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독립 14 - 일선경찰이 말하는 검찰노예화

등록 2001.11.28 20:41수정 2001.11.28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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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의 경찰유치장 감찰

검찰은 형소법상 경찰서 유치장 감찰권을 가지고 있다. 물론 검찰과 법무부에서 운영하는 유치장이나 교도소에 대해서는 어느 기관도 어느 시민단체도 아무런 시비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최근 국가인권위원회가 설치되었기 때문에 이곳에서 혹 벌어지고 있을지도 모르는 인권침해를 제대로 구제하길 바란다. 물론 이 경우에도 평소에 이를 감찰하는 별도의 감찰기관은 없다. 그리고 국가인권위원회도 언제 가서나 실효성 있는 인권기관이 될지도 알 수 없는 상태이다.

그런데 검찰은 경찰서 유치장 감찰권을 경찰 길들이기 및 경찰의 노예화 고수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측면이 강하다. 이로 인해 일선 경찰관들이 느끼는 비참함이란 필설로 다할 수 없을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산 금정서 차재복 경사 파면사건도 이와 전혀 무관한 것은 아닐 것으로 짐작되고 있기도 하다.

금년초 몇몇의 검찰청 즉 지청들에서는 경찰서를 상대로 집중유치장감찰을 한다고 통보한 바 있었다. 이것은 물론 공식적으론 형사소송법상 유치장 감찰권을 근거로 한 것이지만 실은 경찰서 길들이기 차원에서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일선 경찰로부터 받은 한 제보에 따르면 당시 모 지청에서는 유치장 집중 감찰이 있기 전 모 검사가 자기 검사실에 경찰서 형사를 한 명 파견해주도록 하는 요청을 관할 모 경찰서 수사과장에게 전화로 지시했다.

한낱 경찰노예화 수단으로 전락


이 전화를 받은 수사과장은 형사 파견은 경찰청의 승인을 득해야 하는 사항이므로 곤란하다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이에 검사는 승인을 받을 필요 없이 비공식적으로 파견을 해달라고 했고, 그 수사과장은 어렵다고 했다. 책임 문제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검사는 알았다고 했다. 하지만 바로 서장에게 전화하여 "검사가 요청을 하는데 어떻게 수사과장이 건방지게 된다 안된다는 얘기를 하느냐"고 서장을 다그쳤고 두고 보자고 했다.


며칠 후 해당 검찰청 지청은 경찰서 집중 유치장 감찰을 한다는 공문을 보냈다. 이로 인해 경찰서는 초비상이 걸렸다. 검사 3명을 포함 10여 명이 온다니 온 경찰서가 들썩거릴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집중감찰을 받았는데, 그 과정에서 온갖 서류를 가져오라는 요구에 아침부터 퇴근까지 온 경찰서 직원들이 그 회의장을 들락거릴 수밖에 없었다. 물론 특별한 지적사항은 없었다고 한다.

며칠 뒤 검찰청에서 다시 연락이 왔다고 한다. 경찰서의 유치장 감찰부를 지청으로 보내달라는 것이었다. 유치장 집중 감찰을 한다고 하루 종일 확인하고는 막상 해야 할 형소법에 규정되어 있는 유치장 확인을 하지 않고 유치장 집중 감찰이라는 것을 끝마쳤던 것이다. 해프닝이었던 것이다.

검찰의 인권침해 관행 : 긴급체포의 불법성

한편 검찰에서는 검찰 자신이 인지한 사건에 대해서 피의자들을 긴급 체포하는 경우 경찰서 유치장에 입감을 의뢰한다. 물론 전체 형사사건의 대략 1% 내외만 하며 나머지 99%의 절대다수의 사건들에 대해서는 경찰이 인지함과 아울러 경찰 스스로 초동수사에 들어간다.

이렇게 검찰이 인지 수사하는 경우 그들은 아무런 절차도 없이 관할 경찰서 형사계에 전화해서 피의자를 유치장에 입감시키라고 지시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렇게 피의자를 유치장에 입감시키는 경우 적법절차를 거쳐야 함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막상 명확한 근거도 없이 경찰서 형사를 시켜 유치장에 보내 버리고 만다. 이건 불법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긴급체포의 경우 반드시 긴급체포서가 있어야 한다. 이 긴급체포서에는 긴급 체포한 이와 일시 죄명 범죄사실이 명확하게 나타나야 한다. 하지만 검사의 지시로 경찰서 유치장에 입감시킬 때는 이중에 범죄사실이 빠져 있다.

통상 긴급체포서는 2장으로 만든다. 첫 면은 긴급체포서로서 피의자 인적사항, 죄명, 긴급체포한 자의 이름과 직책, 일시가 기재되어 있어야 하고, 다음 면에는 범죄사실이 기재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검사의 지시로 유치장에 입감되는 경우는 통상 "범죄사실"이 없이 유치장에 구금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분명히 잘못이다. 명확한 범죄사실도 없이 죄명만 기재된 미비한 긴급체포서만을 가지고 피의자를 유치장에 입감시킨다면 이것은 인권침해의 극치라고 아니할 수 없다.

피의자 호송, 경찰노예화의 극치

검사들은 통상 구속된 피의자를 조사할 때 경찰서 형사들에게 피의자 호송을 지시한다. 검찰 구치소에 구금된 피의자의 경우 가까운 경찰서 형사계에 전화하여 구치소에 가서 피의자를 데리고 오라고 하고 조사가 끝나면 다시 구치소로 모시고 가라고 지시한다.

만약 검찰 구치소 아닌 경찰서 유치장에 있으면 이도 경찰서 형사계에 전화하여 데리고 오라고 하고 끝나면 또 연락해서 데리고 가라고 한다. 이것이야말로 완전히 횡포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이것은 수사 아닌 피의자 호송을 지시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통상 경찰서 형사계는 야간의 경우 당직형사가 있고 이는 당직사건을 처리하기 때문에 호송을 할 수 없다. 대신 야간에 형사기동차량을 운영한다.

이 형사기동차량에는 통상 1개의 형사반이 배속되어 있으며 이들은 야간 형사활동 및 피의자 검거 및 수사활동과 범죄예방을 위한 순찰 업무를 담당한다. 이들은 많게는 하루 3-4번씩 검찰에 불려가 피의자 호송을 하고 있으며, 따라서 원래의 취지대로 형사기동차량 운영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통상 구치소의 경우는 왕복 2시간이 소요된다. 만약 하루에 한번만 갔다와도 기다리는 시간 등을 합치면 3-4시간은 진정한 의미의 형사예방검거활동에 공백이 생기고 마는 결과를 초래한다.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검찰에서 야간 근무인원도 없고 하니 도와 달라고 하면 고맙게 도와 줄 수도 있겠지만, 현실은 검찰이 경찰을 노예로 부리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서 대부분 형사들은 이러한 일을 겪을 때마다 검찰의 노예가 되려고 경찰이 되었느냐면서 참담함을 토로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벌금미납자 유치장 입감 "명령"

검사 아닌 검찰 직원이 형집행장이 발부된 벌금미납자들을 붙잡는 경우가 가끔 발생한다. 그런데 이 경우 검찰이 처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꼭 가까운 파출소로 데리고 가서 순찰하는 경찰에게 '경찰서 유치장에 입감시켜라'고 협조가 아닌 명령을 하고 사라진다.

그러면 파출소에서는 이를 순찰차에 태워서 경찰서까지 모셔다가 유치장에 입감시켜 줄 수밖에 없다. 경찰은 이런 일에 비애를 느낄 수밖에 없다고 한다.

우리나라 경찰서 유치장은 물론이며 검찰 구치소에 대한 국민들이나 시민단체의 감시제도는 존재하지 않는다. 경찰노예화 차원에서 실시되는 검찰의 경찰감찰 제도는 폐지하고 대신 국민들이나 시민단체 혹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경검의 이런 구금시설 모두에 대한 감시를 제도화 및 정례화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영국의 경우 이런 시설에 대한 감독은 일반 국민들의 참여가 제도화되어 있다.

하지만 검찰이 이런 잘못된 칼을 계속 휘둘러대는 이유는 근본적으로는 현실에도 맞지 않는 수사권 독점 제도를 무리하게 고수하려는 데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

따라서 경검간 수사권 조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는 이런 악순환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경찰직장협의회만이라도 탄생한다면 경검간 대화창구가 생기는 것이 되어 문제해결을 위한 시도라도 해볼 수 있을 것이다.

공무원 직장협의회, 법검에 허용되었지만 경찰엔 불허

하지만 경찰은 이 참담함과 억울함을 뒤에서만 말한다. 경찰이 한마디하면 검사는 꼭 경찰서장이나 수사(형사)과장에게 전화나 또는 직접 검찰청으로 불러서 '섭섭하다'면서 협박을 하기 때문이다. 심하면 부산 금정서 차재복 경찰관처럼 파면토록 하고 있다고 보아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경찰은 말을 할 수 없다. 한마디로 더러워도 꾹꾹 눌러서 참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안 그러면 검찰이 잘 사용하는 유치장 집중감찰을 하거나 경찰의 높은 사람 검찰청으로 오라 가라 해서 협박을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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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호 기자는 성균관대 정치학박사로서, 전국대학강사노조 사무처장, 국회 경찰정책 보좌관, 한국경찰발전연구학회 초대회장, 런던정치경제대학 법학과 연구교수 등을 역임하였다. <경찰정치학>, <경찰도 파업할 수 있다>, <경찰대학 무엇이 문제인가?>, <삼과 사람> 상하권, <옴부즈맨과 인권> 상하권 등의 저역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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