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게해의 낙원 '미코노스섬'에 가다(2)

<유라시아 여행기> 그리스 미코노스섬

등록 2002.12.11 13:20수정 2002.12.11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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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게해의 낙원 미코노스섬엔 오랜 역사를 간직한 인류문명의 발상지인 에게해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고대유적이 없다. 하지만 이곳엔 하늘과 바다, 섬과 인간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자연이 있다.

a 하얀벽과 파란창문이 멋진 건물

하얀벽과 파란창문이 멋진 건물 ⓒ 홍경선

미코노스 타운은 반경 1km가 채 안되기 때문에 걸어서 여행하기에 적당했다. 그래서인지 이곳의 길들은 두 사람이 지나가면 딱 맞을 정도로 작고 좁은 편이다. 좁은 길에 들어서 있는 건물들은 하나하나가 그림같다. 하얀 벽에 파랑 혹은 에메랄드색 창문을 달고 있는 건물들에는 여기저기 빨래가 널려있어서 사람사는 냄새가 났다.


노천카페와 레스랑에선 바다와 마주하고 있어 짜릿한 바다내음이 전해진다. 하지만 멀리 펼쳐진 파란 바다의 물결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음마져 편안해지기에 음식이 절로 넘어가면서도 체할 염려가 없다.

파란색과 하얀색이 조화를 이루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알 수 있는 곳이 바로 미코노스다. 특히 에스키모인들이 사는 얼음집처럼 하얀 교회는 더욱 그러했다. 감청색 바다를 마주보며 서있는 하얀 눈으로 지어 만든 듯한 그 모습이 독특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곳엔 세가지 색이 녹아있었다. 하얀 건물, 파란 바다, 황토빛 땅. 그위에 선 나는 초대받지 않은 불청객마냥 세가지 색의 조화를 깨고 있을뿐이다.

a Paraportiani's church

Paraportiani's church ⓒ 홍경선

부둣가에는 활기넘치는 재래시장과 이곳의 명물 펠리컨이 있다. 커다란 부리를 좌악 벌리며 시장 상인과 어민들이 던져주는 생선을 삼키는 그 모습이 만화속의 한 장면처럼 정겹다. 너그러운 이곳사람들의 인심이 펠리컨을 통해 드러난다. 그렇게 이들과 한 식구가 되어 미코노스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반갑다며 날개짓을 하는 펠리컨. 가까이 다가가도 도망칠 생각을 안한다. 오히려 먹이를 주는줄 알고 입을 벌리며 달려든다. 그렇게 한바탕 펠리컨과 웃고 떠들며 시간을 보낸후 카토밀리 언덕위로 향했다.

이곳의 또다른 매력포인트인 5개의 풍차가 돌고 있는 곳이다. 초가집처럼 지붕을 씌운 풍차는 5개가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지붕 위에는 살짝 눈이 내린 듯이 하얀 부분이 솟아나 있어 귀여워보였다. 특히 6개의 대나무를 교차로 이어붙여 그끝을 줄로 고정시킨 날개는 네덜란드에서 보았던 풍차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새찬 바닷바람에 알맞게 고안된 모형인가보다. 5개의 풍차가 살며시 돌며 반갑다는 몸짓을 한다. 나 역시 사진을 찍으며 반가운 마음을 전했다.


a 미코노스의 명물 '펠리컨'

미코노스의 명물 '펠리컨' ⓒ 홍경선

한참동안 미코노스섬을 둘러보니 어느덧 태양이 중천에 떠있었다. 지중해의 태양은 무척이나 뜨겁다. 한낮의 열기에 오랜시간 노출되어서인지 온몸이 익은듯했다. 이 뜨거움을 식힐겸 미코노스여행의 백미라 불리우는 파라다이스 해변으로 향했다.

전세계 배낭족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곳은 나체해변으로 유명한 슈퍼파라다이스로 가는 길목이기도 하다. 15분정도 버스를 타고 그곳으로 향하면서 창밖으로 펼쳐지는 미코노스섬의 또다른 경치에 놀랐다. 그림같은 미코노스타운의 풍경과는 다른 황량함으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풀 한포기 자라지도 않는 황량한 지역을 벗어나 파라다이스해변에 도착했다. 그곳엔 이미 일광욕과 수영을 즐기려는 많은 관광객들로 넘쳐났다. 그곳에서의 시간을 잠시 뒤로 미룬체 슈퍼파라다이스로 향하는 보트에 몸을 실었다. 지중해의 푸른 물살을 가로지르며 달려가는 보트의 움직임에 가슴이 부풀어올랐다.

순간 난생 처음 나체해변에 가본다는 생각에 두근거리는 심장박동의 소리가 파도소리보다 더 크게 울려퍼졌다.

막막한 지중해를 한참 달렸을까? 드디어 기암절벽이 병풍처럼 낮게 둘러싸고 있는 해변이 나타났다. 드디어 슈퍼파라다이스 해변에 도착한 것이다. 나체해변에 대한 상상에 흥분한 몸짓으로 보트위에서 내렸다. 배가 흔들려서인지 마음이 흔들려서인지 어색한 발걸음이 진정되질 않았다. 한발짝 한발짝 모래사장이 가까워지면서 슈퍼파라다이스의 환상이 서서히 벗겨지기 시작했다.

눈부시게 작렬하는 태양아래 시원한 바다속에서 헤엄치는 많은 관광객들이 보였다. 뜨거운 모래사장위에 넓게 펼쳐진 파라솔 아래로 일광욕을 즐기는 젊은 남녀들로 가득했다. 세면시설이 마련되있는 건물의 바에서는 흥겨운 음악에 맞춰 맥주잔을 손에 쥐고 춤을 추는 사람들로 만원이었다. 이렇게 파라다이스해변에선 모두들 저마다 지중해에서 만나게 된 꿈과 낭만과 추억을 위해 즐기고 있었다.

하지만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호기심에 두근거렸던 나체의 모습은 보이질 않았다. 남녀 구별할 것 없이 모두들 중요한곳은 가리고 있었다. '아! 이럴수가. 밀려오는 허탈감' 하지만 이는 차가운 바닷물에 몸을 담그는 순간 사라지고 말았다. 바닥까지 훤히 들여다보일만큼 투명한 지중해의 파란 물은 뜨거운 태양열에도 불구하고 차가웠다.

해변가는 여기저기 어린아이마냥 천진난만하게 물장구치며 재밌어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그들과 어울려 한바탕 신나게 즐기고 난후 파라솔 아래 들어가 누웠다 여기저기 웃고떠드는 사람들, 작렬하는 태양, 파란 바다빛, 밀려오는 파도, 흥겨운 음악, 이 모든 것이 귓가를 자극했다.

검은 선글라스 속에 숨은 시선은 아리따운 서양여인들의 몸을 훑고 있었다. 저마다 육감적인 몸매를 뽐내고 있는듯했다. 상의를 벗어던진체 일광욕을 즐기는 그녀들의 모습은 황홀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우람한 근육을 자랑하는 남자들 또한 멋져보였다. 같은 남자로서 부러움을 느낄만했다.

a 미코노스섬의 풍차

미코노스섬의 풍차 ⓒ 홍경선

그렇게 천국에 누워있으니 오랜 여행으로 누적된 피로가 가시는 듯했다. 아름다웠다. 너무나도 평화로웠다. 그곳엔 그 어떤 방해물도 없었다. 바쁜 일상속의 삶에 대한 집착도 없었다. 그 어떤 유혹과 거부할 수 없던 욕망조차 눈에 보이질 않았다. 오직 멋진 풍경과 음악 그리고 웃음이 있는 여유가 있을뿐이었다. 가슴이 시원해지는 파라다이스의 감미로움만이 있을뿐이다.

에게해의 낙원 미코노스섬. 하늘과 바다와 인간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그곳은 마음의 평화를 느낄수 있는 곳이다. 방아를 찧는 풍차가 돌아가는 언덕아래로 멀리 푸른 바다가 지중해의 뜨거운 햇살을 식히고 있다. 하얀색 건물에 활짝열려있는 파스텔풍의 창문을 통해 그곳 사람들의 낭만이 새어나온다.

바람에 의해 전해지는 낭만은 이곳을 찾는 모든 이들에게 달콤한 휴식을 안겨다준다. 그곳에 서면 마치 그림속의 풍경이 된 것 같다. 유명한 화가의 손에 의해 그려지는 하얀색 건물, 파란 하늘과 바다, 그리고 나. 이렇게 나를 주인공으로 만드는 아름다운 섬 미코노스는 정말 오랜 휴식과도 같은 에게해의 낙원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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