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범죄감시 시민단체, 크라임스토퍼스 3

등록 2001.12.17 20:45수정 2001.12.17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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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시민의 활발한 지원

시민단체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활동과 시민들이 내는 기금으로 운영된다. 영국의 범죄감시 시민단체인 크라임스토퍼스도 예외는 아니다. 경찰과 유기적인 협력관계 속에서 활동하지만 어디까지나 시민단체로서의 본령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미흡하나마 경찰과 검찰 및 군대에서 벌어지는 반인권적인 실태를 고발하고 감시하기 위한 인권단체나 시민단체 활동들이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범죄를 예방하거나 발생한 범죄에 대한 정보를 효율적으로 경찰에게 전하여 이를 일소하기 위한 민간 측의 노력은 크게 부족한 것 같다. 일부 검찰에서 이를 뒷받침하고 있기도 하나 이 분야에 대한 경찰 측의 노력은 더욱 미흡한 것이 사실 아닌가 생각된다.

좀 지난 일이지만 런던과 캠브리지 지역의 크라임스토퍼스 지부들이 연 후원행사를 보면 언론은 물론이고 범죄에 대처하는 최일선 기관인 경찰 역시 이를 적극 후원하였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노력이 전무한 것은 아니나 아직은 크게 미흡한 상태인 것 같다.

지난 여름 영국 크라임스토퍼스의 후원행사 한 두 사례들을 소개하는 것은 앞으로 우리나라 유사 단체가 어떻게 활동해야 할 것인가를 간접적으로 시사해줄 수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우선적으로 범죄 피해자 단체가 만들어지고 이들이 나서야 하겠지만 경찰은 물론이고 언론이나 관련 기관 혹은 민간경비업체 등도 적극 지원에 나설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도록 해야 할 것같다.

런던경찰 재주꾼 행사진행

우선 런던경찰 익살꾼 클루소 경위와 포아로 경위가 행사 여흥을 돋운 런던 지역 행사를 보자. 금년 6월 6일 런던경찰청 청사에서 열린 크라임스토퍼스 연례 후원의 밤(charity dinner) 행사에서는 클루소 경위와 허어큘 포아로 경위가 2인조 아마추어 속임수 역할을 하면서 이날 행사에 참석한 후원자들의 여흥을 돋구는 일을 거들었다.


런던자치경찰청의 타리크 가퍼 청장보는 행사를 따뜻한 자세로 주관하였으며 전 외무부장관이었던 허어드 경은 자신의 범죄에 대한 견해를 밝히는 기회를 갖기도 하였다. 영국이 존경받는 방송인이며 뉴스 진행자이기도 한 알라스테어 스튜어트 씨는 이날 식사시간 동안 이야기 진행을 기꺼이 맡았다.

이날 후원자로는 바프타 상을 수상한 범죄분야 작가 린다 라 플란테를 비롯하여 영국의 주요 기업체 및 다국적 기업체 대표와 임원들이 참석하였다.


런던행사 시작

이날 행사는 런던경찰청의 활동상에 대한 흥미로운 자료들을 보여주는 범죄박물관, 지문감식과, 지휘센터 등을 둘러보도록 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리셉션에서 클루소와 포아로 경위는 이들 후원자들과 뒤섞였으며 이어지는 여흥 시간 동안 즐거운 시간을 갖도록 진행을 맡았다.

크라임스토퍼스는 영국에서 전적으로 범죄문제를 해결하는 일을 도맡아 하는 유일한 시민단체로서 범죄와 관련하여 중요한 정보를 갖고 있는 시민이라면 누구라도 보복 당할 걱정을 전혀 하지 않고 제보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고 있다.

사실 크라임스토퍼스에 범죄 관련 정보를 전화로 알려주는 시민은 범인의 친척이나 이웃이나 친구일 수도 있으며, 심지어는 술집에서 어깨 너머로 상대방이 대화를 나누는 것을 듣게 된 사람일 수도 있다.

각기업체 참여 두드러져

어느 경우가 되었든 간에 크라임스토퍼스 측은 통화자의 익명성과 안전을 완벽하게 보장하고 있다. 크라임스토퍼스 재단 측의 핵심과제는 이런 사업 내용들을 최대한 널리 알려 해당 커뮤니티에서 범인들에게 약점이 있거나 협박당할까봐 걱정하는 사람들이 안심하고 제보할 수 있도록 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있다. 기금모금 행사에서 마련된 돈은 모두 크라임스토퍼스의 이러한 사업추진에 쓰여지고 있다.

이날 행사에서 후원금을 가장 많이 낸 곳은 시큐리티 포어 그룹(Group 4 Security)이었다. 이 업체는 앞으로도 크라임스토퍼스는 사업내용을 확산시키는데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며 효과적인 범죄 대처를 위해 커뮤니티들을 돕는 데에도 나서겠다고 밝히기도 하였다.

인질구출 작전 선보인 캠브리지 행사

지난 7월 4일밤 캠브리지셔 자치경찰청 청사에서는 해당 경찰청사에서 후원회 행사 도중 발생한 인질사건에서 인질로 잡혀 있는 한 기업인을 구출하기 위한 스펙터클 작전이 실시되었다.

이 이벤트로 시작된 이날 행사에는 이 지역 고등법원 판사들, 자치경찰청장, 기업임원 등 총 70여명이 크라임스토퍼스 기금모금을 위해 자치경찰청사에서 열린 만찬 모임에 참석하였다. 이날 참석자들은 턱시도에 검은 나비넥타이 차림을 갖추어야 했다.

이들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참석자의 한사람이 음료를 마시다가 두명의 "강도"에게 인질로 잡히게 되자 현란한 첨단 기술을 동원하여 이에 대처하는 경찰작전에 접하게 되었다.

즉 캠브리지셔 자치경찰청 소속 두 총기전문경찰관으로 알려진 두 명의 강도는 행사장을 덮쳐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기업인 한 명을 인질로 잡고, 벤 군 캠브리지셔 자치경찰장, ITN의 전 정치부장 마이클 브룬손 등을 포함한 고위인사들로부터 금품을 강탈하는 가상 사고를 저질렀다.

참석자들은 힌칭브룩 빌딩 앞마당에 모여 그라운드에 있는 트레일러에 인질을 잡고 있는 두 "강도"를 잡기 위해 실시된 작전을 관람하게 되었다.

이날 지상경찰부대, 경찰헬리콥터, 캠브리지셔 자치경찰청 수사경찰이 자체 제작한 공대지 스카이넷 시스템 등을 동원한 이 25분 짜리 작전은 무장 경찰이 현란한 신속대응 경찰활동을 통한 트레일러 급습 작전에서 절정을 이루었다.

이 작전은 이 지역 크라임스토퍼스의 사업추진과 이를 위한 기금모금을 위한 저녁행사의 일환으로 실시되었다. 사실 이 작전은 지난 6월 런던경찰청에서 있었던 유사한 기금모금 행사를 본뜬 것이었다.

이날 참석자로는 캠브리지셔, 노오포우크, 서포우크 등지의 자치경찰청장 및 세명의 고등 법원 판사 등을 포함한 각급 형사사법기관들의 대표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언론계에서는 기조발제를 한 마이클 브룬손, 선데이 메일 지 범죄부 기자로서 범죄분야 담당기자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체스터 스터언, 앙글리아 텔레비전의 뉴스부장으로서 크라임스토퍼스 동부지부 회원이기도 한 데이빗 예닝스 등이 참석하였다.

그 외에도 피터버로우 축구클럽 회장 피터 보아조트, 휘트무어 교도소장 보브 페리와 리트헤이 교도소장 줄리아 모오건, 캠브리지셔 부지사 휴 두벌리, 여러 국영기업체 임직원들 등이 참석하였다.

인질구출작전 시범 후 저녁식사가 이어졌으며 마이클 브룬손과 벤 군의 연설도 있었다. 벤 군은 "영국에서 최초로 크라임스토퍼스 사업이 시작된 곳은 바로 이 지역의 동부 앙글리아에서였으며 그 뒤 지금까지 18년 동안 정말 귀중한 범죄대처 수단임을 입증해 주었습니다. 저는 이를 위한 후원회 행사에서 호스트를 맡은 것을 정말 기쁘게 생각합니다"라고 말하였다.

크라임스토퍼스 동부 앙글리아 지부장인 짐 윌슨은 "앙글리아 지역에서 크라임스토퍼스는 2000년 한해 260명의 범인을 체포하게 한 기록을 만들었습니다. 이것은 매주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매일 한 명 꼴로 범인을 체포토록 한 셈입니다. 이중 8명은 살인범입니다"라고 말하였다.

"1995년 이후 크라임스토퍼스는 1400 건의 범죄를 해결했으며 850만 파운드 상당의 절도 및 마약 등을 회복하였습니다."
"후원회 행사는 이 기록을 갱신하며 저희 커뮤니티에서 계속해서 범죄를 해결하도록 하는데 도움을 줄 것입니다."

사실 영국 크라임스토퍼스의 최초 사업이 시작된 것은 1983년 그레이트 야머쓰에서였다. 현재는 영국의 모든 자치경찰청별로 그리고 에이레 국경 양쪽 모두에서 크라임스토퍼스 사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영국쪽 크라임스토퍼스 기록을 보면 금년 7월 현재 크라임스토퍼스의 활동을 통해 4만 1500여명의 범죄자들이 체포되어 기소되었으며 5320만 파운드 상당의 금품을 회수하였고 5610만 파운드 상당의 마약이 압수되었다.

활동가 은퇴와 새로운 활동가

이렇게 범죄 대처와 그 해결을 위한 크라임스토퍼스 재단을 튼튼하게 자리잡게 만드는데 일조했던 크라임스토퍼스 디그비 카터 사무총장이 지난 4월 5일 은퇴하였다. 그는 영국 크라임스토퍼스가 초기부터 성공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 역할을 다해 왔다.

그의 후임 사무총장으로는 로이 클라아크가 뒤를 이었다. 그는 최근까지 런던경찰청 부청장보를 역임하였다. 그는 대부분의 경찰 재직기간 동안을 중대 범죄 및 조직범죄 수사분야에서 일한 바 있다.

그는 또 기동대에서도 상당 기간 근무하였고, 런던 남동지구 수사대장을 맡기도 하였다. 1996년에서 2001년까지 그는 런던경찰 내부부패 조사책임자였으며 이 기간 중 런던 지역에서 경찰 업무 중 발생한 모든 사망 사건 조사 책임자로도 일해 왔었다.

앞으로 크라임스토퍼스 재단은 신임 로이 클라아크 사무총장이 가지고 있는 풍부한 범죄 관련 지식과 농축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들로부터 커다란 도움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다음과 같이 취임 소감을 밝히기도 하였다.

"경찰에 있는 동안에도 저는 크라임스토퍼스가 매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믿었으며, 범죄자들을 사법 처리하는 경찰의 업무에 대해 중요한 몫을 담당하고 있음을 인식해 왔습니다.

저는 과거 크라임스토퍼스 0800 555 111 전화를 통해 범죄 정보를 넘겨받아 직접적으로 커다란 혜택을 받았던 사람으로서 이제 직접 크라임스토퍼스 사무총장 역할을 맡게 되었습니다. 크라임스토퍼스는 매우 성공적이었습니다만 앞으로도 더욱 더 성취해 낼 여지가 많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시민단체

우리나라에서도 각종 시민단체가 연말 회원의 밤 행사를 갖는다. 그렇지만 구체적이며 전문화된 범죄 피해자 단체나 범죄감시 시민단체가 활발하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우리나라 풍토 아닌가 싶다.

어쩌면 우리나라 경찰은 국민들에게 범죄수사나 범죄감시 역할을 너무도 잘하여 미처 국민들이 직접 나서서 범죄감시 활동이나 체계적이며 효율적인 범죄정보 신고를 위한 시민단체 활동을 벌일 필요가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검찰과 관련되어 있는 유사한 범죄예방 활동을 하는 단체가 일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활동이 구체적으로 어떤지 알려져 있진 않다. 더군다나 시민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최일선 범죄 대처 기관인 경찰의 범죄수사에 협력하기 위한 시민단체는 전무한 것이 현실이다.

이른바 주민계도요원들이 조직되어 있어서 이웃의 간첩행위나 국가보안법 사범 신고를 위해 비밀조직처럼 활동하고 있으나, 이것은 역사상의 오가작통제를 연상시키는 국가와 관 주도의 활동에 불과하다.

의적이나 의병 등의 사례에서 보는 것처럼 범죄에 대한 우리나라 일반 시민들의 의식이 오히려 관대하거나 조폭 등의 보복이 두려운 때문인지는 몰라도 범죄정보를 경찰에 전달하여 이에 대처토록 하기 위한 시민단체 활동을 기대하기 힘든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럴수록 범죄의 실상이나 피해를 정확히 알리고 보복을 두려워하지 않고도 효율적으로 범죄에 대처하기 위한 시민운동이 가능토록 하기 위한 토양을 가꿔나가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관련 링크

www.crimestoppers-uk.org 영국 크라임스토퍼스
www.c-s-i.org 국제 크라임스토퍼스

덧붙이는 글 관련 링크

www.crimestoppers-uk.org 영국 크라임스토퍼스
www.c-s-i.org 국제 크라임스토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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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호 기자는 성균관대 정치학박사로서, 전국대학강사노조 사무처장, 국회 경찰정책 보좌관, 한국경찰발전연구학회 초대회장, 런던정치경제대학 법학과 연구교수 등을 역임하였다. <경찰정치학>, <경찰도 파업할 수 있다>, <경찰대학 무엇이 문제인가?>, <삼과 사람> 상하권, <옴부즈맨과 인권> 상하권 등의 저역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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