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 지나 비오지 않으면 기우제를

여름절기를 알아보자 2

등록 2001.06.21 14:19수정 2001.06.21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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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완연한 여름이다.

며칠 전까지 가뭄 때문에 온 들녘이 울상이었지만 단비가 내려주어 이제 어느 정도 해갈이 된 듯하다. 임금이 초가에 내려앉아 제사를 지내며, 음식을 전폐하는 등의 근신하는 기운이 없었는데도 단비로 인해 모심기를 할 수 있었고, 밭작물이 생기를 얻은 것은 참 다행한 일이다. 온 국민이 기우제를 지내는 마음으로 하나가 된 것을 하늘이 어여쁘게 보았을까?

지난번에 이어 여름절기를 알아보자. 이번에는 하지, 소서, 대서이다. 일년 중 가장 더운 철로 사람들은 산과 바다를 찾아 즐기는 시절이지만 올해는 산과 바다에서 사람구경을 하는 대신 문화답사를 계획해보면 어떨까?


예를 들면 전남 보성에서 광활한 차밭과 판소리 강산제의 발원지를 둘러보고, 녹차해수탕에 몸을 담가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또 전통옹기공장과 삼베공장, 천연염색연구소를 찾아본 다음 이웃 승주군의 낙안읍성 민속마을, 강진군의 도자기 발원지, 정약용 선생의 다산초당, 해남의 땅끝, 대흥사 등을 들러보면 정말 값진 여행이 아닐까?

하지(夏至)

24절기의 열 번째로 망종과 소서 사이에 들며, 음력으로 5월, 양력으로 6월 21일께가 된다. 해는 황도상에서 가장 북쪽인 하지점(夏至點)에 위치하게 되는데 북반구에 있어서 밤시간이 가장 짧아진 반면, 낮시간은 14시간 35분으로 1년 중 가장 길다.

정오의 해 높이도 가장 높고, 해로부터 가장 많은 열을 받는다. 그리고 이 열이 쌓여서 하지 이후에는 몹시 더워진다. 북극지방에서는 하루 종일 해가 지지 않으며, 남극에서는 수평선 위에 해가 나타나지 않는다.

옛 사람들은 하지 15일간을 5일씩 3후(候)로 나눠서, 초후(初候)에는 사슴의 뿔이 떨어지고, 중후(中候)에는 매미가 울기 시작하며, 말후(末侯)에는 반하(半夏:두여머조자깃과에 딸린 여러해살이풀인 끼무릇의 덩이뿌리)의 알이 생긴다고 했다.


남부지방에서는 단오를 전후하여 시작된 모심기가 하지 이전이면 모두 끝나며, 장마가 시작되는 때이기도 하다. 강원도 지역에서는 햇감자를 캐어 쪄먹거나 갈아서 감자전을 부쳐먹는다.

옛날 농촌에서는 흔히 하지가 지날 때까지 비가 오지 않으면 기우제를 지냈다. 충청북도 중원군 엄정면 목계리는 이장이 제관이 되어 한강지류의 웅덩이(소:沼) 속에 있는 용바위에서 소(牛)를 잡아 용바위에 피를 칠하고 소머리만 웅덩이 속에 넣는다. 이때 흔히 키로 물을 까불어서 비가 내리는 것 같은 형태를 만드는 주술적인 동작도 한다.

소서(小暑)

24절기의 열한 번째로 하지와 대서 사이에 들며, 음력 6월, 양력 7월 7일이나 8일께가 된다. 해가 황경 105도의 위치에 있을 때이다.


옛 사람들은 소서 15일간을 3후(三侯)로 나누어서 초후(初侯)에는 더운 바람이 불어오고, 중후(中侯)에는 귀뚜라미가 벽에 기어다니며, 말후(末侯)에는 매가 비로소 사나워진다고 하였다.

이 시기에는 장마전선이 우리나라에 오래 자리잡아 습도가 높아지고, 비가 많이 온다. 하지 무렵에 모내기를 끝내고, 소서 때는 논매기를 했다. 팥, 콩, 조들도 하지 무렵에 심고, 소서 무렵에 김을 매준다. 또, 이때 퇴비 장만과 논두렁의 잡초깎기도 한다.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는 철이므로 채소나 과일들이 풍성해지고 보리와 밀도 먹게 된다. 특히 음력 5월 단오를 전후하여 시절식으로 즐기는 밀가루 음식은 이때 제일 맛이 나서 국수나 수제비를 즐겨 해먹는다.

채소류로는 호박이며, 생선류로는 민어가 제철이다. 민어포는 좋은 반찬이 된다. 또 민어는 회를 떠서 먹기도 하고, 매운탕도 끓여먹는데 애호박을 송송 썰어 넣고 고추장 풀고 수제비 띄워 먹는 맛은 환상이다.

대서(大暑)

24절기의 열두 번째로 음력으로는 6월중, 양력으로는 7월 23일 무렵이다. 해의 황경(黃經)이 120도에 이르며, 일년 중 제일 더운 때라고 대서(大暑:큰 더위)라 붙여졌다.

옛 사람들은 대서 기간을 5일씩 끊어서 초후에는 썩은 풀이 변해서 반딧불이 되고, 중후에는 흙이 습하고 무더워지며, 말후에는 때때로 큰비가 내린다고 하였다.

대개 중복(中伏) 때이고 장마가 끝나며 더위가 가장 심해지는 때이다. 천둥과 번개가 대단하고 소나기가 무섭게 쏟아지기도 한다. 한 차례 소나기가 내리면 잠시 더위를 식히기도 하나 다시 뙤약볕이 더위를 먹게 한다.

소나기가 온 뒤의 마당에 미꾸라지들이 떨어져 버둥거리기도 한다. 빗줄기 타고 하늘로 치솟았다가 땅으로 떨어진 것인데 추어탕을 해먹으면 기운이 난다고 한다.

참외나 수박 등 과일이 풍성하고, 가장 맛이 있다. 햇밀과 보리를 먹게 되며, 채소가 풍성하고, 산천의 푸르름이 한층 짙어진다. 장마 때에는 과일이 무맛이 되는 반면 가물었을 때는 과실 맛이 매우 달다.

이제 더운 여름절기를 맞아 땀을 많이 흘려야 한다.
그러나 그 땀이 보람 있는 땀이라면 좋겠다. 그저 흘리는 것보다는 뭔가 의미있는 일을 하면서 땀을 흘린다면 올해는 값지고 건강한 한해가 되지 않을까?

문화답사를 계획하고, 실현해보자.

덧붙이는 글 | 뿌리넷 : www.poori.net
이야기 한자여행 : www.hanja.pe.kr/8-han/8-han1.htm
디지털한국학 : www.koreandb.net/holiday/heritage/cult_day03.html 
우리가 알아야 할 국경일과 기념일 : myhome.shinbiro.com/~leens84/index.htm
민속대사전, 한국민속사전 편찬위원회, 민족문화사, 1991
한국의 민속, 김성배, 집문당, 1980

덧붙이는 글 뿌리넷 : www.poori.net
이야기 한자여행 : www.hanja.pe.kr/8-han/8-han1.htm
디지털한국학 : www.koreandb.net/holiday/heritage/cult_day03.html 
우리가 알아야 할 국경일과 기념일 : myhome.shinbiro.com/~leens84/index.htm
민속대사전, 한국민속사전 편찬위원회, 민족문화사, 1991
한국의 민속, 김성배, 집문당, 1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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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으로 우리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 글쓰기와 강연을 한다. 전 참교육학부모회 서울동북부지회장, 한겨레신문독자주주모임 서울공동대표, 서울동대문중랑시민회의 공동대표를 지냈다. 전통한복을 올바로 계승한 소량, 고품격의 생활한복을 생산판매하는 '솔아솔아푸르른솔아'의 대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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