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재의 다른 글 겨울인데도 햇살이 좋아 산책 삼아 산자락에 있는 밭에 다녀왔습니다. 밭에 갖다 버릴 음식 쓰레기를 손에 들고 나왔지만 산길로 접어들다 보면 손에 무엇을 들었는지조차 까마득히 잊고 맙니다. 가을 한때, 붉은 융단을 깔아놓은 듯 지천으로 피어 있던 여뀌들도 죄다 색이 바래어 길가에는 색감을 사용할 만한 꽃 한 송이 피어 있지 않았지만 오히려 그 한가함에 마음이 동합니다. 큰사진보기 ▲밭으로 가는 길안준철 가을걷이를 끝낸 과수들도 겨울을 맞아 긴 휴식에 들어갔습니다. 저렇게 마냥 손을 놓고 한 철을 내내 쉴 수 있다는 것이 부럽기도 하고 위대해 보이기도 합니다. 나무들이 인간의 조급함을 닮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만약 그랬다면 나무마다 부실하기 짝이 없는 조무래기 과실들을 매달았을 테니 말입니다. 그들은 휴식의 시간이 곧 생산의 시간임을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언제부턴가 휴식이라든가 사색이라든가 하는, 그런 좀 한가하게 느껴지는 단어들에게 정이 느껴집니다. 산책이란 말도 그렇지요. 이제는 너무 고풍스런 단어가 되어 버린 감이 있지만 말입니다. 공휴일에도 차를 타고 멀리 나가고 싶지 않습니다. 차를 타고 가다보면 아무래도 잠시 빌려 사는 이 지구에 나쁜 공기를 한 줌이라도 더 보태게 될 테고, 눈여겨보면 가까이 있는 것들이 더 정겹고 소중하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큰사진보기 ▲겨울나무의 휴식안준철 음식쓰레기를 밭에 묻고 돌아오는 길에 보니 산기슭에서 대여섯 마리의 닭들이 한가하게 노닐고 있었습니다. 평소에는 닭장이나 망으로 쳐진 울안에만 갇혀 있던 닭들이어서 웬일인가 싶어 살펴보니 문이 열려져 있습니다. 언젠가는 닭 두 마리가 망을 뚫고 나와 비칠대며 걸어다니기에 잡아 넣어준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사람의 손에 잡히지 않으려고 경계를 하고 뒷걸음을 치던 닭들이 어느새 순화가 된 모양입니다. 주인이 안심을 하고 문을 열어놓은 것을 보면. 그런 모습을 지켜보다가 저는 어쩔 수 없는 선생인지 잠시라도 벗어나고 싶었던 생각에 다시금 빠져들고 맙니다. 방학이 돌아와도 즐겁지 않은 아이들. 나무도 사람도 자연의 아들인데, 그러한 자연법칙에 눈 먼 어른들로 인해 휴식과 사색의 시간들을 빼앗긴 아이들. 땅에 파종된 씨앗들처럼 기다림의 시간을 가질 수 없어 조무래기가 되고 말 아이들. 그렇게 길이 들어 이제는 그것이 제 길인 줄만 아는 아이들. 큰사진보기 ▲울안에서 모이를 먹고 있는 닭들안준철 겨울나무들은 앙상하지만 의연합니다. 농부는 그들을 원망하지 않습니다. 조급하지도 않습니다. 무릇 생명은 휴식과 사색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휴식의 시간이 곧 생산의 시간임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에게도 휴식과 사색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아이들이 나무는 아니라구요? 맞습니다. 아이들은 나무보다 위대합니다. 그런 믿음 없이는 큰 교육은 불가능합니다. 휴일을 지내고 다음날 출근길에 가는 비가 내렸습니다. 우산을 펴들고 천천히 걸었습니다. 평소에도 저는 걸어서 10분 거리를 20분도 더 넘게 걸려서 학교에 닿곤 합니다. 조금만 일찍 서둘면 출근길은 산책길이 됩니다. 길을 가다 말고 어떤 광경에 잠시 넋을 빼앗기고 서 있다가 가방에서 사진기를 꺼냅니다. 빛이 없는데 사진이 잘 나올까? 염려스러운 마음을 뒤로하고 셔터를 눌렀습니다. 찰칵! 큰사진보기 ▲출근길에 만난 작은 눈부심안준철 덧붙이는 글 | 처음으로 사진을 직접 찍어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처음으로 사진을 직접 찍어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추천2 댓글 스크랩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0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이버 채널구독다음 채널구독 글 안준철 (jjbird7) 내방 구독하기 ㄹ교사이자 시인으로 제자들의 생일때마다 써준 시들을 모아 첫 시집 '너의 이름을 부르는 것 만으로'를 출간하면서 작품활동 시작. 이후 '다시 졸고 있는 아이들에게' '세상 조촐한 것들이' '별에 쏘이다'를 펴냈고 교육에세이 '넌 아름다워, 누가 뭐라 말하든', '오늘 교단을 밟을 당신에게' '아들과 함께 하는 인생' 등을 펴냄. 이 기자의 최신기사 어느 시인의 달팽이 진액 같은 시 구독하기 연재 안준철의 <시와 아이들> 다음글60화착하고 따뜻한 사람이 더 행복하다 현재글59화아이들은 나무보다 위대합니다 이전글58화어느 교장선생님의 난해한 공문 해석에 대하여 추천 연재 전강수의 경세제민 이러다가 대한민국이 세계지도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 최병성 리포트 사진에 담긴 진실... 이대로 두면 대한민국 끝난다 난 늙을 줄 몰랐다 늙음은 자전거 타는 친구가 줄어들고, 저녁 자리에도 술이 없다는 것 베이비부머의 집수리 집 정리 중 저금통 발견, 액수에 놀랐습니다 SNS 인기콘텐츠 의대 증원 이유, 속내 드러낸 윤 대통령 발언 "사과하기 위해 왔습니다" 그날 서점은 눈물바다가 됐다 한강이 7년간 떠나지 못한 곳...우린 외국인들에게 뭐라 할까 [이충재 칼럼] '김건희 나라'의 아부꾼들 '윤석열 당선', 정당성이 흔들린다 영상뉴스 전체보기 추천 영상뉴스 용산 '친오빠 해명'에 야권 "친오빠면 더 치명적 국정농단" [영상] 가을에 갑자기 피어난 벚꽃... 대체 무슨 일? 국무총리도 감히 이름을 못 부르는 윤 정권의 2인자 AD AD AD 인기기사 1 김건희 "우리 오빠" 후폭풍...이준석 추가 폭로, 국힘은 선택적 침묵 2 박근혜 탄핵 때와 유사...지역에서 벌어지는 일들 3 컴퓨터공학부에 입학해서 제일 많이 들은 말 4 신체·속옷 찍어 '성관계 후기', 위험한 픽업아티스트 상담소 5 "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Please activate JavaScript for write a comment in LiveRe. 공유하기 닫기 아이들은 나무보다 위대합니다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밴드 메일 URL복사 닫기 닫기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취소 확인 숨기기 이 연재의 다른 글 61화교육은 감동입니다 60화착하고 따뜻한 사람이 더 행복하다 59화아이들은 나무보다 위대합니다 58화어느 교장선생님의 난해한 공문 해석에 대하여 57화사랑은 오래 참아야 하는 것임을 맨위로 연도별 콘텐츠 보기 ohmynews 닫기 검색어 입력폼 검색 삭제 로그인 하기 (로그인 후, 내방을 이용하세요) 전체기사 HOT인기기사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미디어 민족·국제 사는이야기 여행 책동네 특별면 만평·만화 카드뉴스 그래픽뉴스 뉴스지도 영상뉴스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대구경북 인천경기 생나무 페이스북오마이뉴스페이스북 페이스북피클페이스북 시리즈 논쟁 오마이팩트 그룹 지역뉴스펼치기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강원제주 대구경북 인천경기 서울 오마이포토펼치기 뉴스갤러리 스타갤러리 전체갤러리 페이스북오마이포토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포토트위터 오마이TV펼치기 전체영상 프로그램 쏙쏙뉴스 영상뉴스 오마이TV 유튜브 페이스북오마이TV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TV트위터 오마이스타펼치기 스페셜 갤러리 스포츠 전체기사 페이스북오마이스타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스타트위터 카카오스토리오마이스타카카오스토리 10만인클럽펼치기 후원/증액하기 리포트 특강 열린편집국 페이스북10만인클럽페이스북 트위터10만인클럽트위터 오마이뉴스앱오마이뉴스앱