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은 우리 것이여!"

국악과 함께 만드는 여유로운 삶(1)

등록 2001.08.03 20:09수정 2001.08.06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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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일 듯 끊일 듯 이어지는 소리, 원장현 선생의 '대금산조'를 듣는다. 걸쭉한 해학, 박동진 선생의 판소리 '흥보가'를 듣는다. 시간이 멈추어버린 듯한 느낌 '수제천'을 듣는다. 서민의 애환이 담겨 있으며, 소리가 구성진 남도민요 '진도아리랑'을 듣는다. 모두가 하나되는 소리, 풍물굿을 듣는다.

우리의 국악들이다.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으며, 어느 것 하나 우리의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내지 못하는 소리가 없다. 나는 이 우리의 국악을 들을 때면 한국인, 배달겨레의 한 사람임을 절실히 느낀다.


그러면 우리의 국악은 무엇이며, 어떤 것들이 있고, 어떤 특징을 가진 것들인지 한번 살펴보기로 하자.

'국악'의 뜻을 '한국민속대사전'에서 찾아보자. '국악'이란 한국음악의 준말로 아악, 가곡, 시가, 시조, 판소리, 민요, 범패 등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음악과 새로 작곡된 창작국악까지 포함된 음악을 말한다고 되어있다.

국악은 토착성과 외래성에 따라 우리 궁중음악인 아악, 중국계의 속악인 당악, 향토음악인 향악으로 구분한다.

또 누가 즐기느냐에 따라 정악·민속악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정악은 아악과 같은 뜻으로 쓰여지며, 주로 악보에 의하여 전해온 음악으로, 느리고 한가하며 회평하고 장대한 악상으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감정표현을 최대한 억제하여 담담하고 유유한 흐름이다.


민속악은 민간에 자연발생적으로 내려오는 음악으로 표현이 자유분방하고, 선율이 복잡하며, 비교적 빠르고, 장식음이 많은 음악이다. 서민들의 희노애락 감정을 그대로 표현한 것으로 한, 흥겨움, 익살의 멋을 담고 있다. 민속악에는 판소리, 무악, 산조, 잡가, 풍물굿, 민요, 범패 등이 있다.

또 다른 구분으로 노래와 춤이 곁들이는 가무악, 주로 소리를 하는 성악, 악기를 연주하는 기악이 있다.


춤과 곁들이는 '가무악'은 종묘제례악, 범패, 굿음악이 있다.

'종묘제례악(宗廟祭禮樂)'는 종묘와 영녕전 두 사당의 제사에 사용되는 기악과 노래(악장:樂章)와 무용(일무:佾舞)을 말하며, 줄여서 종묘악(宗廟樂)이라고도 한다. 종묘제례악은 각기 음색이 다른 여러 악기의 합주이다. 사람의 목소리와 돌·가죽·쇠·대나무와 같이 삼라만상의 상징적 의미를 나타내는 다른 소리들의 장관을 종묘제례악의 매력으로 보기도 한다.

범패(梵唄)는 절에서 재(齋)를 올릴 때 부르는 장단, 화성이 없는 단선율의 노래이며, 이 음악을 반주로 추는 춤은 작법(作法)이라고 한다. 범패는 불교음악의 총칭이라 할 수 있는 종교음악이지만 세속적으로는 소리를 통한 자기 구원, 참된 삶의 본질을 추구하는 음악이라 할 수 있다.

성악으로는 정가로 불리는 가곡, 가사, 시조가 있으며, 서민의 소리인 판소리, 잡가, 민요 등이 있다.

가곡(歌曲)은 소규모의 관현악 반주에 시조시(時調時)를 노래하는 성악곡인데 음높이에 따라 미묘하게 변화하는 발성법이 일품이며, 이것이 관현악기 소리와 어우러져 가곡만의 독특한 소리를 만들고 내고 있다.

가사(歌詞)는 가사체(歌辭體)의 긴 노랫말을 일정한 선율과 장단에 얻어 노래하는 성악곡으로서, 그 감정적인 표현이 자유로운 음악이다. 가사 음악은 담담한 속에서 은은하게 느껴지는 문학적 향취가 그 맛이라 하겠다.

시조(時調)는 초·중·종장의 3장 형식으로 된 시조시(時調時)에 가락을 일정한 장단에 얹어서 느리게 노래하는 음악으로 시조창(時調唱) 또는 시절가(時節歌)라고도 부른다. 한가롭고 꿋꿋하게 흐르는 선율 속에는 여유와 멋이 흠뻑 담겨 있다고 하겠다.

판소리는 노래하는 한 사람이 고수의 북 장단에 맞추어 서사적이고 극적 구성으로 된 긴 이야기를 음악으로 표현하는 1인 음악극의 한 형태이다.

노래하는 사람이 북 장단에 맞추어 노래하는 것을 '소리'라고 하고 북 장단이 없이 말로만 대사를 읊어 나가는 것을 '아니리'라고 한다. 그리고 노래를 하면서 이야기의 내용을 더욱 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하여 부채를 들고 갖가지 몸짓을 하는데 이것을 '발림'이라고 한다.

고수는 옆에서 북 장단을 치면서 때로는 노래하는 사람의 흥을 돋우기도 하고 때로는 소리꾼의 상대역이 되기도 한다. 이때 고수가 노래하는 사람의 흥을 돋우기 위하여 하는 짧은 말을 '추임새'라고 한다. 추임새는 청중이 하기도 하는데 "잘한다, 얼쑤, 암만" 등의 말로 흥을 돋운다.

판소리에는 원래 열두 가지가 있었으나 현재는 사랑타령이 들어 있는 [춘향가], 애절한 [심청가], 해학이 넘쳐나는 [홍보가], [수궁가], 빠른 장단에 웅장한 [적벽가] 만이 불려지고 있고, 나머지 실전된 것을 박동진이 많은 노력으로 여러 바탕을 복원한바 있다.

판소리의 특징은 혼자 8시간을 완창하기도 하며, 다듬는 목소리가 아닌 내질러서 내는 소리이고, 소리꾼과 청중이 하나가 되는 소리이다. 끝나길 기다려 박수를 치는 서양음악과는 큰 차이가 있다.

판소리와 관련된 음악으로는 단가, 가야금병창, 거문고병창, 창극이 있다.

단가(短歌)는 판소리를 부르기 전에 관중들의 흥과 기대감을 돋우고 창자의 목을 풀기 위하여 부르는 짧은 노래를 말한다. 대표적인 단가로는 죽장망혜·운담풍경·강상풍월·고고천변·진국명산·편시춘·호남가·만고강산·장부가·백발가 등이 있다.

가야금병창(伽倻琴竝唱)은 단가나 판소리 중에서 몇 대목 또는 민요를 가야금 반주와 함께 노래하는 음악으로 성악과 기악이 잘 어우러져 있다. 대표적인 곡으로는 녹음방초·죽장망혜·호남가, 그리고 춘향가 중 사랑가·수궁가 중 고고천변·흥보가 중 제비노정기 등이 있다.

거문고병창은 단가나 판소리 중에서 몇 대목 또는 민요를 거문고 반주와 함께 노래하는 음악으로 신쾌동이 유일했으며, 지금은 그의 제자인 김영재가 그 맥을 잇고 있다.

창극(唱劇)은 창으로 엮어가는 연극이라는 뜻이며 20세기 이후 판소리가 서양 연극의 형태를 빌어서 무대화된 장르이다. 최초의 창극은 1903년 <협률사>에서 공연된 '춘향가'이며 1961년 국립창극단이 창단되어 그 맥을 이어온다.

또 성악곡의 하나로 잡가(雜歌)가 있다. 잡가는 전문예능인들의 노래, 곧 기생·사당패·소리꾼과 같은 전문가들이 긴 사설을 기교적 음악어법으로 부르는 노래를 잡가라고 하며 이보다 단순한 비전문가들의 노래인 민요와 구별되는 개념으로 쓰인다. 경기잡가, 서도잡가, 남도잡가로 나누며, 서서 부르는 입창(立唱:선소리)도 잡가에 포함된다.

이성천 선생은 잡가를 "한쪽 무릎위로 두 손을 고이 모으고 부르는 경기잡가에서 여성의 내적 아름다움을 보게 되며, 하나의 극을 연상하게 되는 남도잡가, 그리고 소설을 읽는 듯한 서도잡가 등 삼도의 잡가가 제각기 독특한 멋을 품고 있다."고 말한다.

민요(民謠)는 어떤 민족이 살아온 삶의 모습과 과정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노래의 형태로 나타나 정착된 것을 말한다. 그러므로 민요에는 민중이나 생활 공동체의 미적 심성과 정서가 담겨 있기 마련이고 자연발생적 성격을 지닌다. 또한 일정한 규범이나 악보가 없이 전승되는 음악이기 때문에 시간의 흐름에 따라 많은 변화가 생겨왔다.

민요가 이미 넓은 지역에 퍼져서 음악적으로 많이 세련된 민요인 통속민요와 어느 한 지역에 한정되어 불려지고 있는 민요들인 토속민요로 나누기도 하고 어느 지역의 특성을 가졌는가에 따라 경기민요·남도민요·동부민요·서도민요·제주민요 등으로 나누기도 한다.

경기민요는 서울·경기 지방의 민요들을 말한다. 노래의 느낌은 대체로 맑고 경쾌하며 말붙임새가 독특하고 선율의 굴곡이 유연하면서도 장식음이 많다. 아리랑·경복궁타령·군밤타령·노들강변·노랫가락·는실타령·닐리리야·도라지타령·방아타령·베틀가·사발가·양산도·오봉산타령·자진방아타령·창부타령·한강수타령·천안삼거리 등이 있다.

남도민요는 전라도를 중심으로 불려진 민요들을 말한다. 소리가 구성지고 극적이며, 강렬한 표현력을 가지고 있다. 이와 같은 창조(唱調)를 육자배기조(육자배기토리) 또는 남도 계면조라고도 하는데 판소리나 산조 등에서 매우 중요한 조로 사용되고 있다. 강강술래·자진강강술래·남원산성·농부가·육자배기·자진육자배기·진도아리랑·흥타령 등이 불려진다.

동부민요는 태백산맥 동쪽의 강원도·함경도·경상도 지방의 민요들을 말한다.

가락에 굴곡이 대체로 심한 편이다. 강원도나 함경도의 민요는 탄식이나 애원조의 노래가 많다. 이와 같은 특징을 가진 장조를 흔히 '메나리조'라고 한다. 함경도의 신고산타령·애원성·궁초댕기, 강원도의 한오백년·정선아리랑·강원도아리랑, 경상도의 밀양아리랑·울산아가씨·쾌지나칭칭나네·옹헤야 등이 불려진다.

서도민요는 평안도와 황해도 지방의 민요를 말한다. 서도민요들은 대개 기악반주를 하지 않는다는 점, 콧소리를 많이 사용한다는 점, 떠는 소리(요성:搖聲을 많이 사용한다는 점 등의 특징이 있다. 평안도의 수심가·엮음수심가·긴아리·자진아리·안주애원성·배따라기·자진배따라기 등과, 황해도의 산염불·자진염불·긴난봉가·자진난봉가·사리원난봉가·숙천난봉가·몽금포타령 등이 불려진다.

제주도민요는 제주도 지방의 민요를 말한다. 전반적으로 제주도의 민요는 경기민요 또는 서도민요와 유사한 점을 많이 가지고 있다. 그러나 제주도의 특이한 사투리로 인하여 다른 맛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전문 소리꾼들의 교류가 어려웠기 때문에 통속민요보다는 토속민요가 더 많이 발달해 왔다. 오돌또기·이야홍타령·봉지가·산천초목·중타령·서우제소리·개구리타령·계화타령 등이 불려진다.

민요를 지역적인 구분도 하지만 민요에는 언제, 누가 부르냐에 따라 농사를 지으면서 부르는 '농요(農謠)', 고기를 잡으면서 부르는 '어요(魚謠)'와 기타 노동요(勞動謠)가 있으며, 특별한 행사에서 부르는 '의식요(儀式謠)', 여자들이 부르는 '부녀요(婦女謠)', 어린이들이 부르는 '동요(童謠)' 등이 있다.

이성천 선생은 민요를 "아무나 노래할 수 있는 것이 민요이고, 어떠한 사설을 붙여도 좋은 것이 민요이다. 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슬프고도 기쁜 감정을 스스럼없이 노래하는 것도 민요이다. ... 민요는 생명의 소리인 동시에 삶의 소리이다. 많은 형식, 다양한 양식의 음악이 있으나 민요만큼 삶을 삭이고 녹인 형식은 없으며, 민요만큼 때없이 순수무구한 형식도 없으며, 민요만큼 넓은 영역의 표현형식을 가진 음악이 없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나는 민요가 모든 음악의 어머니라고 말한다"라고 말했다.

그런가하면 진회숙 선생은 "고도의 예술성을 갖춘 가창민요에서부터 단순한 구조의 노동요에 이르기까지 우리 민요는 참으로 넓고 다양한 범위의 노래들을 포괄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 민요의 특징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란 불가능하다. ... 즉, 민요는 우리나라 모든 음악의 튼튼한 하부구조였다는 것이다. 이토록 막강한 하부구조가 없었다면 아마 대다수의 고급음악이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덧붙이는 글 | <참고>

국립국악원 : www.ncktpa.go.kr
국악닷컴 : www.kukak.com/
ekukak : www.ekukak.com 
한국민속대사전, 한국민속사전 편찬위원회, 민족문화사, 1991

덧붙이는 글 <참고>

국립국악원 : www.ncktpa.go.kr
국악닷컴 : www.kukak.com/
ekukak : www.ekukak.com 
한국민속대사전, 한국민속사전 편찬위원회, 민족문화사,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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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으로 우리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 글쓰기와 강연을 한다. 전 참교육학부모회 서울동북부지회장, 한겨레신문독자주주모임 서울공동대표, 서울동대문중랑시민회의 공동대표를 지냈다. 전통한복을 올바로 계승한 소량, 고품격의 생활한복을 생산판매하는 '솔아솔아푸르른솔아'의 대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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