뇨, 임신 등에 의해서도 변비가 생길 수 있다. 정신적 스트레스, 불안, 식사습관 등도 변비를 유발하는 흔한 이유가 될 수 있다.

갑자기 발생한 변비는 장을 막고 있는 어떤 원인을 찾는 검사를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대부분의 변비는 특별한 원인을 발견할 수 없는데, 최근에는 다이어트의 부작용으로 먹는 양을 갑자기 줄이거나, 설사약, 이뇨제 등의 지나친 복용으로 변비를 호소하는 젊은 여성환자들을 흔히 볼 수 있다. 또 장을 자극하는 변비약을 만성적으로 사용함으로 해서 오히려 변비가 악화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 같다.

변비가 잘 생길 수 있는 사람들의 생활을 보면, 변을 과도하게 참거나 운동이 부족한 경우, 식사가 불규칙하고 폭음, 폭식, 편식을 하는 경우가 많고, 채소와 같이 섬유질이 많은 음식과 물을 적게 먹는 특징들이 있다.

변비를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데에는 섬유질이 많은 음식을 충분히 섭취하고 물을 많이 먹는 것이 우선이다. 변비환자라고 정상인에 비해 반드시 섬유질을 덜 먹는다는 것은 아니지만, 평소 먹는량보다 하루 20-30g 정도 섬유질을 더 먹으면 많은 경우 변비증상이 호전된다고 한다.


사람은 섬유질을 분해할 효소가 없어서 우리가 먹은 섬유질은 소화되지 않고 장에서 물이나 여러 다른 내용물들을 붙잡아 변의 양을 늘려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런 작용을 하는 변비약이 아락실, 뮤실론 등으로 알려진 약들인데, Psyllium husk(차전차 껍질)라고 불리는 식물을 주성분으로 만들기 때문에 '-실' 이란 이름들이 붙는 경우가 많고, 건강식품으로 분류되어 판매되는 것들도 많이 있다.


이러한 섬유질을 주성분으로 하는 약들은 단지 변의 양을 늘려주는 작용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의존성이나, 부작용 이 별로 없어 장이 막혀 변비가 생긴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차적인 변비치료약으로 사용된다.

이렇게 섬유질을 포함한 음식(채소나 과일)이나 식이섬유와 함께 물을 많이 마시고(하루 8잔 이상이라고 제시하는 경우도 있다), 편안한 시간을 택해 규칙적으로 변을 보는 연습을 하도록 하는 것이 변비 치료의 첫 단계이다. 더불어 운동을 많이 하고 변비를 유발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생활습관들을 바꾸는 것도 기본이다.

이런 방법을 통해서도 해결되지 않는 변비는 장을 자극하는 약물을 써보게 되는데, 주의할 것은 장을 강제로 자극하여 변을 보게 하는 약들은 습관적으로 복용할 경우 오히려 장무력증을 유발해서 변비를 악화시키고, 점점 약의 용량이나 강도를 높이지 않으면 변을 볼 수 없는 상태로 되는 수가 있다.

일반적으로 '하제'라고 불리는 이런 약들로는 둘코락스, 비코그린, 비사코딜 등이 있다. 흔히 변비에 도움이 된다는 차(예를 들어 동규자차)들도 역시 장을 자극하는 이러한 약제들과 기본적으로 같은 성분을 가지고 있어서 습관적인 복용은 피해야 한다.

계속적인 노력에도 변비증상의 호전이 없다면 항문 근전도 검사, 배변 조영술 검사, 대장통과 시간측정검사등 특수한 검사를 시행해 보게 된다.

젊은 여성에서 일반적인 변비치료(대변양을 증가시키는 약이나 약하게 장을 자극하는 약을 쓰는 경우)로도 효과가 없는, 배변횟수가 적고, 과도하게 힘을 써야하는 심한 변비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이러한 검사들의 결과에 의하면, 이들의 70%가 변이 대장을 통과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유형이고, 나머지 30%는 항문의 감각과 반응이 떨어져 있는 항문형 변비라고 한다.

변이 대장을 통과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경우는 근본적으로 장의 운동을 담당하는 장신경에 이상이 있기 때문인데, 선천적으로 장신경에 문제가 있어서이거나 장벽의 근육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당뇨나 갑상선 호르몬의 저하 때문에 생기는 장무력증, 장을 자극하는 변비약을 장기 복용한 경우에도 이러한 양상의 변비가 오게 된다.

장의 운동이 느리게 되면 장속의 내용물이 장 점막과 접촉하는 시간이 길어져 그만큼 점막으로부터의 수분 흡수가 많아진다. 따라서 변의 성분 중 수분의 양이 줄어들어 변이 딱딱해져 변비가 오게 되는 것이다.

장신경에 이상이 생긴 대장무력증의 경우에는 치료가 힘든 경우가 많다. 섬유소나 기타 식이요법을 계속 써도 잘 듣지 않고, 적절한 약물요법등을 통해 생활을 유지하지만, 완전히 정상으로 회복되기는 힘들다. 약물요법에도 반응이 없는 난치성인 경우에는 최후의 방법으로 수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항문이상에 의한 변비는 변이 직장에 차 있는데도 변을 보고 싶은 느낌이 들지 않거나 항문의 괄약근이 잘 이완되지 않는 경우다.

정상적인 사람들의 경우 변이 항문 앞에까지 오면 변이 마려움을 느끼게 되고 이때 힘을 주면 반사작용에 의해 항문을 오므리고 있는 괄약근이라는 근육이 느슨해져 열리게 되는데, 변을 보는 습관이 잘못되었거나 변을 오래 참는다든가 해서 정상적인 반사작용이 자주 억제된 경우에 이러한 반사작용이 둔해져서 변비가 생길 수 있다.

이들의 증상은 변을 보려면 불쾌감이 있고 변도 가늘게 나와 시원하지가 않다. 화장실에 30분 이상씩 앉아 있어도 잘 나오지가 않는다. 여성들이 평소에 별 탈 없다가 갑자기 변비가 생기는 경우에 이러한 항문형 변비인 경우가 많다. 스트레스와 같은 심적인 문제가 원인이 되는 경우가 흔하다고 한다.

항문형 변비는 자신의 항문이 수축 이완하는 것을 시각적으로 지켜보며 이완연습을 하는 바이오피드백을 이용한 이완요법이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강조할 것은, 역시 임의로 변비약을 습관적으로 복용해서 '변비탈출'을 시도하지 말았으면 하는 것이다. 잦은 관장도 마찬가지다. 항문반사기능이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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