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교장선생님의 난해한 공문 해석에 대하여

김장환 전남 교육감님께 드리는 공개 질의서

등록 2002.12.14 07:22수정 2002.12.16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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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저는 학교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는 현직교사입니다. 부족하지만 우리 교육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버리지 못하여 경향신문에 교단일기를 연재하고 있으며, 인터넷 신문인 오마이뉴스에는 교육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오늘 외람되게 편지를 올리게 된 것은 특기적성교육과 자율학습에 관하여 일선학교에 하달하신 공문에 대한 학교장과 교사간에 해석이 달라 교육감님의 명확한 견해를 듣고자 해서입니다.

먼저, 특기적성교육관련 사안입니다. 지난 11월 28일 일선 학교로 내보내신 '2002 특기적성교육활동 운영현황 제출(문서번호 중등81100-3179)' 공문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1. 관련: 교육인적자원부 학교 81100-1692(2002.11.21)
2. (생략)
3. 위 자료는 2003년 임시국회 요구자료 및 각종 자료로 활용되는 바 작성에 정확성을 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4. 협조사항
가. 겨울방학중 특기·적성교육 운영
(1) 반드시 희망자에 한하여 실시함: 희망원 비치
(2) 가능하면 방학중 총 80시간을 초과하지 않도록 운영하기 바람 (이하 생략)

문제가 된 것은 4번 협조사항 중 두 번째 항목입니다. 물론 반드시 희망자에 한하여 실시하라는 첫 번째 항목을 준수하고 있는 학교가 거의 없는 실정이지만, 이에 관하여는 상급관청의 지시 자체가 이미 그 권위를 상실하고 있다고 판단될 뿐만 아니라, 학교에서도 이미 관행으로 굳어버린 지 이미 오래되어 맥빠진 질문이 될 것 같아서 뒤로 미루고자 합니다.

보내주신 공문대로라면 이번 겨울 방학중 특기적성교육은 총 80시간을 초과해서는 안 되게 되어 있습니다. 물론 공문 성격이 협조사항이고, '가능하면' 이란 단서가 붙어 있어서 학교 사정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순천지역 대다수의 인문고(일부 실업계고 포함)에서는 방학중 특기적성교육 시수를 80시간의 갑절인 160 시간 내외로 잡고 있으며, 이런 과다한 시간 배정에 대한 교사들의 지적과 건의에 대하여 어느 교장선생님께서는 이런 답변을 주셨다고 합니다.

"방학 중 총 80시간을 초과하지 않도록 하라는 그 말은 방학 전체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한 달에 80시간을 초과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러니 1월과 2월에 걸쳐 방학이 있으니까 총 160시간을 할 수 있다."

이 답변이 저로서는 너무 난해하게 들립니다. 교육감님께서 판단을 내려 주셨으면 합니다.


다음은 자율학습비 징수에 관련된 사안입니다. 지난 9월 2일자 공문 2002. 자율학습 지도비 징수 및 집행 내역 제출(문서번호 중등 81100-2314)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1.관련 중등 81100-360(2002. 02.07)
2.(생략)
3.(가) 자율학습 운영
○반드시 희망하는 학생에 한하여 교실 등 학교 시설 개방
(나) 자율학습 지도비 및 집행
○지도비는 최소한의 교통비, 저녁 식대 보전 범위 내에서 징수 가능
○2003년부터는 일체의 자율학습 지도비 징수 불가
-자율학습 지도비 징수를 허용함으로써 본래 취지와 달리, 획일적이고 반강제적인 자율학습 증가 우려 때문임.-


이 공문에 따르면, 금번 겨울방학중 실시하는 자율학습에 대하여서는 자율학습비 징수가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일부 학교에서는 내년 1월 시행될 자율학습비에 대하여 이미 고지가 나간 것으로 확인되고 있으며, 상당수의 학교들이 자율학습비를 징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에 대하여 교사들이 지적하고 항의하자 또 이런 답변을 주셨다고 합니다.


"내년 1월부터 자율학습비 징수는 불가하지만 내년 1월 자율학습비를 올해 12월에 고지하여 징수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저에게는 이 답변도 난해하기만 합니다. 이 사안에 대해서도 교육감님의 고견을 듣고 싶습니다.

이 두 가지 질문을 올리면서, 전남 교육을 책임지고 계시는 존경하는 교육감님께 간곡히 한 말씀만 더 올리고자 합니다. 지난 10월 2일에 일선학교에 하달하신 '교과관련 특기적성 및 자율학습 운영실태 점검 강화' 라는 제목의 공문에 의하면 이런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1. 관련: 학교 81100-1441(2002.09.026)
2. 자율학습비 과다 징수, 학부모 통장을 통한 모금, 특별반 운영 등에 대한 국민감사 청구 등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바, 교과 관련 특기·적성교육을 빙자한 편법적인 보충수업, 반강제적인 자율학습 운영, 음성적인 자율학습비 징수 등 불법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침을 준수하여 운영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3. 정기 및 수시로 운영실태를 점검하여 지침 위반 관련자를 문책할 것이며, 학생 대표, 교직원, 학부모 등의 의견 수렴을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운영하는 일이 없도록 유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4. 특히 중학교의 성적순에 의한 강제적인 보충수업, 운영시간 과다 등 불법 운영에 대한 민원이 급증하고 있어 지역 교육청에서는 장학지도, 방학중, 수시 운영실태를 점검하여 위반 관련자는 사안에 따라 행정조치하고 처리 즉시 그 결과를 도교육청에 제출하여 주시기바랍니다.


이런 준엄한 국가기관의 행정지침을 우습게 여기고 겨울방학중 불법제 보충자율학습을 강행함으로써 교육정상화의 길을 가로막고, 나아가서는 나라의 백년대계에 큰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는 학교와 그 관련자들을 엄벌해 주시기 바랍니다.

교육감님이 일선학교에 내려보내신 공문의 내용들이 아무도 지킬 필요를 느끼지 않는 불행하고 비참한, 권위를 상실한 한 장의 의미 없는 종이가 되지 않기를 비는 마음 간절합니다.

전남교육을 위해 애쓰시는 교육감님의 노고와 헌신에 깊은 존경과 감사를 드리면서 본의아니게 외람되이 비춰진 점이 있다면 용서하시길 빌면서 이만 줄이겠습니다. 추운 날씨에 건강하시길 빕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남도교육청 홈페이지에도 올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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ㄹ교사이자 시인으로 제자들의 생일때마다 써준 시들을 모아 첫 시집 '너의 이름을 부르는 것 만으로'를 출간하면서 작품활동 시작. 이후 '다시 졸고 있는 아이들에게' '세상 조촐한 것들이' '별에 쏘이다'를 펴냈고 교육에세이 '넌 아름다워, 누가 뭐라 말하든', '오늘 교단을 밟을 당신에게' '아들과 함께 하는 인생' 등을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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