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했던 사건들의 기억

돈과 육체의 교환학을 넘어

등록 2001.08.26 12:12수정 2001.08.26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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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면 지난 몇 년 사이에 숨이 막힐 만큼 끔찍한 사건들이 있었다. 그런 사건들은 발생하는 순간 매스컴을 뜨겁게 달구곤 하지만 곧 세인의 관심 목록에서 사라진다. 세상은 다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른 여러 바쁜 일들에 매달리기 시작한다.


자기 몸을 철로에 묶어두고 기차가 지나가도록 하여 발과 팔을 절단하고는 강도를 당한 것으로 위장하려 한 택시기사가 있었다. 자기 아들의 손가락을 잘라 보험금을 타내려 한 아버지가 있었다. 아는 사람에게 자기 두 발을 자르게 해 놓고 보험금을 타 빚을 갚으려 했던 슈퍼 주인이 있었다. 자기 몸을 떼어 팔아서 돈을 사려 한 사람들의 일이었다.

그런가 하면 돈 있어 보이는 사람들을 시골에 만들어 둔 비밀 아지트로 납치하여 가둬 두었다 죽이고 시신을 절단하여 화덕에 던져버린 사람들도 있었다. 가진 것도 배운 것도 없었던 그 사람들에게 세상은 증오의 대상이었다.

그런 일들이 벌어질 때마다 나는 그 끔찍한 사건들이 벌어지고 있는 현장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졌고 그래서 그런지 시간이 흘러도 그것들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돈과 물질을 향한 마음이란 얼마나 끔찍한 욕망인가를. 누군가는 그것을 가졌고 누군가는 그것을 가지지 못했다는 것이 얼마나 지독한 불합리인가를.

빚에 시달리면서도 내 스스로 돈과 물질과 거리를 가져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개인적 의지로 세상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우리 사회처럼 개인들을 가난과 무지로부터 벗어나게 해줄 기제가 턱없이 빈약한 곳에서는 돈과 육체의 야만적인 교환학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을 모습만을 바꿀 뿐 반복된다. 그렇다면 이 끔찍한 연쇄고리를 끊어낼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정신이다. 가난과 불행으로부터 자기를 지킬 수 있는 정신. 그러나 지금처럼 경제적 불평등이 심각하다면 사람들은 그 소중한 정신을 얻고 지켜내기 힘들다.


우리 사회는 이제 막 '복지'라는 이름으로 그런 문제들에 눈뜨고 있다. 그러면서도 연금, 세금, 보험 등 금전적 이해관계들이 엇갈려 우리 사회는 지금 격투장을 방불케 한다. 그런 사회적 장치를 통해 궁극적으로 얻어야 할 것은 물질에 의해 지배되지 않을 정신일 것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의 영혼은 그 출발점에서부터 물질에 압도당하고 있지 않은가.

물질에 목을 매는 이미 가진 사람들의 정신에 연민이 가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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