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 외설이라굽쇼?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와 밀로의 비너스

등록 2002.11.22 10:19수정 2002.11.22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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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만큼이나 오랜된 것이 또 있을까? 그것은 외설이냐, 예술이냐에 관한 논쟁일 것이다. 창작 당시 외설이라하여 검열되거나 외면당했던 작품들이 후대에 와서 예술이라 칭송 받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꽃의 도시 피렌체에 있는 '다비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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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의 미켈란젤로광장에서 ⓒ 홍경선

꽃의 도시 피렌체는 아직도 르네상스 시대의 모습과 감흥을 유지하고 있는 토스카나 지방의 문화중심지이다. 르네상스의 발원지인만큼 도시곳곳에서 문화적 향기를 맡을 수 있다. 꽃의 산타마리아 대성당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세계에서 3번째로 큰 두오모, 웅장하고 역동적이면서도 우아한 모습을 갖춘 베키오궁전, 세계제일의 르네상스 미술관에 꼽히는 우피치미술관 등 볼거리가 다양하다.

걷고있는 것만으로도 문예부흥을 일으키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는 피렌체. 이 도시에 세계에서 가장 큰 누드상이 전시되어 있다고 하니 바로 아카데미아 미술관의 다비드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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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아 미술관에 전시된 다비드상 ⓒ 홍경선

르세상스 시대의 천재적인 예술가 미켈란젤로는 1501년 8월 피렌체 대성당의 지도자들로부터 다비드상의 조각을 의뢰 받는다. 다비드로 말할 것 같으면 구약성서 사무엘 상 17장에 나오는, 적군의 거인 장수 골리앗을 돌팔매로 쓰러뜨린 소년 영웅. 이 구약성서의 영웅을 과연 어떻게 표현해야만 하는가.

구속받고 얽매이는 걸 싫어하던 당시 26세의 젊은 예술가는 극도의 혼란을 겪고 있었다. 대성당의 작업장에 준비된 것은 5미터가 넘는 거대한 대리석. 그나마 결이 좋지 않아 조각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하지만 천재의 손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곧바로 움직이기 시작하였고 드디어 1504년 5.49m나 되는 거대한 다비드상을 완성하였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성스러운 대성당에 모셔둘 다비드상이 버젓이 성기를 드러내고 있는 것. 당시로서는 경악할만한 일이 아닐수 없다. 더구나 그 모습마저 종전의 다비드상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이전에 제작된 다비드상들은 보통 골리앗의 머리를 발 밑에 두고 손에 칼을 쥔 승리한 젊은이의 모습이었다. 이에 반하여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은 막 돌을 던지려고 하는 나체의 청년상인 것이다.

몸 전체의 근육은 단단하게 긴장되어 있고, 노기 띤 얼굴은 왼쪽을 향하고 있었다. 몸 오른편은 손과 발이 모두 수직으로 지면에 고정되어 있지만, 오른손은 돌팔매를 잡기 위해 올려져 있고 왼발도 약간 움직여 다음 행동에 대비하고 있다. 특히 섬세한 날씬함과 힘찬 역동성을 보여주는 그의 다리는 미래를 향해 내딛는 소망을 나타내고 있다.

해부학적이고도 사실적인 조각으로 젊은 남성의 육체미를 완벽하게 표현해낸 다비드상. 하지만 애석하게도 당시에는 온갖 야유와 조롱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관람객이 던진 돌에 팔이 부러지기까지 했으니. 예술의 길은 이토록 멀고도 험하단 말인가.

혹자는 남성이 벌거벗었다는 이유로 외설이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성이라고 예외일수 있으랴. 심지어 음란죄로 유죄판결까지 받은 예가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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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브르박물관에 소장된 비너스상 ⓒ 홍경선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를 형상화한 비너스. 비너스는 오랜 동안 미의 화신으로서 미와 관련된 수많은 광고에서 소재가 되어왔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가슴둘레 37인치, 허리 26인치, 히프 38인치로 전형적인 아름다움의 표준이 되고 있는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의 비너스상이다.

밀로스 섬에서 출토되어 <밀로의 비너스>로 익히 알려진 이 작품은 지그재그로 비튼 굴곡이 강조된 인체 묘사, 성숙한 둔부, 엉덩이를 살짝 흔드는 것같은 생생함, 미끄러지듯 흘러내리는 의복의 복잡한 주름 등 헬레니즘 특유의 관능적인 느낌으로 수많은 감탄과 찬사를 자아내고 있다. 하지만 제작당시만 해도 경건하지 않다는 이유로 소아시아 남해안의 외딴 섬으로 보내졌다고 한다.

당시 그리스 사회는 여성 누드에 대한 금기가 있었기 때문. 심지어 이 작품은 법정에서 음란죄로 유죄판결을 받기까지 했다. 1853년 독일 만하임에서 '밀로의 비너스'는 단지 벌거벗었다는 이유로 기소당해 유죄판결을 받았다. 그후 이 조각상은 '자유의 비너스 여신상'으로 개명되기도 했으며, 유두에 '반창고'가 붙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으니. 외설엔 성차별도 역차별도 있을 수 없다.

외설과 예술은 종이 한 장 차이이건만, 둘 사이는 이토록 가깝고도 멀기 만하다.

덧붙이는 글 | 지난 여름 유럽배낭여행도중 피렌체와 파리에서 본 두 작품에 대한 내용입니다.

덧붙이는 글 지난 여름 유럽배낭여행도중 피렌체와 파리에서 본 두 작품에 대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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