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을 부추긴 평등교육이 문제란다.
루이지애나 주립대 황용길 교수는 8월16일자 <조선일보> 시론에서 '인성교육' '열린교육'에 대해 정면 비판했다.
황 교수는 불평등 부추긴 평등교육이란 제하의 시론에서 "교육과 인간의 가치를 보는 한국사회의 시각이 해괴하게 흐르고 있다"며 운을 뗐다.
잠시 그의 글을 보자.
"학교교육 무룡론이 무성하고 학력파괴의 기치가 날로 높아가고 있다"
"학력 좇다 나라가 망했고 학력경쟁 때문에 아이들 인성을 망쳤다는 주장이 대중의 공감을 얻고 있는 한심한 세태다. 그러나 과연 공부를 안하고 못하게 되면 아이들이 모두 착해지고 나라꼴도 제대로 될까?"
황 교수는 "학력경쟁에 대한 비판=공부를 안하고 못하게 되는 것"으로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 공교육의 문제점을 예를 들며 "공부를 제일 잘하는 동양 아이들이 가장 말썽이 없는 아이들"이라고 말했다.
이런 황 교수의 한국교육 비판은 일류병에 대한 사회적 비판에 대한 반박으로 이어진다. 그의 주장요지는 "일류를 죽이는 사회는 최고를 꿈꾸어서는 안된다. 이류에만 머물러도 다행인줄 알아야 제 분수에 걸맞다".
"일류병 때문에 나라가 어지럽다고 한숨이다. 그러나 일류를 추구하는 소망에 무슨 문제가 있으며 최고가 되고자 하는 노력에 무슨 잘못이 있을까?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상품이 없다고 한탄하고, 한국최고의 명문대학이 세계 100대 대학에도 못 든다고 땅꺼지게 걱정하는 우리들이다. 하지만 일류의 인력없이 어찌 일류제품을 만들고 일류대학을 가질 수 있을까? 일류를 죽이는 사회는 최고를 꿈꾸어서는 안된다. 이류에만 머물러도 다행인줄 알아야 제 분수에 걸맞다."
자, 여기까지 읽으니 머리가 좀 혼란스러워진다. 그렇다면 끝까지 읽어보자. 황 교수가 결국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는 이제부터 나온다. 황 교수는 이어 "공부보다 인성이 중요하다는 달콤한 교육이론에 휩쓸려 아이들은 기왕에 하기 싫던 학업을 더욱 멀리하고 이 와중에 덕을 보는 아이들은 돈있고 힘있는 가정의 자식들"이라는 주장을 폈다.
"나아가 학력파괴 사조는 서민과 빈곤층의 아이들만 더욱 곤경에 빠뜨리는 철저한 계급주의 교육을 야기하며, 계층과 계급간의 골을 깊게 하고 대립을 부추기는 차별교육을 불러온다. 공부보다 인성이 중요하다는 달콤한 교육이론에 휩쓸려 아이들은 기왕에 하기 싫던 학업을 더욱 멀리하고 이 와중에 덕을 보는 아이들은 돈있고 힘있는 가정의 자식들이다."
"공부가 따분하고 재미없다고 세계의 아이들은 입을 모아 불평이다. 하지만 바르고 건강한 사회는 그래도 공부를 해야 한다고 아이들에게 가르친다. 그러나 우리는 어떠한가? 학과내용이 재미없다면 양을 줄이고, 어렵다면 쉽게 만들며, 우선 편하고 쉬운 쪽으로 교육을 몰고간다. 권력을 놓치지 않으려니 뒷일을 생각지 않고 당장 보기좋게 포장을 한다. 바로 이들이 교육개혁이라는 이름의 망국적 학력파괴 사조를 불러온 장본인들이다."
결국 지나친 비약으로 일관하던 황 교수는 '인성교육'이 국가교육을 망쳤다고 역설하면서 글을 맺었다. '학력위주·경쟁위주'의 교육이 가져온 폐단이 오히려 '인성교육'의 폐단으로 둔갑해버린 것이다. 황 교수는 정녕 학력위주·경쟁위주의 교육만이 '선진교육'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다음은 8월16일자 <조선일보> 시론의 전문.
불평등 부추긴 평등교육
교육과 인간의 가치를 보는 한국사회의 시각이 해괴하게 흐르고 있다. 학교교육 무용론이 무성하고 학력파괴의 기치는 날로 높아간다. 학력 좇다 나라가 망했고 학력경쟁 때문에 아이들 인성을 망쳤다는 주장이 대중의 공감을 얻고 있는 한심한 세태다. 그러나 과연 공부를 안하고 못하게 되면 아이들이 모두 착해지고 나라꼴도 제대로 될까?
인성·학력 다 놓친 미교육
그렇지 않다. 한국의 교육계가 몽매에도 사모하는 미국의 공교육을 예로 들어 보자.
미국 아이들 중 도심의 공립학교 아이들이 가장 공부를 안하고 성적도 제일 낮다. 그러나 범죄와 탈선행동에서는 단연코 일등이다. 공부를 적게 하고 많이 놀아야 착해진다면 이 아이들의 높은 범죄율은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까? 공부를 제일 잘하는 동양 아이들이 가장 말썽이 없는 아이들이다. 그래서 모범적인 소수민족으로 칭송받고 부러움을 산다. 이건 또 무슨 영문일까? 가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인성교육은 가정의 몫이다.
최근에 발표된 미국 교육계의 연구는 학교성적에 비례해 아동의 도덕과 질서의식이 나타남을 밝히고 있다. 물론 예외는 있지만 대개의 경우 공부를 잘할수록 행동도 바르다는 이야기다. 반면에 성적이 추락할수록 문제행동은 증가한다. 열고 풀어 학과교육을 게을리 했다가 두가지를 다 망친 미국이다.
일류병 때문에 나라가 어지럽다고 한숨이다. 그러나 일류를 추구하는 소망에 무슨 문제가 있으며 최고가 되고자 하는 노력에 무슨 잘못이 있을까?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상품이 없다고 한탄하고, 한국최고의 명문대학이 세계 100대 대학에도 못 든다고 땅꺼지게 걱정하는 우리들이다. 하지만 일류의 인력없이 어찌 일류제품을 만들고 일류대학을 가질 수 있을까? 일류를 죽이는 사회는 최고를 꿈꾸어서는 안된다. 이류에만 머물러도 다행인줄 알아야 제 분수에 걸맞다. 학력무시 풍조는 전체아동의 학력을 하향평준화하며 그 필연적 결과는 국가경쟁력의 추락이다.
나아가 학력파괴 사조는 서민과 빈곤층의 아이들만 더욱 곤경에 빠뜨리는 철저한 계급주의 교육을 야기하며, 계층과 계급간의 골을 깊게 하고 대립을 부추기는 차별교육을 불러온다. 공부보다 인성이 중요하다는 달콤한 교육이론에 휩쓸려 아이들은 기왕에 하기 싫던 학업을 더욱 멀리하고 이 와중에 덕을 보는 아이들은 돈있고 힘있는 가정의 자식들이다. 학교에서 안가르치면 없는 집 아이들은 달리 배울 방법도 장소도 없다. 그러나 부유층 아이들은 값비싼 사교육과 외국유학 등을 통해 튼튼한 학력을 마련한다. 그리고 명문대학과 고급직장을 독차지하며 결국에는 정치·경제·사회를 장악하는 권력이 이들에게 집중되고 만다. 지식의 독점분배를 통해 힘을 얻고 이들의 권력은 다시 대를 물려 세습되는 악순환이다. 열린교육, 아동중심의 교육, 즐거운 학교가 오히려 닫힌 사회를 만든다는 미국 공교육의 뼈아픈 경험이다.
'학력파괴' 현상 막아야
공부가 따분하고 재미없다고 세계의 아이들은 입을 모아 불평이다. 하지만 바르고 건강한 사회는 그래도 공부를 해야 한다고 아이들에게 가르친다. 그러나 우리는 어떠한가? 학과내용이 재미없다면 양을 줄이고, 어렵다면 쉽게 만들며, 우선 편하고 쉬운 쪽으로 교육을 몰고간다. 권력을 놓치지 않으려니 뒷일을 생각지 않고 당장 보기좋게 포장을 한다. 바로 이들이 교육개혁이라는 이름의 망국적 학력파괴 사조를 불러온 장본인들이다. 가정과 나라의 형편이 어려울수록 학생들은 더 열심히 노력하고 더 많이 배워야만 한다. 그래서 그들의 시간이 왔을 때 어른들의 실수를 메울 능력을 길러야 한다. 그러나 지금 한국의 학교는 뒤집힌 교육이론에 현혹되어 아이들의 장래와 나라의 앞날을 망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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