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경찰과 경찰대

외국엔 없는 경찰대학 제도

등록 2002.07.13 10:36수정 2002.07.13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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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일선 수사경찰 문제는 경찰대학 및 수사권 독립 문제와 분리해서 생각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 경찰대 교수진들은 비공식적으로나마 우리나라 간부경찰 입직 경로를 경찰대 졸업자로 단일화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연 이것이 바람직한 것인가?

독일에도 각 주마다 우리나라 국립 경찰대학제도와 유사한 게 있으니까 우리나라도 경찰간부는 모두 경찰대학 졸업자만으로 임용토록 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펴는 일부 학자들도 있다. 그러나 이것이 실제로 실천에 옮겨진다면 경찰 내외로부터 많은 저항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 나아가 경찰대 폐지를 포함한 개혁론이 크게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시점에서 어떻게든 경찰대 존립을 고수하기 위해서 사실관계까지 왜곡해서는 안 된다.

예컨대 우리나라 경찰이 영국의 국무부(Home Office)를 법무부, 영국의 공공기소국을 검찰청이라고 번역하면서 영국도 검찰이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를 강화하는 추세라고 억지 부리는 검찰과 비슷한 행태를 보여서는 곤란하다. 영국엔 우리나라와 같은 법무부나 검찰청이 없다. 차라리 영국경찰을 검찰로 부르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 그들 시각으로 보면 영국에는 우리나라 같은 수사권 및 수사지휘권 없는 경찰은 없기 때문이다.

영국의 국무부는 과거 우리나라나 다른 나라 내무부와는 달리 경찰 외에도 선거 및 정치자금 정책, 인권정책, 형사정책, 보호관찰, 치안판사, 출입국관리, 마약정책, 교도소운영, 동물보호, 소방정책 등을 담당하고 있으며, 통상 다른 나라 내무부가 담당하는 지방자치 관련 정책은 영국의 경우 환경부에서 담당하고 있다.

영국에는 우리나라 행정자치부 소속의 경찰청이라는 중앙정부 단위의 경찰기구도 없으며 각급 자치경찰청들이 국무부와 일정한 관계를 맺고는 있되 지시 명령을 받는 관계인 것은 아니다. 영국 법원에서 기소여부를 결정하는 공공기소국은 우리나라 검찰처럼 정부기관인 것도 아니며 단지 법조조직에 속해 있으며, 수사권 혹은 경찰에 대한 수사권은 더더욱 가지고 있지 않다.

최근 우리나라 경찰학계에서 독일의 경찰대학 제도를 둘러싼 논란 역시 사실관계가 오도된 측면이 크다. 독일의 경우에도 사법시험 합격자 외에는 모두 사실상 순경부터 시작하고 있다. 독일의 경찰대학 입학자 중 일부에 국한된 김나지움 출신조차도 순경교육을 받고 일선에서 순경으로 활동하는 기간을 거쳐야만 비로소 경찰대학 교육을 받을 수 있다.

경찰수사권 독립문제는 정부수립 이후 우리나라 경찰의 오랜 비원으로 되어 있다. 세계적으로 경찰이 담당하고 있는 수사를 우리나라에서는 경찰 아닌 검찰이 하고 있으니, 우리나라에서는 역설적으로 검사와 검찰수사관이야말로 실질적인 경찰이라고 해야 마땅한 지도 모른다. 영국에서 우리나라 유학생 진효정 씨와 송인혜 씨 살해사건과 관련하여 방한했던 영국의 런던경찰은 우리나라 경찰이 수사권이 없는 것을 잘 알기에 먼저 관계법에 따라 우리나라 법무부와 검찰을 거쳐야만 했다.


영국경찰은 수사를 전적으로 도맡아 함은 물론이고 경찰이 수사한 형사사건에 대해서는 당사자로서 범인의 사법처리를 위해 통상적으로 법원에 직접 나서 증언하도록 되어 있다. 칠레 아옌데 정권을 무너뜨리고 수많은 인명 살상의 주범으로 지목되었던 피노체트 전 칠레 대통령을 사법 처리하는 과정에서 주역은 영국의 경찰이었다.

누가 수사경찰의 질을 평가하나?


역설적으로 우리나라 수사경찰은 이미 최고 수준에 있다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왜냐하면 이미 전원이 사법시험을 통과한 검사가 매우 높은 경쟁률을 뚫고 합격한 검찰수사관들과 함께 상명하복 관계에 있는 경찰과 더불어 범죄수사의 전권을 쥐고 총지휘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도 왜 수사경찰의 자질향상이니 그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승진제도가 문제되는가?

우선 수사경찰에 속해 있는 사람들은 수사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그 지휘를 맡고 있는 검찰의 의도를 따라야 할 뿐만 아니라 좋은 수사역량을 과시하려면 검찰로부터 수사에 대한 교육은 물론 수사 뒤 그 평가 즉 사실상 근무평가를 받아야 한다. 이것은 수사와 관련된 법제도적 측면에서 그렇다는 얘기다. 현행 제도상으로도 이미 검사가 경찰수사에 문제가 있다고 한다면 교체임용까지도 요구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러면서도 수사경찰이 수사를 잘했을 경우 그에 대한 검사의 경찰에 대한 포상이나 인사상 고려 요청을 할 수 있다는 조항은 없다. 기관 자체가 경찰청과 검찰청, 이렇게 나뉘어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수사경찰의 인사에 있어서 검사의 입김이 막강할 것이라는 점은 현행 제도상 능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따라서 현행 제도상 수사경찰의 승진의 문제점은 경찰 내부인사에 있어서 일반적인 투명성과 형평성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과 더불어, 좋든 싫든 엄존하는 검사의 막후 영향력을 공정하게 행사토록 관리하기 위한 실질적인 경검협력관계(?)를 강화하는 것이 첩경일 것이다. 수사경찰의 근무성적이나 수사능력 평가에 대해서는 수사지휘권을 가지고 있는 검사가 가장 잘 알 것이라고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수사보안연수소 교육내용은 어쩌면 검찰의 사전허가를 받아할지도 모른다. 수사경찰에 대한 경찰 자체의 공정한 승진인사 문제는 경찰 수사권 독립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그 해결이 요원하다고 보아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수사권 독점을 고수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나마 경찰조직의 내부적 민주화와 권한행사의 효율성을 스스로 모색하는 것 역시 마냥 뒤로 미룰 과제는 아니다. 이런 점에서 우리와 같은 경찰대학 제도가 없는 영국과 독일이 별도로 '수사경찰'을 관리하며 나름대로 수사경찰에 대해 막대한 교육투자를 하고 공정한 인사시스템을 운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점은 우리나라 경찰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대졸자 신속승진제도'와 총경승진평가시험제도

영국에서 경찰인사권은 원칙적으로는 자치경찰위원회 권한에 속해 있다. 중앙정부의 국무부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자치경찰청장도 자치경찰위원회가 임명한다. 소속 경찰관 인사도 구체적인 원칙을 자치경찰위원회 승인을 받아 자치경찰청장이 실제 인사권을 행사한다. 뿐만 아니라 영국에는 경찰대학이 없다. 모두 순경으로부터 출발한다. '대졸자 신속승진제도'를 통한 경찰입문제도가 있으나 이 역시 순경으로부터 출발하기는 마찬가지다.

단지 대졸자를 경찰에 유인하기 위해 빠른 승진을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을 따름이다. 그러나 선발 기준도 공부 실력과는 거의 관계없다. 2000년 런던자치경찰청장이 '대졸자 신속승진제도'에 관해 런던자치경찰위원회에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이 제도는 국무부가 주관하며 뽑는 숫자는 적지만 경쟁률은 높은 편이다. 탈락한 응시자 중 약 40% 정도는 다시 통상적인 순경 입직 경로를 택한다. 국무부 측은 매년 3월 전국 단위 방송언론 매체에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응시자들의 지원서를 받아 해당 각 자치경찰청에 보낸다.

지원자는 잉글랜드와 웨일즈의 43개 자치경찰청 중에서 두 곳에 지원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각 자치경찰청은 통상적인 선발절차를 밟는다. 이때 응시여부 체크, 적성검사, 신체 및 체력검사, 의료검진 및 (자치경찰청장이 위원장인 인사위원회에서 통상적 경찰선발 때보다 심도 있는 지식 정도를 테스트하는) 인터뷰를 하게 된다. 합격자는 국무부 본면접에 보내지거나 아니면 자체 자치경찰청에 순경으로 입직시킨다.

국무부는 본면접을 3일간에 걸쳐 실시한다. 면접, 개별적성검사, 집단활동 등을 거치도록 되어 있다. 여기에는 사과편지 쓰기, 회의 주재하기, 본격적인 개인면접 등이 포함된다. 합격하면 통상적 교육훈련을 거친 후 각 자치경찰청에 배속된다. 런던자치경찰청의 경우 버로우 경찰대에 배속시켜 시보경찰교육을 받도록 하고 있다.

이들은 순경에 입직한 지 4년 이내에 경사계급으로 승진하는데 성공하면 브람스힐 경찰학교에서 별도 경사교육을 받게 되어 있다. 경위계급 이상으로의 승진은 공개경쟁으로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다. 이 제도를 통해 입직했으면서도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자치경찰청장 판단에 따라 이 그룹에서 탈락시킬 수 있다.

2000년도 런던의 경우 '대졸자 신속승진제도'에 전해의 214명보다 준 189명이 응시했다. 여기에는 통상적인 경로로 입직한 지 12개월 이내인 대졸자 22명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중 45명이 합격했으나 국무부 본면접에는 32명만이 응시할 수 있었으며, 나머지는 통상적 입직 경로를 밟을 것으로 간주되었다. 최종 합격자는 10명으로서 약 20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영국경찰은 일반 제복경찰과 수사경찰을 별도 관리한다. 수사권과 함께 기소권의 일부를 가지고 있는 영국경찰의 수사경찰은 경찰이 수사한 형사사건에 대해 공공기소국과 법원에 사법 처리하는 주체가 된다. 크게 보아 형사사건 역시도 당사자주의가 원칙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수사경찰의 사건수사 파일에 대한 증거능력 유무는 법원 측이 결정하나, 거의 대부분 받아들여지고 있다. 물론 영국경찰도 사건조작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며 수십 년 지난 후에 조작사실이 밝혀지는 경우도 없진 않다.

한편 영국의 총경승진절차를 보면 외부 전문평가단까지 동원되며 실제 필요한 능력평가를 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경위 이상의 승진 시험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총경(Superintendent)은 그 명칭이 말해 주듯이 감독계급이다. 런던경찰의 경우 총경승진심사에는 모든 경감들이 응시할 수 있으며 다른 자치경찰청 소속 경감들도 런던경찰청 총경승진심사에 응모할 수 있게 되어 있다. 희망자에게는 미리 경찰응모 안내문을 받아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원서 작성은 일선경찰 관리자가 평가한 근무성적을 기재해야 한다. 이때 일선경찰 관리자의 추천이 필요하다. 이 지원서는 일반 '기업관리자' 및 간부경찰로 구성된 평가단에 회부한다. 이들은 'P7 상위직업적격성' 지표에 따라 점수를 매겨 적격, 비적격으로 구분한 다음 적격자만을 평가단에 통보한다.

총경승진 평가시험은 행동에 관한 면접, 전략능력에 관한 면접, 프레젠테이션 하기, 즉석 서면쓰기, 추가 서면 쓰기 등의 과목들이 있으며, 근무성적 평가는 리더십, 결정 내리기, 직원관리 및 직원개발, 대화술, 전략적 기획, 다양한 상황에 대한 경찰활동 등의 6개 항목들로 이루어져 있다. 평가단은 각 평가항목별로 적어도 3회 이상 평가한다. 그리고 정성평가는 6명의 평가단 및 상위직업적격성 평가전문가가 맡도록 되어 있다.

이때 특정 지원자가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하며, 기업체의 평가기준을 적용하고, 평가단은 추가로 4주에 걸쳐 시행되는 평가기간 동안 시험성적의 20%는 현장 업무를 직접 관찰하여 반영토록 하고 있다. 불합격자는 1대 1로 'P7 정성평가단'과 면접하며, 그 후 3주 동안 이의제기 기회가 주어진다.

2000년엔 총 152명이 지원하였으며 실제 응시자는 109명(다른 자치경찰청 소속 5명 포함)이었다. 그리고 최종합격자 54명(다른 자치경찰청 소속 1명, 여성 6명, 소수인종 2명 포함)이었다. 당시 이의 제기자는 1명 있었으며 한두 명 더 있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이에 대해서는 직업적격성 전문가가 내용을 정리 판단하여 런던자치경찰청 인사국장에게 보고서를 통보하면 인사국장이 수용여부에 관한 최종결정을 내리도록 되어 있다.

이상과 같은 총경승진평가시험과 관련된 비용은 총12만 3천 파운드(한화 약 2억 4천 6백만원) 소요되었다. 여기에는 평가자, 정성평가자, 지원팀 및 IT 직원 경비가 포함되었으며, 시험문제 출제단의 경비, 문구류, 응시자와 그들의 상급자들의 기회비용, 지휘부 및 재심평가단의 경비는 제외된 금액이다.

독일의 수사경찰과 승진제도

독일의 경우 경찰입문은 1960년대 이후 16세 이상으로서 일반적인 교육과정을 마치면 가능토록 되어 있다. 독일에서 16세는 직업교육을 받거나 아니면 인문계 학교인 김나지움에 들어가는 것으로 나뉘는 연령층이다. 따라서 독일에서 이 나이에 경찰에 입직할 수 있다는 것은 경찰 역시 하나의 어엿한 직업이라는 것을 뜻한다. 독일의 경우 경찰에 입문하면 우리나라와는 달리 병역이 면제된다. 독일의 경우 군복무기간은 18개월이다.

독일은 연방수사국, 연방헌법보호청, 연방국경수비대 등 몇몇 연방경찰기관이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각각의 주정부별로 자치경찰을 운영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경찰에 입직하면 각 주별로 설치되어 있는 '예비경찰학교'에서 2년 반 내지 3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경찰교육훈련을 받는다. 처음 1년은 주로 군사적인 기초 교육을 받으며 그 다음 1년 반 내지 2년 동안은 평온 및 평화 유지 경찰활동에 임한다. 그 다음 6개월 동안 교실에서 법률 및 대시민 행동요령 등을 배운다.

최근 군사훈련은 약화되고 대신 일반교육이 강화되었다. 이것은 책임감과 독립성이 강하며 비판적인 사고를 하는 경찰관을 양성하기 위해서이다. 예비경찰학교 교육을 마친 이후부터는 '일반경찰'에 들어가 기본적인 경찰실습을 한다. 이 기간은 일종의 경찰도제교육 기간으로서 경찰문화에 젖어드는 기간이다. '수사경찰'은 '일반경찰' 중에서 선발과정을 거쳐 선발되며 일단 이렇게 선발되면 경찰생활은 끝까지 수사경찰을 할 것으로 간주된다.

예비경찰학교는 각 주정부 소속의 자치경찰이지만 경비는 각 주정부와 연방정부가 함께 부담한다. 예컨대 각 주정부는 강의실과 기숙사 및 봉급을 지원하며, 연방정부는 자동차, 통신시설, 각종 경찰장비 등을 지원한다. 예비경찰학교가 하는 두 가지 기본 기능은 경찰예비교육훈련 및 대중이나 소요군중 통제에 있다.

독일경찰은 '일반경찰' 혹은 '수사경찰'로서 6년 근무 후에는 2년 내지 3년 동안 '경찰간부학교'에서 교육훈련을 더 받고 간부경찰이 될 수 있다. 최근 이와 같은 경찰간부학교를 변형시켜 몇몇 주들이 경찰행정학을 가르치는 '경찰대학' 제도를 발전시켜온 경우를 볼 수 있다. 경찰간부학교 혹은 경찰대학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나면 간부경찰(모든 경찰의 15%에 해당함)이 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한편 독일에서는 어떤 사람이 곧바로 경위계급으로 입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31세 이하여야 하며 그 계급에 걸맞는 학력 예컨대 김나지움 졸업학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러한 조건을 갖추고도 경위가 되려면 2년에 걸쳐 경찰간부학교 혹은 경찰대학에서 공부 및 실무적인 교육훈련 과정을 더 거쳐야 한다.

독일에서 '일반경찰'에 대비한 '수사경찰'의 수적인 비중을 보면 고위직에서는 수사경찰이 일반경찰에 비해 적은 반면, 실무 권한이 있는 일선 경찰의 경우 수사경찰이 43%, 일반경찰이 13%를 점하는 불균형 현상을 보이고 있다.

마지막으로 경찰지휘부가 되기 위해서는 또다시 2년 동안 경찰학교 생활을 더 해야 한다. 그중 1년 동안은 자신이 속해 있는 주에서 그리고 나머지 1년은 '경찰지도자아카데미'(PFA)에서 보내야 한다. 독일에서는 이렇게 전체 경찰의 1% 내지 3%에 불과한 경찰최고 계급에 오르기 위해서는 '경찰지도자아카데미' 과정까지 통산 최소한 7년 동안 각종 경찰학교 생활을 거쳐야만 하도록 되어 있다.

'경찰지도자아카데미'는 1972년 뮌스터에 설립되었다. 이 기관은 당시 연방정부와 11개 주정부간 협약을 바탕으로 설립되었으며, 통일 후에는 동독지역의 새로운 5개주를 포함하게 되었다. 이들 주정부의 위임을 받아 연방 내무부장관이 '경찰지도자아카데미' 운영위원장을 통해서 운영하고 있다. 운영위원은 연방정부와 북부 라인-웨스트팔리아 주정부가 각각 3명을 임명하며, 나머지 주들은 2명씩 선임하게 되어 있다.

'경찰지도자아카데미'를 '경찰대학원'이라고 소개하는 경우가 있으나, 해당 홈페이지(www.pfa.nrw.de)는 스스로를 독일의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공동 경찰교육훈련 및 경찰연구 기관'이라고 밝히고 있으며 실제로 경찰지도자 배출을 위한 경찰 교육훈련 및 연구기관이다.

입학자격은 기본적으로는 연방경찰과 주경찰의 간부급이라야 한다. 다만 경찰이 아니더라도 여기에 걸맞는 동등한 자격시험 즉 사법시험을 거친 사람도 입학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교육과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경감으로 승진해야 할 경찰을 대상으로 한 2년 코스로서, 이를 마치고 졸업시험으로 경감직무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둘째는 사법시험을 합격하고 직접 경찰에 입문하는 민간인을 위한 6개월 특별코스로서, 경찰관련 교과목에 집중되어 있으며 이 경우 별도의 졸업시험은 없다.

'경찰지도자아카데미'의 기본개념은 '경찰교육훈련의 연속성' 측면에 기초해 있다. 이 경찰교육기관은 독일 전역의 총 3천여 명에 이르는 연방과 각주 경찰중간간부들에게 해당 부서에 걸맞는 연속성 있는 교육훈련을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는 일반직무교육, 전문기능교육, 긴급사태교육, 프로젝트관련교육 코스 등이 설치되어 있으며 해당 교육과정에 대한 안내문은 해당 중간간부 경찰들에게 우송토록 하고 있다.

이 기관의 다른 중요한 기능은 경찰지휘 및 경찰의 개입을 발전 개선하기 위한 경찰전문장비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것과 경찰과 경찰연구기관의 국제협력 및 국제정보교류를 담당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 기관은 EU 국가 경찰관들의 연구교류 창구역할을 맡고 있다.

우리나라 경우

우리나라에서도 계급의 수를 줄이면서 총경승진 뿐 아니라 경위 등의 간부승진에 있어서 영국의 총경승진시험제도의 도입을 모색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경찰대 개혁에 있어서는 한가지 대안으로 영국의 '대졸자 신속승진제도'를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 국립 경찰대학 제도는 영국 뿐 아니라 일본, 미국, 독일에도 없다. 과거 경찰 스스로 우리나라 경찰대학 모델이 되었던 것은 대만이 유일하다고 밝힌 바도 있다.

그러나 최근 학계 일각에서 경찰대학 폐지론에 맞서서 대만 외에 독일에도 각 주별로나마 우리나라와 똑같은 경찰대학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앞서 본 것처럼 독일 경찰대학은 우리나라 경찰대학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것은 주정부에 속해 있는 경찰간부학교의 분화된 형태로서 자치경찰대학에 불과하며, 입학생의 일부인 김나지움 졸업생도 경찰대학 교육의 전제조건으로 순경 실무능력(순경기본교육, 관서실습, 경찰간부학교 기본교육)을 갖춘 다음에야 비로소 많은 다른 현직 경찰들과 함께 경찰대학 교육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원래 독일의 경찰대학은 기본적으로 주공무원대학의 한 부분인 경찰간부학교로부터 출발하였으며 지금도 경찰간부교육이 주내용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경찰대학을 경찰간부학교와 아예 별도로 국립대학으로 설립하여 경찰 아닌 학생을 졸업시켜 순경조차도 거치지 않고 곧바로 간부인 경위로 임용하고 있어서 독일의 경찰대학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독일에서는 간부경찰이 되려면 기본적으로 '일반경찰' 혹은 '수사경찰'로서 6년 근무 후 2년 내지 3년 동안 '경찰간부학교' 혹은 '경찰대학'에서 교육훈련을 더 받아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수사경찰 문제를 포함하여 경찰교육의 부실로 인한 전문성 약화에 대한 문제들이 경찰대학 혹은 수사보안연수소 등이 있으니 괜찮다고 보는 것은 잘못이다. 일선 수사업무는 실질적으로 경찰대학은 근처에도 가볼 수 없고 그림의 떡에 불과한 비간부 경찰들이 사실상 도맡아 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영국과 독일도 그렇지만 일반적으로 경찰대학의 이념은 일반대학이 아닌 현직경찰이 전문성 강화를 위한 교육훈련을 받는 장이라야 한다. 이제 우리나라도 경찰대학을 수사경찰을 포함한 현직경찰에게 되돌려주어야 한다. 독일처럼 김나지움 출신이 경찰대학에 입학하는 경우에도 우선 순경교육을 1년 정도 거친 다음 경찰대학의 나머지 교육을 받도록 하는 방안도 모색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경찰대학은 하위직 수사경찰의 자질향상은 물론 이들의 승진에 대해서조차도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고 있음은 막대한 국민세금으로 운영되는 경찰교육기관의 존립목적에 비추어 볼 때 아이러니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최근 경위 이상의 계급 정년을 연장한 것은 경찰대 출신의 과잉현상을 해소하는 방편이 되었음은 물론이며 일선경찰의 간부승진을 아예 가로막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이것은 당연히 경찰대 출신의 기득권화 및 고착화 현상과 맞물려 있다. 대우자동차 노조파업 때 경찰폭력사태에 대하여 당시 경찰청장을 보위(?)하기 위해 나온 경찰대 총동문회 명의의 성명서 사건 당시 '경찰대 하나회' 문제가 부각되기도 했으며 이제는 검찰노예화에 이은 경찰대 출신이 '경찰내 검찰화'했다는 비난마저 일고 있다. 향후 경찰대 출신 경위임용의 위헌성 논란은 물론, 결코 경위 이상으로 승진할 수 없음을 잘 아는 순경 입문자의 질적 저하 혹은 대량 이직 사태를 예상할 수 있다.

이제 수사경찰의 전문성 제고 및 자질향상을 기하기 위해서는 영국과 독일처럼 '수사경찰'을 별도로 인사관리 함은 물론이고, 일선경찰과 철저하게 괴리되어 있는 현행 경찰대학을 전체 현직경찰의 (재)교육기관으로 자리 매김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게 해서 수사경찰이 그와 같은 경찰교육훈련기관에서 내실 있는 교육을 받도록 할 필요가 있다. 한편 향후 사법시험 출신자들이 경찰에 입문하는 경우를 대비하여 경찰대학을 폐지하고 대신 사법시험 합격자들과 고위경찰지도자를 함께 교육할 경찰대학원 신설을 고려해 봄직하다.

하지만 경찰협의회나 경찰노조도 없는 현재의 경찰 힘만으로는 경찰 수사권 독립은 물론이고 영국과 같은 투명한 경찰승진절차나 독일과 같이 유례 없이 장기간에 걸친 경찰교육훈련 제도 도입 문제는 이루어지기 힘들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수사연구' 7월호에 게재된 글임을 밝힙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수사연구' 7월호에 게재된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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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호 기자는 성균관대 정치학박사로서, 전국대학강사노조 사무처장, 국회 경찰정책 보좌관, 한국경찰발전연구학회 초대회장, 런던정치경제대학 법학과 연구교수 등을 역임하였다. <경찰정치학>, <경찰도 파업할 수 있다>, <경찰대학 무엇이 문제인가?>, <삼과 사람> 상하권, <옴부즈맨과 인권> 상하권 등의 저역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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